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remy Cho May 03. 2016

모바일웹(mWeb)은 죽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 '웹의 종말'이라는 말이 업계 내에서 심심치 않게 들렸습니다. 빠른 속도로 유저들이 데스크톱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모바일 내에서는 모바일앱(mApp)이 훨씬 더 직관적인 UI와 다양한 기능을 앞세워 모바일웹(mWeb)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었습니다. 실제로 시장에 쏟아져 나온 데이터들을 보면 당장이라도 이 전망이 곧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것 같았습니다. 데이터 소스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모바일 사용시간 중의 80% 이상이 mApp에서 이루어지고, 불과 20% 미만의 시간만이 mWeb에서 쓰인다는 조사 결과가 잇달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지금껏 수많은 업체들이 너도나도 자사의 앱을 만들어 왔고, 그 앱을 홍보하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자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다시 mWeb이 '부활'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모바일 비즈니스 = mApp'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제는 다시 한 번 모바일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해봐야 할 때입니다. mWeb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모바일의 빠른 성장. 그 중 86%의 시간은 mApp에서 사용된다 (출처: comScore)

통계의 착시효과

앞서 모바일 사용시간 중의 80% 이상이 mApp에서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만, 이 숫자를 그냥 받아들이기에 앞서서 유저가 이 많은 시간 동안 어떤 앱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좀 더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유저가 mApp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지만, 그 시간을 우리 앱에서도 쓴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comScore의 2015년 U.S App Report에 따르면 유저가 앱에서 사용하는 시간 중의 80%는 SNS나 메시징, Entertainment 카테고리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즉, 유저가 많은 시간을 mApp에서 보내는 것은 맞지만 그중 대부분의 시간을 (쉽게 한국의 예를 들자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카카오톡 그리고 몇 개의 음악/유튜브/게임 앱에서 사용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통계의 접근 방법을 달리하여 유저가 상위 몇 개의 앱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을 사용하는지를 살펴보면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좀 더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아래 차트에서 볼 수 있듯이 가장 많이 쓰는 Top 3개 앱에서의 사용시간이 78%에 달하고, 이를 Top 5로 확대하면 88%까지 늘어납니다. 바꾸어 말하면, 유저의 Top 5 앱에 들지 못한다면 유저가 우리 앱을 많은 시간 동안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진다는 것입니다. 앱의 개발 및 유지비용, 앱 다운로드를 위한 마케팅 비용을 생각하면, 어쩌면 앱은 불필요한 플랫폼 인지도 모릅니다.

유저는 Top 5개의 앱에서 거의 90%의 시간을 사용한다 (출처: comScore)

mWeb vs. mApp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그토록 mApp에 목매왔던 것일까요? 우리가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할 때에 몇 가지 중요하게 염두에 둬야 할 부분들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몇몇 포인트를 아래에 나열해 보면,


1) 모바일(터치스크린) 친화적인 UI

2) 플랫폼의 속도

3) 푸쉬 알림(Notification)을 이용한 마케팅

4) 홈스크린 아이콘 생성을 통한 유저 유입

5) 유저의 로그인 상태 및 정보 유지

6) 오프라인 혹은 약한 네트워크에서도 접근 가능성


등을 들 수 있습니다. eMarketer의 2015년도 리서치(링크)에 따르면 쉬운 UI와 빠른 속도가 각각 79%와 73%의 득표로 유저들이 모바일에서 가장 많이 고려하는 항목들이었고(1, 2번), 유저의 플랫폼 재방문을 유도하는 User Re-engagement 마케팅은 항상 모바일 마케팅에서의 최우선 과제들이었습니다(3, 4, 5번). 또한 인도나 동남아, 남미와 같은 'Next 1B Markets'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기술적 뒷받침(6번)도 주요 고려사항 중의 하나입니다. 이들 6가지의 항목들에 대해서 mApp과 mWeb의 기능을 서로 비교해보면, 그동안 왜 우리가 mApp을 필수적으로 가져가야만 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여태껏 mWeb은 이러한 기능들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웹의 종말'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mWeb vs. mApp (출처: www.thorntech.com)

Progressive Web Apps의 탄생

하지만 최근에 mWeb 개발기술의 발전과 크롬(Chrome)과 같은 웹브라우저의 진화로 Progressive Web Apps(PWA)가 등장하면서 이 간극이 확연히 줄어들었습니다. UI와 구동 속도는 mApp 못지않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고, 푸쉬 알림, 홈스크린 아이콘, 유저 정보의 (안전한) 저장 기능(Smart Lock for Chrome)도 동일하게 구현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Service Workers의 도입으로 오프라인에서의 작동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 말인즉슨, mApp을 꼭 개발해야만 할 가장 중요한 이유들이 사라진 것입니다. 


인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Flipkart(*안드로이드용 크롬에서 꼭 들어가 보세요)는 이 PWA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 때 인터넷의 미래는 모바일에 있다며 모든 비즈니스를 mApp으로만 운영하겠다고 선언한 적도 있었습니다만, Flipkart Lite라는 PWA 기반 mWeb의 엄청난 성과에 그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기사)  이 PWA를 통해서 그들은 이전과 비교해 3배에 이르는 유저의 사이트 체류시간,  70% 이상의 전환율 개선, 그리고 심지어 2G에서도 동작하는 사이트 속도를 보여주며 다수의 매체로부터 'mWeb의 미래'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Progressive Web Apps (출처: appindex.com)

mWeb의 미래

mApp에는 치명적인 몇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Play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매번 업데이트를 해야 하며, 결정적으로 앱 내의 정보가 검색엔진이나 타 매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지 않습니다. (물론 Google App StreamingDeep-linking 같은 기술이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반면 mWeb은 이러한 치명적인 단점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습니다. 독립적으로 운영이 가능하고, 사이트의 업데이트는 실시간으로 반영되며, 검색엔진이나 SNS 등의 타 매체를 통해서 사이트 내의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듯이 몇몇의 최상위 앱을 제외하고는 확연히 떨어지는 mApp 사용시간, mApp을 개발/유지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 마지막으로 여러 개의 플랫폼을 동시에 유기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 등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mWeb의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지도 모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터넷 공룡, Yahoo가 쓰러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