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후는 멈춰버린 고급 자동차?
작년부터 은퇴와 노후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왜 그렇게 많은 간접적인 은퇴를 경험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정신을 다시 차리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퇴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노후 생활을 하게 되는 과정을 겪는 사람들에게 은퇴 후 노후 생활이란 무엇일까요?
이미 은퇴한 또는 곧 은퇴를 할 교사, 군인, 공무원들은 강제로 월급에서 가져간 연금만큼 충분한 금액의 공적연금을 받으면서 은퇴 후 삶을 행복하게 보내는 것 같습니다.
의사와 같은 전문직에 있는 사람들은 전문직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몸이 힘들더라도 나이에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노후 준비를 특별히 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수입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제가 보아온 대부분의 연세가 있는 의사들은 그랬습니다.)
그럼 제가 생각하는 저의 노후는 어떠할까요?
지금처럼 은퇴를 맞이하게 된다면 저의 노후는 "멈춰버린 고급 자동차"와 같을 것입니다.
사회생활을 할 때에는 일정한 수입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괜찮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제가 고급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괜찮은 수입에 여행도 다니고, 외식도 하고, 집도 있고, 인스타 등에서 보이는 저의 삶에는 이것저것 남들이 하는 것들이 다 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저의 모습이 고급 자동차처럼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자동차를 몰기 위한 연료를 벌어들이는 돈으로 충분히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은퇴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저에게는 멈춰버린 고급 자동차만 남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은퇴를 하고 더 이상의 수입이 없기 때문에 기름을 살 수 있는 돈이 없고, 주차장에는 움직이지 못하는 고급 자동차만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그 자동차를 몰고 다닐 때나 연료가 없어서 주차장에 주차만 할 수밖에 없을 때나 남들이 봤을 때에는 그 차의 주인은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을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은퇴를 한 제 자신의 모습은 엔진이 망가진 고급 자동차 또는 연료를 넣을 수 없는 멈춰진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자동차에 불과할 것입니다.
저는 정말 두렵습니다. 은퇴와 함께 저의 인생 또한 멈춰버린 고급 자동차가 될 것만 같아서 두렵습니다.
물론 은퇴 후 연금과 같은 고정 수입은 없지만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이 있다면 집을 팔아서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현금을 마련하고, 서울에 살고 있다면 지방 어딘가로 이사를 가면서 현금을 마련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은퇴를 하더라도 저의 인생이 바뀌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은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하고, 연고도 없던 작은 마을로 이사를 가서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은퇴를 하면 오히려 더 멋지게 놀고, 쉬고 싶어서 지금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인데, 그런 은퇴 후 삶이라면 그건 제가 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분명히 자녀들에게 물려줄 재산도 많고, 은퇴 전에도 멋지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의 삶은 이전처럼 화려해 보이지 않는 분들이 주변에 많이 계십니다.
그런데 저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재미있고, 더 여유롭고,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은 것이 제가 계획한 노후임에도 불구하고, 저 또한 그저 자녀에게 물려줄 것은 많지만 나 스스로는 그렇게 여유로워 보이지 않는 그런 어른이 될 것 같은 무서움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화려한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것만큼이나 나중에 그 차를 계속 몰 수 있는 연료를 살 수 있는 끊이지 않는 수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있습니다.
오늘도 20년 뒤의 저의 모습이 멈춰버린 고급 자동차가 되어버릴까 걱정되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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