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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ad Aug 13. 2017

공부머리와 일머리는 어떻게 다른가?

블라인드 채용이 의미 있는 이유

인사부서에서 오랜 시간 일해 오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학력과 업무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아니므로, 정답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러할 것이라 추측할 뿐이지요.


물론 비슷한 연구결과는 있습니다. 1998년에 미시간주립대 교수가 '인사 심리학의 선발방식에 따른 타당성과 유용성'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라고 일을 더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관련기사 : [블라인드 채용] “학벌 좋은 사람이 일 잘할 확률은 20% 미만” / 한국일보 / 2017.8.12 / 박선영 기자


사실 한국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직무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과 역할에 대한 기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학력을 우선으로 채용하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이는 그들의 '학습능력' 때문입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들이 보유한 '학습능력'만큼은 충분히 긍정적이고 매력적인 요소로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학습능력'만으로 일을 잘할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또한 그 학습능력이 과연 직장생활에서도 충분히 유의미한 것인지는 찬찬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크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기본 요소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방향성'입니다.  

일을 통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기대하는 일의 결과물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의견과 아이디어 혹은 해법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의사결정권자가 의도한 바와 다르다면 성과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신속성'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주어지는 업무들이 많이 있습니다. 애초부터 정해진 과업과 일정에 따라서만 일을 할 수 있다라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의 정확도보다는 신속성입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빨리 실패하고, 빨리 교훈을 얻는 애자일 조직의 문제 해결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는 '디테일함'입니다.

모든 업무의 기본은 정교 함입니다. 1%의 영감은 99%의 노력에서 나옵니다.

창의적 사고가 가능하려면 기본적으로 많은 경험과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융통성이란 것도 전체 업무를 온전히 장악하고 난 뒤에야 가능한 것입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디테일함에서 좌우됩니다.

2할의 타율로는 야구선수를 업으로 삼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2할 5푼의 타율은 프로선수로서의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0.5의 차이로 업이 달라집니다. 0.5의 차이는 바로 디테일의 차이입니다.



네 번째, '지속성'입니다.

뭐든 꾸준해야 합니다. 내가 생각하고 계획한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는 것은 꿈속에서나 가능합니다.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습니다. 영업직원들은 고객들로부터 거절을 당하고, 사무직원들은 어렵게 만든 보고서와 기획안을 상사로부터 퇴짜 맞기 일수입니다. 하지만 이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특히 직장 초년생들에게는) 우리는 거절당하고 또 선택을 받는 과정을 거치면서 배우고 성장합니다. 거절당하는 것이 두렵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속하는 힘. 그 힘이 우리를 직장생활로부터 진정 자유케 할 것입니다.


학력이 높은 직원들의 경우 신속성, 정확성에는 크게 부족함이 없지만, 방향성과 지속성의 요소들에서 다소 아쉬운 점들이 있습니다.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보면,


첫 번째, 학력이 높은 사람은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에 익숙합니다.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란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하나의 구체적인 정답을 찾아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상당 부분은 딱히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최선의 해결방법을 찾아내고, 또 그것이 정답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 때문에 직장에서는 수렴적 사고보다는 확산적 사고가 훨씬 유용합니다.

'확산적 사고란(divergent thinking)'란 하나의 정확한 정답보다는 여러 개의 가능성 있는 해답을 산출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수렴적 사고가 정답을 찾는 과정이라면, 확산적 사고는 대안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확산적 사고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통찰력, 상황판단능력, 정치적인 센스, 전문지식, 네트워킹 능력 등이 필요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았을 때 이 중에서도 정치적 센스, 네트워킹 능력이 가장 개발하기 어려운 영역에 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정답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 정답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이러한 상황을 잘 받아들이거나 이해하지 못합니다.



두 번째, 수용성의 문제입니다. 

오랜 시간 질책보다는 칭찬을 많이 받아온 사람들입니다. 무엇이 정답 혹은 옳은 대답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자신은 늘 옳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질책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팀워크를 바탕으로 하는 작업은 여러모로 불편하기만 할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성과는 혼자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직급이 높아지면 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리더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성과를 내는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리더가 되기도 어렵습니다.

개인기에 익숙한 이들이 작은 일에도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처가 단순한 불평, 불만으로 그쳐서는 곤란합니다.

'이 회사는 정녕 나의 진가를 알아주지 못하는구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종국에는 자신이 제시한 정답이 맞다고 인정해주는 회사를 찾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학력이 좋은 사람을 뽑지 말라는 소리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핵심은 SKY 냐 비주류 대학이냐라는 기준으로만 사람을 뽑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학력은 수많은 평가 요소들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그것도 업무성과와의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은)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에 필요한 인재의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뽑는 것입니다. 막연한 기대감 혹은 불안감으로 사람을 뽑기에는 '사람'이라는 자원이 미치는 영향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조직원 혹은 지원자들은 내가 일머리를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점검하고 돌아보아야 합니다. 또한 구직 혹은 경력개발을 위해 필요한 모든 역량을 개발하려는 노력보다 내가 가진 핵심역량을 필요로 하는 조직을 정조준하여 경력을 쌓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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