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킹이 중요한 이유
회사가 개인을 선택할 때 살피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신뢰성(reliability)’과 ‘유능성(Competence)’입니다.
물론 두 가지 요소는 모두 중요합니다만, 회사와 개인 간에는 약간의 시각차가 있습니다. 회사는 신뢰성이 우선입니다. 새로 온 사람이 적인지 아군인지를 판별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개인은 대체로 유능성을 강조합니다. 그러다 보니 간혹 (이직한) 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자신의 유능함을 과시하려는 경력직 분들이 있습니다. 이는 되려 회사 내 지지기반을 흔들어 자칫 조기 정착이 아닌 조기퇴직이라는 불행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과 회사 모두에게 큰 손해입니다. 회사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 협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협업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MIT 벤저민 와버(BenjaminN.Waber)는 미국 대형 은행의 콜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매일 일정 시간 이상 직원 간 담소를 나누도록 하고, 3개월 후 그 효과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콜 처리 속도는 평균 8%가 증가했고 직원 만족도는 10% 이상 높아졌습니다. 근무 시간 내에 사소한 잡담이라도 직원들 간 정서적인 공감과 교류 활동이 이루어지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네트워킹(이하 인맥)’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웃고 떠들고 함께 어울리는 관계를 인맥이라고 하에는 무언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사내에서의 인맥을 이렇게 정리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의 경력개발에 도움을 주는 사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회사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경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죠? 그렇다면 네트워킹의 목적에 따라 나만을 위한 개발지원관계망을 만들고 다양한 인맥을 쌓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트워킹의 세 가지 목적 & 관리 방법
첫째, 업무수행을 위한 관계관리입니다.
업무수행에 도움이 되는 지식과 정보 그리고 자원을 얻기 위함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관계의 질’입니다. 다수의 사람이 아닌 필요한 사람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사내 인맥을 형성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키맨’을 찾는 것입니다. 찾는 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비즈니스 연결고리 상에서 나의 업무와 가장 유관한 부서에 있는 사람. 직급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협업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키맨입니다. 관계의 강도가 높을수록 더 양질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름길 혹은 왕도(王道)는 없습니다.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습니다. 대학생들에게 총 12장의 얼굴 사진들을 무작위로 여러 번 보여주고 호감도를 측정했습니다. 사진을 보여주는 횟수를 0회, 1회, 2회, 5회, 10회, 25회 등 6가지 조건으로 구분하고 호감도를 체크했는데, 사진을 보여주는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호감도 역시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많이 만나고 많이 대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미입니다. 점심 혹은 동아리 활동과 같이 의도적인 만남을 계획하거나, 이메일 대신 전화 또는 대면 형태의 (스킨십을 높일 수 있는) 소통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업무 협조를 받은 경우, 간단한 감사 인사와 더불어 (상대에게 약간의 심리적 부채 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음료수 혹은 소소한 간식거리를 함께 건네는 것도 좋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생일을 챙겨주는 것도 관계의 연결에 도움이 됩니다. 간혹 그다지 하지 않다고 느꼈던 사람들이 생일에 기프티콘을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했나?"라는 놀라움과 더불어 상대에 대한 호감, 새로운 관계 형성의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일정 기간 은 내 시간과 월급의 10%는 관계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속이 편할 수도 있겠습니다.
흔히 사내 인맥이라고 하면 타 부서 직원들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인맥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내 직장생활의 경력과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팀 리더'입니다. 조직 생활의 성패의 9할 이상은 팀 리더에게 달려있습니다. 업무 범위, 성장경로, 평가와 보상, 조직적응, 조직생활의 만족감/행복감 등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좋은 사내 인맥이 있어도 팀 리더와의 관계가 좋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또한 애초부터 팀 리더와의 관계가 좋지 못하면 사내 인맥 자체를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한 키맨을 찾는 일도 팀 리더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합니다. 이직한 회사에서 상사에게 가장 먼저 했던 질문은 "누구와 친해져야 하고, 누구와 거리를 두어야 합니까?"였습니다. 고맙게도 상사는 조직도에 검은색, 빨간색, 초록색 세 가지 색을 활용하여 사내 네트워킹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주었습니다. 검은색은 업무 및 인간관계에 있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으로 가급적 거리를 두어야 할 그룹이었습니다. 빨간색은 업무적으로는 도움이 되나, 협업 시 커뮤니케이션에 유의해야 할 그룹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초록색은 업무적으로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 나에게 호의적일 확률이 높으며, 조직에 정착하는데 많은 지지와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덕분에 빠른 시간 안에 키맨들을 내편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사내 인맥이 되는 리더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앞서 언급했듯이 물리적, 정서적인 접촉점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만일 접촉점이 늘어났음에도 관계를 풀어나가기 어렵다면 최대한 상대의 장점에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5개의 서로 맛이 다른 초콜릿이 놓여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가장 맛없는 것부터 먹는다고 생각하면 결국 5개의 초콜릿은 순서만 다를 뿐 모두 맛없는 초콜릿이 되고 맙니다. 반면에 맛있는 순서대로 먹는다고 생각하면 5개의 초콜릿은 모두 맛있는 초콜릿이 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점부터 하나둘씩 찾아보면 장점이 많은 사람이 되고, 단점부터 짚어 내려가면 단점밖에 없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그 외에도 상사를 불안하게 하지 않고(일관성 유지), 나의 효용가치를 지속 증명하며, 불필요한 논쟁은 피하고, 적절하게 칭찬 메지시를 전달하는 것이 리더와의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둘째, 사내 평판을 위한 관계관리입니다.
아무리 좋은 씨앗도 토양(구성원의 지지와 관심)이 좋지 못하면 열매를 맺기 어렵습니다. 사내 평판은 개개인의 토양과도 같습니다. 사내평판관리를 한다는 것은 나의 인적 네트워킹 망을 보다 촘촘하게 만든 것과도 같습니다.
사내 평판 관리를 위한 몇 가지 활동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모 기업 월례 조회에는 ‘3분 Speech’ 코너가 있습니다. 대상도 주제도 자율입니다.
주로 경력직원들이 많이 참여합니다. 자신이 어떤 경험과 지식을 갖추었는지, 회사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등을 발표합니다. 경력직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잘하는 것들을 Showing-off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직원들 입장에서는 새로 합류한 동료에 대해 이해할 기회가 되어 좋습니다. 만일 자기 PR을 할 공식적인 플랫폼 혹은 기회가 존재한다면 그 기회를 꼭 잡아야 합니다. 단, 상대가 나의 능력을 과하게 확대 평가하는 일이 없도록 가급적 정량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기획업무에 강점이 있습니다”라는 표현보다, “적정인력 산정 프로젝트에 두 번 정도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내 TFT 공모를 진행하다 보면 누가 TFT 요원으로서 적합한지 고민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결국 기회는 평소 적절한 자기 PR을 해왔던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사내 강사 활동 역시 평판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직무역량 혹은 '나'라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구성원들에게 홍보할 좋은 기회입니다. 아울러 주요 인사 관계자와도 끈끈한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셋째, 경력개발을 위한 관계관리입니다.
경력설계에 도움을 줄 멘토 1~2명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멘토는 반드시 직무에 대한 이해는 물론 심리적인 지지와 동기부여가 가능한 멘토여야 합니다.
경력개발은 특정 점에 몰아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루하루 꾸준히 관리하고 쌓아나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옆에서 내가 처한 상황과 고민의 역사를 충분히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사외 멘토의 경우, 아무래도 일반적인 수준의 조언과 도움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멘토는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의 경우, 철저하게 계획된 멘토링으로 멘토 Pool이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개인 차원의 멘토링은 다릅니다.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굳이 멘토가 되어달라고 요청할 필요도 없습니다. 마음과 뜻이 맞는 사람을 선택하고 개인 고민 혹은 경력 관련한 조언을 구하면 될 일입니다. 외부 네트워킹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동종업계 네트워킹 모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보통은 업종별, 직무별로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모임이 있습니다. 만일 모임이 없다면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동종업계 중 경쟁사 상위 5개 내외의 회사를 선정하고, 각 사 인사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컨택포인트를 확인합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링크드인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연결고리를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동종업계 모임 유익한 이유는 단순히 벤치마킹 정보를 얻는 데 있지 않습니다. 현재 내가 업계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 있는 사람인지 가능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는 경력개발을 위한 좋은 동기부여가 됩니다. 대학원 진학 역시도 좋은 인맥 관리방법의 하나입니다. 인맥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동종업 모임보다 더 나은 점도 있습니다. 여타의 인맥보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대학원 인맥을 통해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비즈니스 관점의 경력관리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ex:링크드인) 주기적으로 경력을 업데이트하고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용자로부터 경력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직무 관련 인맥은 개인에 따라 인맥의 품질 차이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경력 관련 플랫폼을 잘 활용하면 누구나 동일한 품질의 정보 혹은 조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도 저도 어렵다면, 양질의 네트워킹을 가진 사람(혹은 마당발)을 내 편으로 만들고, 그의 인맥을 공유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인맥을 연결해 준 이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관계 형성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면, 인맥이 있는 곳에 이정표가 있습니다.
뜻을 세우고, 함께 할 좋은 동반자를 내 옆에 둔다면 새로운 조직 생활도 두렵지만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