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remy Cho Mar 31. 2016

잘 나가는 중국 모바일앱 분석

중국의 기세가 무서운 요즘입니다. 조잡한 모방제품들로 많은 이들의 비웃음을 샀던 것이 불과 몇 년 전 일인 것 같은데, 급기야 최근에는 "이미 중국이 대한민국을 앞질렀다"는 이야기마저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전 세계 민간용 드론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DJI나 광군제(중국의 Black Friday)기간 동안 하루 매출 16조, 이 중 68%의 매출을 모바일에서 기록하였던 알리바바 등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업체들이 혁신을 이루어가고, 중국을 넘어 세계를 호령하는 업체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특히 몇몇의 모바일앱 분야는 미국보다도 더 발전된 형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아래에 4가지 인상 깊었던 부분을 공유해 봅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의 모바일앱 시장, theappentrepreneur.com

1. End to End User Experience

언젠가부터 우리는 UX라는 단어를 자주 쓰고 있습니다. 때때로 UX를 단지 쓰기 편하거나 보기 좋은 앱 디자인을 일컫는 UI와 동일시하여 의미를 축소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UX의 핵심은 단순 기능 및 디자인이 아니라 사용자가 어떤 '의도'를 실행함에 있어서 마주치게 되는 일련의 모든 과정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UX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성공하는 중국의 앱들은, 검색에서부터 상품/서비스 비교, 결제, 그리고 사후 평가에 이르는 일련의 모든 Customer Journey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수행할 수 있는 훌륭한 UX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주말에 친구와 종로에서 밥 먹을 곳을 예약한다고 하면 '종로의 맛집 검색, 비교, 메뉴의 탐색, 메뉴 선택 및 자리 예약, (이미 꽉 찼다면 온라인에서 줄 서기), 선결제, 평가 및 공유'라는 다소 길고 험난(?)한 과정이 UX 디자인을 통해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맛집을 레스토랑 평가 앱에서 찾아보고, 다시 네X버로 돌아와 블로그 후기를 찾아보고, 메뉴와 가격이 궁금해서 해당 업체 홈페이지에 갔다가 전화로 자리가 있는지 확인하고 예약하고, 가격이 혹여 비싸지는 않을까 가격이 있는 후기를 찾아 헤매야만 하는 불편함을 덜어 줄 수 있는 그런 UX 디자인이 필요한 것입니다.


중국의 예를 살펴보면, 중국 최대의 O2O앱인 Meituan이 이 과정들을 하나의 앱 안에 모두 잘 담아내었습니다. 쉬운 회원가입, AliPay나 WeChat Pay 연동을 통한 쉬운 결제 등 모든 과정을 유기적으로 다 녹여내어 높은 수준의 UX를 제공하고 있고, 이 때문에 2억 명 이상의 유저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최근에 기업가치로 22조를 인정받아 4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아내는 대박을 터트리기도 하였습니다. (기사)

UX 디자인은 성공하는 중국 앱의 첫 번째 키워드이다, howdesign.com

2. 쉽고 직관적인 User Interface

앞서 UX를 언급하긴 했습니다만 쉽고 직관적인 UI 역시 성공하는 앱의 필수적인 요건 중 하나입니다. Uber의 맹렬한 시장 공략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차량 공유 서비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Didi Kuaidi(디디콰이디) 앱을 살펴보면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에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참고로 디디콰이디는 작년 한 해 탑승객이 14억 명을 넘어섰으며, 20조의 기업가치로 현재까지 5조 원가량의 투자를 유치)(기사)  예를 들어서 매번 도착지역을 지정하지 않아도 되게끔 집주소, 회사 주소 및 자주 이용하는 목적지 리스트를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든가, 운전기사분께 특수한 요청 메시지를 보내거나(ex. 카드결제/길 위에서 기다리는 중/10분만 기다려 주세요 등) 취소를 해야 할 때 자주 사용하는 문구를 쉽게 선택하여 보낼 수 있게 하는 등의 세심한 UI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흔히 놓치기 쉬운 '차량 탑승 후'의 AfterSales입니다. 업종을 막론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을 때는 1)높은 응답률, 2)피드백의 수치화, 그리고 3)유의미한 분석이 가능할 정도의 질문/대답의 깊이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디콰이디의 경우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다섯 등급의 별점에 더해, 물을 제공했는지, 길은 잘 아는지, 차량은 깨끗했는지 등 기본적인 몇 가지 사항을 Yes or No로 빠르고 직관적인 터치로 회신할 수 있는 UI가 대단히 인상적이었고, 앞서 언급한 피드백의 3요소를 충족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방식이라 놀라웠습니다.  

인상깊었던 디디콰이디의 고객 피드백 UI

3. 서비스의 수평계열화

수평계열화란 간단히 설명해서 원래의 핵심 서비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새로운 영역의 사업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익숙한 카카오가 가장 떠올리기 쉬운 대표적인 사례인데, 본래 서비스는 메시징이지만 메시징과는 관련 없는 카카오택시나 심지어 농산물 주문 서비스인 카카오파머로까지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수평계열화의 대표적인 주자는 단연 중국의 WeChat입니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WeChat Wallet과 WeChat Pay를 바탕으로 은행 업무, 각종 공과금 수납 등의 재무 서비스는 물론,  날씨 확인, 병원 예약, 그리고 심지어 구청이나 세무서에서나 가능할 법한 범칙금 및 세금 관련된 민원서비스까지도 WeChat에서 모두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YouTube라 불리는 YouKu 또한 막대한 유저 수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카카오 게임센터처럼 YouKu Game Center를 운영하면서 모바일 게임들을 소개하고 광고하는 플랫폼을 실험했었고, 중국판 앱스토어인 PP Assistant를 탑재해 모바일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앱스토어 사업도 진행했습니다. 최근에는 네이버와 손잡고 YouKu 앱 내에서 네이버 웹툰을 연재하기도 하고, YouKu 온라인 마켓을 열어 마치 이베이나 아마존처럼 상품 판매까지 시도하고 있을 정도로 폭넓게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YouKu에서 진행 중인 온라인 마켓과 웹툰 서비스

4. 창의적인 마케팅

마지막으로 인상 깊은 부분은 그들의 창의적인 마케팅 역량입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는 물량공세뿐만 아니라 유저의 재미와 흥미를 유발해서 Buzz를 일으키는 마케팅이 인상적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역시 WeChat의 'Shake' 기능과 '세뱃돈' 보내기를 들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WeChat Pay가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만, 2년 여 전만 하더라도 WeChat은 모바일 결제 시장의 후발주자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이 시장은 AliPay가 굳건히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WeChat에서 내놓은 기발한 마케팅 전략이 바로 중국의 설날을 겨냥한 '세뱃돈' 보내기였습니다. (한국의 경우 카카오페이를 홍보하기 위해 한정판 이모티콘을 활용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국의 '세뱃돈'과 유사하게 중국에서는 설날에 '홍바오'라는 빨간 봉투에 돈을 담아 선물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WeChat은 이 전통적이고도 누구나 아는 이벤트를 그들의 플랫폼으로 옮겨와서 사람들이 WeChat 메시징을 통해서 홍바오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고, 여기에 Shake 기능을 곁들여 홍바오를 마치 복권처럼 당첨이 될 수 있도록 마케팅을 진행하였습니다. 게다가 중국의 CCTV와 같은 TV 방송사와 협력하여 이 홍바오와 Shake 기능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방송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가히 폭발적인 Buzz를 생산해 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이 마케팅으로 WeChat은 설날 기간 동안에만 10억 건의 홍바오 거래를 기록하였고 이를 토대로 단숨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게 되었습니다. 

중국 CCTV 방송에 등장한 WeChat의 홍바오/Shake 마케팅

글을 마치며..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좀 찾다 보니 국내의 매체에는 중국 스타트업이 미국의 스타트업에 비해서 소개가 덜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막대한 시장 크기 및 앞서 언급한 전략들을 앞세워서 미국의 유명 스타트업 보다도 더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거나 반대로 미국이나 유럽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보다 앞서 있다는 선입견은 잠시 내려두고 우리가 배울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게 되길 바라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메시징 시장과 구글의 반전 노림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