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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ad Jul 25. 2019

왜 나는 나쁜 직원이
되어야만 했는가?

일을 시킬 때는 '남'처럼, 인정과 보상을 할 때는 '형제'처럼 대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희망사항일 뿐, 사실 둘 사이에는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간혹 일시킬때는 형제처럼, 인정과 보상은 남에게 하듯 하는 리더분들이 계십니다. 


"때로는 쌍욕도 좀 하고, 심한 말 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돼. 
그래야 함께 일을 할 수 있어."


솔직히 그런 관계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런 관계가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개인적으로는 그런 관계를 만들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막말 자유이용권'을 부하직원에게서 얻으려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하직원에게 '면죄부'를 구하지 마세요.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리더분들 중에는 자기 부하직원이 본인과 같이 비슷한 행동을 하면 극렬하게 지적하고 질책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도덕적 우월감' 때문입니다. 

나의 막말과 너의 막말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하는 말은 상대방을 진정 위해서 그러한 것이고 네가 하는 말은 화풀이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어느 쪽이건 막말하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귀인 오류'입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 이하면 불륜'이라는 논리와 같습니다. 

내 말은 상황적인(마땅한) 이유가 있어서고, 네가 막말하는 건 인간 됨됨이에 문제가 있어서인 것이죠. 


후배가 하소연을 합니다. 

리더 분과 면담을 했다고 합니다. 대화를 하던 중에,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대응'을 하던 중이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대화는 서로가 하는 것이니까요. 

상사분께서는 부하직원의 태도와 눈빛, 말투까지 지적한 모양입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귀에 거슬리는 단어와 말들을 재구성하여 부하직원의 생각을 불경한(?)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이렇습니다. 

대화 중에 발생하는 모든 갈등은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쌍방과실일 확률이 높습니다. 상대는 내가 말하는 방식과 태도에 맞춰 대응하게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옆사람이 하품을 하면 나도 따라 하품을 하게 되고, 상대가 웃으면 나도 따라 웃게 되어있습니다. 미러링 효과 때문이죠.) 나는 안 그랬는데 상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언젠가 제가 모시던 리더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상사는 부하직원에게 화 낼 권리(권한)가 없다."라고 말입니다. 

참 마음에 와 닿는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런 말을 한 분께서 불 같이 화를 내셨습니다.


일을 할 때는 그 누구보다 원칙과 기준 그리고 논리와 객관성을 따져 묻는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는 왜 그렇게 융통성을 부리고, 개인적인 감정을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일까요?


리더의 최고의 덕목은 '일관성'입니다.

일관성에서 신뢰도 생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친놈'이라도 일관적으로 미친놈이면 (믿고 따르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적어도 예측은 가능하기에 덜 힘듭니다. 그러나 남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원칙과 기준이 매번 바뀌는 사람과는 함께 일하기 어렵습니다.

어느 장단에 맞춰줘야 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리더 밑에서는 자기 주관을 가지고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쁜 직원이 되기로 했습니다.

막말을 받아주는 것은 스스로 노예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입을 막고 상대의 말에 귀를 틀어막는 행동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닙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제도나 시스템이 있어도 내가 그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명문화된 다짐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제도나 시스템은 우리의 노력에 후행합니다. 

나를 위한 노력은 곧 우리 모두를 위한 노력과도 같습니다.

나의 행복 추구는 우리 모두의 행복과도 연결됩니다.


건강한 사람, 건강한 조직, 건강한 성과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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