세면대 거울 앞에 볼펜으로 적은 포스트잇 한 장이 붙어있다. 나는 화장실에서 이를 닦고있었는데 동료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손을 씻으려고 물을 트는데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거울 앞을 가리키고 조용히뒤로물러났다.
"바로 앞에 두고 몰랐네요. 아까도 여기 썼었는데"
나는 양치를 한 채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빠질 수도 있음이니까 안 빠질 수도 있는 거겠죠."
동료가 나가고 물을 트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여기 수챗구멍앞에 매직으로 써서 붙여두었다면 어땠을까. 사람들이 알고 확실히 안썼을 텐데...
다른 사람들이 행동하길 요구할 땐 그의 눈에 보이는 곳. 행동반경 내에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들어가야 하는 게 맞다.
자, 오늘은 CTA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CTA(Call To Action) : 웹 사이트 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객 행동을 유도하는 버튼 또는 배너
이직 후 내가 처음 맡게 된 상품은 고관여 교육 상품이었다. 400만 원에서 700만 원에 달하는 부트캠프 상품을 판매하면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건 후기였다.
워낙에 고관여인지라 고객이 구매 전 후기를 많이 찾아봤기 때문이다. 이걸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구매까지의 여정을 줄이기 위해 고객이 볼 만한 곳에 후기를 발행하는 게 마케팅적으로 필요했다.
그렇다면 볼만한 곳은 어디일까? 광고를 보고 들어오든 블로그를 통해 들어오든 입소문을타고 오든 고객이 상세페이지를 보는 비율은 100%였다. 결제를 해야 하니까. 그래서 나는 상세 페이지를 우선 변경하기로 했다. 어떻게?
기존 상세 페이지는 상품을 소개하는데 너무나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너무 많은 것을 한 곳에 담으려다 보니 페이지는 길어지고 중단 또는 하단에 후기 섹션이 아주 작은 비율로 노출됐다. 상품 하나당 3~4개의 짧은 인터뷰 글이 전부인데 후기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런데 또 페이지가 길어지면 피로도가 높아지고 고객이 후기를 보기도 전에 지쳐버릴 테다.
이탈률이 가장 적은 상세페이지 최상단에서 후기를 보여주자. 그 후기가 매력적이라면 전환율이 높아지지 않을까.
가설을 세우고 나니 다시 꼼꼼히 상세 페이지를 보게 됐다. 기존의 상세페이지에는 최상단에 노출되는 이단 버튼, 하단 플로팅 바에 동일한 메시지가 중복으로 노출되고 있었다.
AS-IS, TO-BE
사실 최상단에 결제 유도 버튼이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고객은 상품 설명을 다 보고 난 다음에 결제할 테니까. 구좌 낭비라는 생각이 들자 수강 신청하기 CTA를 생생 후기 보기로 변경해야겠다는결과값이 자동으로 따라왔다.
CTA에 랜딩 될 후기 페이지를 하나 새로 팠다. 기존에 상세페이지에 없는 후기 위주로 다루되 보여주는 방식은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상 타입으로, 썸네일은 브랜드 T&M에 맞춰 리 디자인했다.
이 페이지는 단일 상품 후기를 보여주는게 아니니 종류별로 섹션을 분류했다. 섹션마다 라벨을 달아놓고 페이지상단에 상품 종류별 CTA를 5개 추가 생성했다. CTA 클릭시 관련 있는 라벨로 바로 랜딩되게 퍼블리싱했다. 고객 입장에서 귀찮게 스크롤 내릴 필요 없이, 내가 관심 있는 섹션으로 바로 이동되게 만들고 싶었다.
단지 CTA 하나 바꿨을 뿐인데 고객들에게 훨씬 더 많은 후기 정보를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됐다. 그것도 줄곧 풀리지 않던 고관여 상품의 후기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획과 실행
이처럼 잠재 고객들의 구매 여정은 여러모로 사람의 동선과 닮아있다. 자주 가는 밥집, 자주 가는 카페, 즐겨보는 책, 음악을 듣는 시간대... 디지털 시대에는 이 모든생활 동선들이 쿠키나 캐시라는 데이터로 기록된다.데이터를 수집하고 보기만하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겠지만고객 행동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원하는 바를 요구하기가 쉽다. 동선에 맞춰 매력적인 콘텐츠를 내보이고 시선이 머무는 곳에 행동 유도 버튼을 넣어놓는 것처럼 말이다.그러니타인으로 하여금 무언가 행동하기를 원한다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의 눈에 보이는 곳, 행동반경 내에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넣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