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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emy Cho Apr 07. 2018

희망의 기술, 책 출간 뒷 이야기

16주에 걸쳐서 연재했던 '희망의 기술' 위클리 매거진을 마무리하고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업데이트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한 번도 표현하지 못했지만, 먼저 그동안 이 매거진을 좋아해 주시고 구독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그동안 저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 사이 가족 구성원이 한 명 더 늘어나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었으며, 감사하게도 기회가 닿아 '희망의 기술'을 책으로 펴내게 되었습니다. 지난 늦가을, 한국으로 날아가 계약서에 사인을 할 때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벚꽃이 흩날리는 지금에야 드디어 출간된 저의 첫 책을 바라보는 소회가 사뭇 오묘합니다.


오늘은 책의 표지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었던 글의 집필 의도와 바뀐 제목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원제는 브런치의 위클리 매거진과 같은 '희망의 기술'이었습니다. 희망의 기술(技術)이라 읽으면 자기계발서가 되고, 희망의 기술(記述)이라고 읽으면 자전적 에세이가 되는 중의적 의미를 담아 만든 제묵입니다. 실제로 저는 브런치의 매거진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그 둘 사이 어디 중간쯤으로 기술했습니다. 이 글을 자기계발서라고 하기에는 '~해라, ~하는 법칙'과 같은 분명한 메시지가 없고, 자전적 에세이가 되기에는 저자인 저의 경험이 미천합니다. 

 생각해보면 둘 중 어느 형태든 이런 류의 책들은 보통 사회적으로 명망 높은 분들에 의해서 쓰여지는데, 저는 그런 글을 읽을 때마다 나와는 너무 먼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거나 너무 과거의 일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거대한 이야기들보다는 가까운 친구나 선후배의 이야기에 더 크게 웃고 감동하며 그들의 시시콜콜한 에피소드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생각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이도 저도 아닌 이 한 권의 책입니다. 지극히 보통의 존재인 저도 어쩌면 딱 한 뼘만큼은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용기였습니다. 


2. 에필로그에 밝혔던 것처럼 '희망의 기술'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오랜 고전으로부터 따왔습니다. 사랑이라는 고귀한 가치에 기술이라는 차가운 명사가 이질적으로 함께 자리하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입니다. '사랑의 기술'은 사랑에 관한 사람들의 흔한 착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지 못하고 사랑하는 대상만 있으면 있으면 사랑이 저절로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의 기술'은 바로 이 착각 때문에 사랑의 실패가 반복된다고 설명합니다. 

 저는 우리가 늘 찾아 헤매는 희망이라는 것도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희망을 구체적으로 좇지도 않으면서 희망이라는 게 저절로 생겨나고 또 점점 가까이 다가올 것이라 쉽사리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실체가 없는 '운'이라는 녀석에 간택당하길 하염없이 기다리는 이런 착각보다는 조금씩 스스로 배워가는 희망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고민 끝에 정한 원제목을 지금의 다소 catchy 한 제목과 표지로 바꾼 이유는 되려 간단합니다. 그 희망의 이야기라는 것도 누군가가 이 책을 손에 집어 들어야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출판사 편집자의 제안에 따라 고쳐 쓰게 되었습니다.


3. 마지막으로, 이 책을 쓰는 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의 지난 경험들을 하나하나 더듬어 보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서 그 모든 이야기들이 다 잊혀지기 전에 다시 한번 끄집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하나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그분들과의 경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저도, 이 책도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지면을 빌어 모두에게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그동안 희망의 기술 매거진을 사랑해 주신 여러분께도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언젠가 또 다른 주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길 때,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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