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변호사 사무실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세 가지 생산도구

NAS(네트워크 저장장치), 인터넷 전화, 그리고 6개의 모니터

by 뉴욕의 이방인

변호사 사무실 운영과 기술의 불가분 관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직업군에 속한다. 법은 현실을 앞서가기보다 현실을 반영하고 따라가는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속성을 다루다 보니 변호사 역시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나는 오히려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했다. 작은 사무실일수록 기술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5년 사무실을 처음 개업했을 때는 사건이 많지 않아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 시기에 사무실 운영 방식에 대해 많은 자료를 찾아보았고, 한 변호사의 블로그 글이 큰 영향을 주었다.


“규모가 작은 변호사 사무실일수록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자동화에 아낌없이 투자하라.”


이 조언을 접한 이후, 나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 도입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필리핀에서 일하는 직원도 실시간으로 접속하는 NAS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면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새벽에 급히 법원 서류를 작성해야 하거나, 직원이 작성한 문서를 집에서 검토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사무실 파일에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은 필수적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Teamviewer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다 구독료가 비싸져서 Splashtop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갈아탔다. 문제는 직접적으로 사무실 컴퓨터에 접속해서 사무실 컴퓨터 화면을 집에서 보면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화면이 불편하고 속도가 느려서 답답했다. 후배 변호사에게 이런 문제를 하소연하니 자기는 Google Drive에 사무실 전체 파일을 올려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다. 나도 이런 방식으로 사무실 전체파일들을 cloud에 올려서 사용하려고 했다. 문제는 서브폴더(subfolder)들이 많아서 긴 파일경로 때문에 읽을 수가 없는 파일들이 많았다. 고민하던 중에 사무실 IT를 담당하신 분이 네트워크 저장장치(NAS-Network Attached Storage)를 권해서 설치했다. 이 장치하나로 직면했던 여러 가지 문제를 한방에 해결했다. NAS란 내 개인의 클라우드 서버를 갖는 것이다. 즉, 내 사무실의 모든 파일들을 클라우드로 올려서 외부 어디에서나 언제든지 접속해서 파일을 읽고 수정하고 고칠 수 있다.


추천한 시놀러지(Synology) NAS를 설치하니 세계 어디에서나 사무실 파일들에 접속해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가을에 아버지를 뵈러 한국에 가서도, 아버지 모시고 오키나와로 여행 같을 때도 노트북에서 사무실의 서류들에 접속할 수 있어서 일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어디에서나 사무실의 서류파일에 접속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자 사무실 운영에 대한 폭이 넓어졌다. 기술이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이다. 변호사나 다른 직원들을 채용할 때 꼭 뉴욕 사무실에서 일해야 하는 조건이 없어지고 원격 근무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변호사를 채용하면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뉴욕으로 이주하지 못하고 조지아 주의 애틀란타 집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변호사가 있었다. 이전 같으면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NAS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일 할 수 있으니 직원 채용의 폭이 엄청나게 넓어졌다. 고용시장의 지역적인 제약이 해결된 셈이다.

또 다른 직원 한 사람은 현재 필리핀에서 일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법률사무실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직원을 찾아서 연결해 주는 스태핑 서비스(staffing service) 회사를 통해서 고용한 필리핀 현지인이다. 내가 아침 9시에 출근하면 필리핀은 저녁 10시이고 내가 퇴근하는 5시까지 온라인으로 실시간 협업을 한다. Whatsapp을 통해서 할 일을 지시하면 NAS를 통해 서류파일에 접근해서 서류들을 새로 작성하거나 수정해서 저장해 놓는다. 기술이 조직 구조와 채용 전략까지 바꾸는 경험이었다.


둘째, 알래스카 크루즈에서도 잘 터지는 인터넷 전화



변호사 사무실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의사소통 기구는 무엇보다도 전화이다. 이전과는 달리 요즘은 이메일, 문자, 카톡, whats app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화에 대한 의존도는 많이 줄었다. 하지만 특히 연세가 있으신 손님이나 새로 전화해서 문의하는 분들은 아직도 전화를 선호한다. 이전에 버라이존(Verizon) 전화라인은 팩스를 포함해서 4대의 라인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 비용이 매년 증가해서 고민을 하다가 인터넷 전화로 바꾸게 되었다. 바꾼 원래 이유는 전화비를 절약하려는 것이었지만 인터넷 전화를 쓰면서 오히려 부가적인 기능들이 사무실 운영체계를 바꾸었다. 인터넷 전화는 NAS와 마찬가지로 장소의 제약을 없애주었다.


내가 사용하는 인터넷전화는 링센트럴(RingCentral)이라는 회사인데 사무실에서 전화기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고 내 셀폰에 앱을 깔아서 사무실 밖에 나가서도 사무실에 있는 것처럼 전화를 받거나 걸 수 있다. 특히 사무실 밖에서 의뢰인에게 개인 셀폰으로 전화하는 경우에도 셀폰 전화번호가 노출되지 않고 링센트랄 앱을 통해서 사무실 번호가 의뢰인에게 뜨기 때문에 의뢰인들이 내 개인 셀폰 번호를 알 수가 없다. 이제는 인공지능까지 탑재되어서 전화내용을 녹음해서 인공지능으로 통화내용을 요약해 주는 수준이다. 처음에는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다가 이제는 한국어까지 지원해 주어서 의뢰인이 남겨놓은 보이스메시지를 한국어로 볼 수도 있다.


2년 전에 아버지와 알래스카 크루즈를 갔을 때도 인터넷만 연결하니 사무실에 있는 것과 똑같이 전화통화를 할 수 있어서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를 실감했다. 기술이 업무의 물리적 한계를 완전히 제거한 것이다.


셋째, 종이 값 절약으로 비용을 뽑고도 남는 6개의 모니터



모든 서류를 스캔해서 디지털화 했더니 종이로 된 서류뭉치에서 서류를 찾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서류들을 온라인으로 찾고 작성할 수 있게 되어 일의 효율이 향상되었다. 다만 일종의 병목 현상이 있었는데 그것은 모니터였다. 법률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썼던 서류 양식도 보아야 하고 의뢰인이 보내온 새로운 정보가 담긴 서류도 열어서 반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전에 쓰던 2개의 모니터로는 부족했다. 모니터 화면이 부족해서 일부 서류는 프린트해서 옆에 놓고 비교해 가면서 일을 했다. 하지만 NAS를 통해서 집에서 일할 때는 프린트해서 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모니터 개수를 늘리는 것이었다. 3개에서 4개로 필요에 따라 모니터를 계속 추가하다 보니 6개까지 늘어났다. 특히 가장 최근에 설치한 두 개의 작은 사이즈의 모니터들은 하나는 Chat GPT를 띄워놓고 필요할 때 언제나 물어볼 수 있게 Chat GPT 전용으로 사용한다. 또 다른 작은 사이즈는 Whatsapp을 항상 띄어 놓고 필리핀에서 일하는 직원과 계속 채팅을 하는 전용모니터이다.


모니터의 수가 늘어나면서 좋은 점은 일을 효율성이 개선된 것뿐만 아니라 매달 사용하는 종이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전에는 모니터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띄울 수 없으니 프린트해서 옆에 두고 보면서 서류를 작성했는데 이제는 모니터에 모든 서류를 띄우니 프린트할 일이 없다. 예전과 달리 모니터 가격이 비싸지 않고 서류작성을 위해서 쓰는 모니터는 고급 사양일 필요가 없어서 절약한 종이 비용을 계산해 보면 3년 사이에 모니터 비용을 뽑고도 남는다.


나는 가능하면 새로운 기술을 써보려 한다. 요즘은 생각지도 못한 신기술이 매일 나온다. 나 같은 개인 사무실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술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서 꼭 받아들여야 하는 필수 사항이다.


참고: 위에서 언급한 제품과 서비스는 모두 제가 직접 사용하며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으며, 어떠한 유료 광고나 협찬과도 관련이 없습니다. 이 밖에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으시면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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