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후 풀잎에 무당벌레가 앉아있다
막내 딸아이 보자마자 반갑게
"아빠 친구다"한다
무슨 소린지 순간 아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아빠가 저 때 저 때 무당벌레는 아빠 친구라 했어"
그때서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된다
연애 때도 신랑 주위에선 무당벌레를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때 신랑이 그랬었다
자기 주변엔 무당벌레들이 모인다고
친구들 같다며
연애하고 결혼하고
16년쯤 흐르다 보니 까먹고 있었다
일곱 살 작은 아이가
아빠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엄마의 기억도 톡톡 두드려준다
살면서 작은 것들은 자꾸 잊고 산다
그럴 때 아이들이 그 기억을 찾아줄 때가 있다
그래
그랬었지
오늘은 잠시나마
그때를 추억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