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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emy Cho Oct 07. 2017

위대한 회사의 평범한 신입사원(1)

국내편

내가 대학생활의 마지막 인턴쉽을 했던 컨설팅 회사는 오래도록 꿈에 그리던 회사들 중 하나였다. 내가 공대생으로서 엔지니어가 되는 길을 접고 비즈니스와 관련된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꿈꾼 회사였다. 때문에 그런 꿈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현직 컨설턴트 분들은 자연스럽게 내겐 너무나도 대단하고 거대한 존재로 다가왔다. 뭐랄까, 부럽다는 감정과 동시에 일종의 경외감마저도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사람들과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고, 또 한편으로 나의 능력과 재능을 그분들에게 평가받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 두 달 남짓의 인턴쉽을 통해서 나 스스로도 내가 앞으로 이 정도의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정도인지, 소위 말해 그만한 '깜냥'이 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 인턴쉽 성적표에 따라서 내 꿈은 어쩌면 그 자리에 가까스로라도 턱걸이하거나 아니면 또 한 번 좀 더 현실적인 선으로 후퇴할지도 모를 터였다.


이러한 이유로 인턴쉽 초반의 나는 굉장히 초라해질 수밖에 없었다. 새로 받은 노트북도, 회사의 시스템도 아직 낯설기만 한데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절로 긴장하고 주눅 들게 마련이었다. 아울렛에서 산 나의 기성정장과 컨설턴트분들의 고급스런 맞춤정장 사이의 대비만큼이나 나는 작아졌었다. 그럼에도 나는 언젠가 여기 이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고, 그러기 위해선 문자 그대로 '잘' 해야 했다. 나는 그 시작이 언제나 마음가짐과 자신감에서 출발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마치 주문처럼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것이었다. 대략 예닐곱 문장으로 쓰여진 편지에는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으니 주눅 들지 말고 좀 더 당당해지자는 다짐과 꿈꾸던 일이 목전에 왔으니 하던 대로만 차분히 잘 하자는 격려가 담겼다. 나는 매일 아침 이 편지를 읽으면서 정신적으로 굉장히 많은 위안을 얻었다. 담담히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가도, 꼭 끝에는 가슴이 먹먹하고 또 벅차올랐던 시간들이었다. 


그런 간절함이 통해서였을까, 나는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인턴쉽을 잘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이만하면 나도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정말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 꿈이 더 이상 작아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스스로에게 보내는 격려의 편지는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세계 최고의 회사.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가장 혁신적인 회사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자주 이런 화려한 문구들로 소개되었던 구글. 시간이 흘러 바로 그 구글에 처음 입사할 때도 나의 심정은 인턴쉽 때의 그것과 엇비슷했다. 국제전화로 연락 오는 외국인 리크루터, 면접을 볼 때 느껴지던 면접관들의 아우라, 그리고 그들의 어깨너머로 비치던 사뭇 다른 분위기의 사무실. 그런 구글이라는 회사는 아직 대학 졸업장도 갖지 못한 사회초년생에게는 굉장히 거대한 존재였다. 심지어 나는 신입사원 연수라든가 같은 날 동시에 입사하는 입사동기 한 명 없이 합격 발표 1주일 만에 갑자기 대학생에서 직장인이 되어버렸는데, 이 모든 급작스런 변화들이 이 위대한 회사를 더욱 위대해 보이게 만들었다. 그와는 반대로 한없이 평범한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점점 더 위대하지 못한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나는 또다시 인턴쉽 때와 비슷하게 점점 작아져가는 나를 느꼈다. 입사의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이 회사에 어울리는 일원이, 평범을 너머 비범한 일원이 되고 싶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구글에 입사한 동료분들이라면, 그것도 심지어 나보다 먼저 시작하신 분들이라면 당연히 나보다 더 많은 경험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또 당연히 그동안 누구 못지않게 최선을 다해왔을 것이었다. 그런 동료들을 따라잡아서 함께 보조를 맞추려면 나에겐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런 첫걸음으로 내가 이 회사에서 어떠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인지 분명한 목적을 정의하고, 그 모습을 머릿속에 선명한 이미지로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다. 주말에 텅 빈 사무실에 혼자 출근해서는 오랜 고민 끝에 나 스스로의 목표를 '팀에서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 되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조금 더 구체적인 이미지로 '나의 매니저가 본인의 매니저로부터 당장 내일까지 급하게 무언가를 해달라고 요청받았을 때, 그때 믿고 일을 부탁할 머릿속에 떠오르는 바로 그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내가 지향해야 할 나의 모습을 형상화했을 때, 그 때야 비로소 내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렇게 2년쯤의 시간이 흘렀다. 나 스스로 내가 팀에 필요한 가치를 창출해내는 팀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기까지 적지 않게 걸린 시간이었다. 나는 마침내 회의에서 자신 있게 내 의사를 피력할 수 있게 되었고, 많은 클라이언트 분들 앞에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아가며 함께 일하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APAC 최고의 영업사원으로 뽑혀보기도, APAC 최고 혁신상 수상자가 되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뻤던 것은 그러는 동안에 오래도록 점점 쪼그라들기만 했던 내 꿈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내게 새로운 가능성이 비친다라는 그 멋진 일이,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그 일이 내게도 생겨났다. 내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어 졌다. 


나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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