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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ad Mar 03. 2020

재택근무의 함정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보여줄 수도 없고... 원!"

뜻하지 않은 코로나 사태 덕분에(?) 반강제적 재택근무에 돌입했습니다.

예상대로 재택근무의 장점은 명확했습니다. 효율적인 시간관리/업무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를 지원해주는 IT기술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재택근무의 제한점을 찾다 보니 의외의 곳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실시간 소통이 안 되는 경우, 혹시 다른 일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지는 않을까?'라는 두려움과 불안감이라는 것입니다. 직원들의 괜한 염려든, 리더들이 '직원들이 일을 알아서 잘할까?'라는 의심을 품고 있기에 발생한 일이든 개개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충분히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재택근무의 핵심은 '자율성'입니다. 이러한 자율성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신뢰'라는 대전제가 필요합니다. 불신을 경험한 이들이 신뢰를 경험한 이들에 비해 '자율적 제어(자기 통제능력) 능력'이 저하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듯이, (로체스터대, 2012)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재택근무의 성패는 직원들이 가지는 신뢰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뢰의 문제는 어디에서 생기는 것일까요?
또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일까요?


저는 이러한 신뢰의 문제를 보수적인 한국의 기업문화 탓만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보다는 인간이 가지는 '자기 편향 오류'와 연관 지어 해석을 해볼까 합니다.


인간은 타인의 공로보다 자신의 낸 성과에 대해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이 낸 성과는 과대평가하고, 반대로 과오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것입니다.

이를 '자기 고양적(중심적) 편향(Self-serving Bias)'이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인지적 오류는 다음의 두 가지로 부연설명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해석 수준의 차이'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타인과의 심리적인 접근 거리의 차이에 따라 사물과 현상을 다르게 접근하고 해석합니다. 이를테면 자신에 대해서는 자신이 한 행동의 구체적이고 부분적인 것 까지 세세하게 주목하는 반면,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전체적이거나 추상적인 차원에만 머무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작성한 기획안에 대해서는 기획안을 작성하기까지의 설문/인터뷰, 벤치마킹, 전문서적 참고, (논리적 분석과 체계적인 사고 과정을 통한) 보고자료 작성 등 매우 세부적인 내용들까지 모두 기억해냅니다. 하지만 타인의 기획안을 살펴볼 때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은 대부분 생략한 상태로 인식을 합니다.

조직원들은 교육부서가 하는 일을 단순히 운영단(교육현장)에서 하는 일 수준에서 평가를 하곤 합니다. 속된 말로 참석자 체크, 강사 관리, 교육생들 간식/음료수 챙겨주는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교육과정 설계, 결과 분석 단계에 더 많은 Input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잘 보지 못합니다. 그 일을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알아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떠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소유 효과'입니다. 

똑같은 물건이라도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가치 있게 느낍니다.

옷장 정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옷장 정리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대한 가치평가의 객관성에 달려있습니다. 자주 입지 않는 옷, 중고장터에 내어 놓아도 팔리지 않는 옷은 과감하게 버려야 합니다. 중고장터에 물건을 팔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판매하고자 하는 물품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기 위해서는 반대로 내가 내놓은 물품을 중고시장에서 구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얼마를 주고 매입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하지 못합니다. '이 옷은 생일 선물로 받은 옷이야!', '이거는 00 브랜드 제품이야' 등등의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를 더하곤 합니다. 가치평가의 기준을 내가 아닌 시장의 기준으로 돌려야만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재택근무에 몰입을 할 수 있을까요?

앞서 신뢰가 대 전제라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신뢰는 '우리 앞으로 서로 믿고 신뢰하자!'라고 외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소통방식, 윤리의식 등의 유무형의 가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들이 발현이 되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구호나 외침이 아닌 이를 현실 속에 구조화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1)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을 정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원칙과 기준 이외의 것들은 강제하지 않는다는 서로의 약속과 합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 시 팀 커뮤니케이션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합의하고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오전(08:00), 오후(16:30) 팀 미팅 시간을 제외한 경우, 실시간 답변은 하지 않아도 된다.


2) 타인의 노력과 성과 혹은 기여도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 필요합니다. 그러자면 상대를 잘 '관찰'해야 합니다. 내가 한 일은 그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압니다. 하지만 타인의 노력과 성과는 그렇지 않습니다. 꼼꼼히 살펴야 하고, 필요하면 기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팀장으로서) 연말평가 Back-Data용으로 개인별 업무수행 현황 자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과정 기획/운영/평가 각각의 단계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했고, 과정 설계를 위해 누구를 만났고(인터뷰), 어떤 도구를 활용했고(설문), 필요한 지식/스킬 습득(학습과 성장)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를 기록합니다. 가끔 연말에 '올해 평가는 직원들 위해서 내가 희생했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것이 사실인지 아니면 단순한 자기 위로인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이를 재택근무에 적용해 보면, 
개인별 일일 업무 현황(팀원)과 팀 일일 업무 현황(팀장)을 작성하고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는 서로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 타인의 노력과 업무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혹자는 이러한 업무 일지 작성이 직원들의 자율성을 저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특히 재택근무 시행 초기임을 고려한다면)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더 클 것이라 기대합니다. 매일 각자의 업무에 대한 점검 및 리뷰를 통해 시간/업무관리 역량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보니, 일지 작성은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지 않았고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직원들의 업무 태도를 염려하기에 앞서, 일일 완료해야 하는 업무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꼭 완수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면 누가 보던 그렇지 않던 자신의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결국 핵심은 직원이 아닌 리더의 관리 역량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택근무를 서둘러 시행하는 조직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마 각자 많은 고민들과 러닝 포인트들이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기회에 미래의 근로환경 형태의 변화를 미리 체험해보고 혁신의 길목에서 낙오하지 않도록 열린 마음으로 이를 잘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임을 믿습니다.

모두들 건강한 모습으로 굳건히 서 계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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