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orney Jun 22. 2023

볶은 김치



나에게도 머릿속 어딘가에 있는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볶은 김치이다.


어릴적 초등학교시절에 도시락을 싸서 다녔는데, 볶은 김치는 내 친구가 매번 싸오던 반찬이었다. 

친구네 어머니께서 매번 똑같은 맛과 향으로 만들어 도시락에 넣어주셨다.

그 볶은 김치가 나의 미각,후각에 깊이 박혔던 것 같다.

어른이 된 나에게, 아직도 볶은 김치만 보면 그 친구, 특히 그 친구네 어머니가 생각난다.


내 반찬도 아니고 심지어 흔한 김치인데 왜이렇게 생각이날까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시절 나에게 김치의 또다른 맛에 긍정적인 충격이었던 것 같다.

원래도 좋아하는 김치에 고소한 들기름이 더해져 친구 반찬을 계속 뺏어먹고싶은 그 마력의 맛.


우리집 김치반찬으로는 항상 생김치, 신김치 그것도 아니면 김치찌개 정도였는데 김치가 볶음김치로 레벨업이 되는 순간 내게 밥도둑인 반찬이 되버린 것 같았다.

그 볶은 김치를 매 점심마다 같이 나눠 먹는데 친구보다 내가 더 많이 먹어버리는 느낌도 있었다.

심지어 거의 매일 싸오는데도 매일 맛있었다.

친구네 어머니는 아실까? 내가 볶은김치를 무척 좋아했던 사실을.


며칠 전 신 김치가 많고 참치캔도 있던 터라 볶은김치를 하는데 그 맛을 보는 순간 나도모르게 또 친구네 볶은김치를 떠올렸다. 그 상황이 신기했다. 

초등학교 시절이라면 보통은 생각도 안하고 사니깐 말이다. 문득 저 깊은곳의 기억이 우리엄마도 아닌 친구네 엄마의 반찬으로 떠오를수 있다는게 신기하고 신선했다.

덕분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초등학교 시절의 흐릿한 부분 주변 기억까지도 함께 꺼내게됐다.


아픈기억만 오래오래 남는것 같은데 좋은기억도 오래남을수 있고, 보는것 외에도 먹고 맡는 여러 감각들로도 오래 기억이 남을수 있다는걸 느끼며 간만에 짧고도 흥미로운 시간여행을 가졌다.



볶은김치 덕분에 그 친구는 절대 못잊겠네.

먹을때마다 '푸훗'하며 '또 생각나네' 하며 나 혼자 아무도 모르는 흥미로운 감정에 빠지겠네.



작가의 이전글 애플워치와 잠시 헤어지고말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