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remy Cho Mar 10. 2016

메시징 시장과 구글의 반전 노림수

온라인/모바일 시장의 비즈니스를 굵직굵직한 부분들로만 나누어 분류를 해보면 대략 검색, 쇼핑, 멀티미디어, SNS, O2O, 그리고 메시징(Messaging)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검색(Google Search)과 멀티미디어(YouTube, Play)의 강자로 이 시장을 호령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그 외 다른 분야에서의 성적표는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그중 안드로이드의 세계 시장점유율 및 이로부터 파생되는 앞도적인 경쟁우위(15'Q2 전 세계 시장점유율 82.8%) 를 생각하면 특별히 메시징 앱 분야에서의 구글의 행보는 살짝 실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구글이 이 분야의 어느 회사를 인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는데, 페이스북의 와츠앱(WhatsApp) 인수 및 타 기업들의 근황으로 봐서는 그런 기대는 더 이상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Source: Inmobi.com

지금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지만 구글은 약 10여 년 전에 gTalk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었습니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네이트온이나 MSN 메신저와 비슷한 데스크톱 기반의 플랫폼으로 출발했었고, 2013년에 Google Hangout으로 서비스가 통합되었습니다. 구글이 모바일 메시징의 중요성을 뒤늦게서야 깨달았던 때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구글은 일반 SMS 서비스를 Hangout 내에 함께 통합하고 Skype와 같은 화상통화 기능을 대폭 강화하였지만, 안타깝게도 UI나 기능이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며 2016년 현재 사실상 '실패' 하고 맙니다. 반면에 그 기간 동안 경쟁사들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어 왔습니다. 안드로이드에 선탑재 되어있는 Hangout과는 다르게, 앱 다운로드 + 회원가입/로그인이라는 두 단계나 더 많은 Funnel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각자의 시장 상황이나 플랫폼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전략으로 비약적으로 성장,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2016년 현재 각 메시징앱의 MAU, Source: Statista

메시징 앱의 시장 전략

이 주제만으로도 논문을 쓸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정말 간단하고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뜬금없는 비유 같지만) 마치 강남역에 스터디 카페를 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강남역에는 풍부한 유동인구, 수많은 학원 그리고 그 수요를 보고 몰려든 수많은 카페 및 스터디 카페들 (경쟁사)이 즐비한 상황입니다. 이런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카페 사장님들이 고민하고 시도하는 부분들은 1) 타깃 고객층을 좀 더 세분화해서 그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충족시켜주거나 - 예를 들어 주변 영어학원 수강자만을 대상으로 영어 청취 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외국인 직원이 있거나 - 2) 다른 서비스와 파트너십을 맺거나 - 카페에서 정말 유명한 빵집의 빵을 함께 판매한다든가 - 3) 서비스의 개념을 새로운 방식 및 개념으로 재정립하거나- 카페에서 스터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실에서 커피를 제공하는 개념으로 접근을 달리하는 -  4) 마지막으로 카페 내에서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토탈 패키지로 제공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현재 메시징 앱 시장에 대입해보면, 1) 번은 요즘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슬랙(Slack)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슬랙은 타깃 고객을 B2B 시장의 기업으로 좁혀 잡아서 앱뿐만이 아니라 데스크톱/웹 서비스와 함께 기업들의 협업 및 생산성 향상을 도와주는 플랫폼입니다. 뒤늦게 2014년에 서비스를 개시했음에도 지난달에 유저 숫자가 230만 명을 돌파하고, 이 중 1/4이 유료 서비스 이용 고객일 정도로 가파르게 시장에서의 가치를 입증해 가고 있어 최근에 화제성이 으뜸인 기업 중 하나입니다. (Slack 공식 블로그)

Slack의  2016년 2월 통계자료

2) 번의 경우는 페이스북과 우버(Uber)의 협업이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페이스북 메신저 상에서 바로 Uber를 부를 수 있고, 진행상황을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카카오 택시는 협업이 아니라 카카오가 직접 진행한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유사한 컨셉의 서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번은 현재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스냅챗(Snapchat)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메시징 앱의 특징인 '텍스트 위주의 커뮤니케이션' 및 '대화의 기록'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뒤엎어서 '동영상 위주의 커뮤니케이션' 및 '메시지의 휘발성'이라는 색다른 컨셉을 통해서 참신한 것을 좋아하고, 자기표현의 욕구가 강하며,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10~20대에게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현재 미국 13~34세 인구의 60%가 스냅챗을 사용하고, 앱 내에서 하루 평균 70억 개의 동영상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급격히 성장해왔습니다. (스냅챗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4) 번은 조금은 한국분들에게 익숙한 메시징 앱들의 O2O 시장 끌어안기입니다. 중국의 위챗(WeChat)을 필두로 해서 카카오와 라인이 취하고 있는 방향성으로 결제 모듈의 탑재와 더불어 택시, 음식 배달, 미용실, 관공서 서비스 등 다양한 오프라인 영역의 비즈니스들을 자사의 메시징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현재 가장 많은 유저 수를 확보하고 있는 와츠앱은 최근에 무료 서비스로 전환하여 첫 이용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기존 고객의 Retension rate을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재의 메시징 앱 시장은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구글은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할까

이와 관련하여 비교적 최근에 재밌는 기사가 두 개가 났습니다. 하나는 구글이 글로벌 통신사들과 함께 RCS(Rich Communication Suite) 서비스를 타진하고 있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메시징 앱에 인공지능을 결합하겠다는 기사였습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없지만 이 두 가지가 동시에 결합되는 것도 가능합니다.

RCS란 SMS의 진화된 형태로 지금의 메시징 앱들이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그룹 채팅, 파일공유 등의 서비스를 똑같이 제공합니다. 여기에 사용자 간 화면 공유라든가 위치 공유와 같은 고급 기능이 더해져서 적어도 메시징 앱으로서의 기본적인 구색만큼은 제대로 갖출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위한 초석으로 지난해 자이브(Jibe)라는 RCS 서비스 회사도 인수하여 기술도 이미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RCS 접근은 구글과 통신사 양측 모두에게 상당한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구글 입장에선 통신사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로컬 마케팅 역량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의 선탑재 역량을 결합하여 전 세계 유저에게 동시에 앱을 프로모션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통신사에게는 그동안 메시징 앱에게 속수무책으로 빼앗겼던 메시징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회복함과 동시에 구글을 통한 전 세계 RCS 규격 통합으로 기존의 RCS가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더해서 현재 구글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자산을 위의 2), 4) 번 사례처럼 RCS에 결합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화 중에 주소가 나오면 바로 Google Map과 연동해서 정보를 공유한다든가, 대화에서 바로 Google Search/YouTube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그 콘텐츠를 친구들과 동시에 볼 수 있는 그런 유형의 서비스들 말입니다. 

Google의 인공지능은 메시징 앱에 어떤 패러다임 시프트를 주게 될까, Source: Technobezz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기대가 되는 부분은 인공지능의 결합입니다. 어쩌면 이 부분이 구글이 노리고 있는 메시징 앱 분야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Google Now와 메시징, 이 둘의 결합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첫 번째 방법이 될 텐데, 예를 들어 비가 오니 아침 출근시간 직전에 우산을 챙기라는 메시지를 보내준다거나, 저녁 일정이 없는 것 같은데 가장 가까운 영화관에 이 영화는 어떠냐고 물어볼 수도 있고, 어느 약속 장소에 가려면 10분 후 집에서 나가서 몇 번 버스를 타야 한다고 메시지를 보내 주는 등의 서비스가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인 '메시징 앱'이기에 그 메시지에 답장을 해가면서 더 디테일하고 더 내게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여기에 더해서 우리가 그간 메시징 앱을 통해서 대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그 문맥/맥락을 이해하여 훨씬 정교한 대답을 해 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인공지능(AI)과 메시징의 결합, 즉 챗봇(Chatbot)은 이미 성큼 다가왔습니다. 페이스북도 그들의 최근 챗봇 코드를 개발자들에게 공개하였고, 마크 주커버그는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자비스(Jarvis)와 같은 챗봇을 만드는 것이 올해의 큰 도전과제라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구글 역시 현재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인공지능 분야의 강점을 이 메시징 앱 시장에서의 답답한 상황을 한 방에 뒤집을 수 있는 카드로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가 아직, 구글이 실패했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삼성과 페이스북의 수상한 동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