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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ad Jun 30. 2019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다짐

나는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부끄럽지만 가끔 이런 핑계로 글에 정성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책을 출간하고, 그동안 써온 글들이 하나둘씩 쌓여갈수록 글을 쓰는 것이 더욱 조심스럽다.

일기장에 쓰는 글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내가 쓰는 글들의 대부분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글을 쓰기 전에 늘 다음의 두 가지 다짐을 하곤 한다.  


첫 번째, 그럴듯한 말(단어 혹은 문장)을 찾기보다는 그럴만한 글을 쓴다.

참고로 그럴듯한 말이 가지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애매모호한 표현(뜻이 분명하지 않아 다양한 해석이 가능)
- 불필요한 수식어 사용
- 관념적 또는 추상적 표현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이다. 일도 속도감 있게 처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일과 생활방식이 그러하다 보니 독서할 때도 정독보다는 속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간혹 재미있는 일이 있다. 속독을 했을 때는 꽤 괜찮은 글이라고 느꼈던 글이, 다시 정독을 해보면 도무지 무슨 말인지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1) 자신이 쌓고 싶은 '전문성의 방향'이 확보~

2)'미래적 가치가 담긴 커리어'

3) 직무와 산업의 '경험적 일관성'

(*앞뒤 문장이 있다면 더 이해가 쉽겠으나 사정상 일부만 발췌.)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해석 단계로 넘어가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의미 해석을 하는데 적어도 한 두 번의 버퍼링이 걸린다.


아마도 이런 의미일 것이다. (혹은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


1) 자신이 쌓고 싶은 '전문성의 방향'이 확보~  

자신이 쌓고자 하는 '전문분야'  

2) '미래적 가치가 담긴 커리어'                 

'가치 있는 경력' 

3) 직무와 산업의 '경험적 일관성'              

 '일관된 경험'


더 쉬운 말로 명확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음에도 불필요한 수식어를 붙이는 경우들이 있다.

또한 추상적인 개념과 단어 사용으로 문맥을 파악하기 어려운 글도 있다.

쉽게 읽히는 글이 모두 좋은 글이라 이야기할 순 없겠지만, 좋은 글은 대부분 잘 읽힌다.

중요한 것은 메시지 전달이다. 표현이 메시지를 가려서는 곤란하다.


두 번째, '알맹이'가 있는 글을 쓴다.

알맹이가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피나는 '퇴고'과정이 필요하다.
말은 주워 담기 어렵지만, 글은 고쳐 쓸 수 있다.
고쳐 쓸 수 있는데 고쳐 쓰지 않으면서 글을 잘 쓰기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우리는 '일필휘지[一筆揮之] '를 꿈꾸지만 대부분의 좋은 글 혹은 대문호의 글들은 피땀 흘리는 퇴고 과정을 거쳐서 탄생했다.

글은 프리스타일 랩과는 다르다.

명확한 목적이 있다.

프리스타일 랩은 생각나는 대로 느낌대로 말을 뱉어낸다. 했던 말을 반복해도 상관없다.

라임이 좋다면 더 매력적이다.

하지만 글은 반드시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언부언하지 않기 위해 불필요한 껍데기는 걷어내고 알맹이가 잘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 말은 쉼표 없이 쏟아내도 상대방의 표정, 제스처, 대화의 분위기 등을 통해서 맥락을 이해할 수 있지만 글은 말보다 정교해야만 정확한 의미 전달이 가능하다.


<Grit>의 저자 안젤라 더크워스는 재능은 노력을 투입했을 때 결과물을 얻어내는 속도라 했다.

비록 남들보다 느릴지 몰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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