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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ad Jul 26. 2019

직장인이 어때서!?

'너는 명함 빼면 뭐가 남니?'

오늘은 약간 삐딱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자영업 혹은 프리랜서 선후배들을 만나면 간혹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너는 명함을 빼면 뭐가 남니?"


참 대답하기 싫은 질문입니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질문이기도 하지요.

솔직한 제 속마음은 이렇습니다.

'오지랖도 참 넓으시네요'


개인적으로 직장인은 회사를 그만두면 백수가 되지만, 직업인은 회사를 그만두어도 그 업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제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그러한 질문을 던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물론 저는 개인적으로 직업인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직장인을 비하하거나 후배 직원들에게 직업인이 되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직업인이 되면 무엇이 좋은지 이야기할 뿐입니다. 직업인으로서의 삶이 직장인으로서의 삶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아니며,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개인의 몫입니다.


반대로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1."명함을 빼면 꼭 무엇이 남아야 하나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직업인으로서의 삶이 직장인의 그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0~30년 직장 생활하다가 은퇴하고 본업과 전혀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요.

백수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치킨집을 창업 할 수도 있습니다.

걱정돼서 하는 이야기인 것은 잘 알겠지만 그 걱정은 남이 해줄 일이 아닙니다.


2."그런데 왜 명함을 뺀다는 가정을 해야 하나요?"

중간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 어떻게 하냐고요?

직업인의 바운더리가 있다면 직장인의 바운더리가 있습니다.

회사생활 엉망으로 한 사람 아니면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릴지언정 다 각자 일 찾아서 취업 잘합니다.


3."모두가 똑같은 역할을 해야 하나요?"

갑과 을의 계약 관계 속에서 보통 갑은 오더를 내리고 을은 그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을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내 힘으로 이런 일들을 다 할 수 있지만 너는 오더만 할 줄 알지 네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

역할이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면 세상 모든 일이 불공평해집니다. 

다소 극단적인 비유이긴 하지만 육지에서 사는 동물이 물고기에게 "넌 바닷물 다 말라버리면 어떻게 살거니?"라고 질문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직장인에게 명함은 직장인으로서의 증명서 같은 겁니다.

프리랜서 혹은 자영업자의 사업등록증처럼 말입니다.

그럼 반대로 물어보지요.

"당신은 사업등록증 빼면 뭐가 남습니까?"


명함이 곧 그 사람의 실력을 말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명함이 필요 이상으로 나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명함이 사라진다고 내가 빈껍데기가 되지는 않습니다.

명함도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가진 능력과 역량을 보증하지는 않더라도 신뢰할만합니다.


그러니 함부로 "너는 명함 빼면 뭐가 남니?"라는 질문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좋은 조언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일방적으로 설파하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로 하여금 사고의 폭 혹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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