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마인드가 없는
전문인의 말로

왜 실력 있는 전문가가 항상 돈을 버는 것이 아닐까?

by 뉴욕의 이방인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가져간다.”


이 속담은 단순한 농담처럼 들리지만, 현대의 전문직 시장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현실을 반영한다.

특히 의료, 법률, 교육처럼 전문 지식과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하는 직종에서 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전문가는 일을 하고, 사업가는 구조를 만들어 수익을 가져간다.


치과병원 프랜차이즈 계약서의 독소 조항


얼마 전 한 치과 의사가 계약서 검토를 의뢰한 일이 있었다.

그녀는 수년동안 한 치과병원 프랜차이즈 그룹(Dental Service Organization)에서 근무해 왔다.

이 치과 그룹 사장은 치과 의사가 아니지만 여러 명의 치과의사들을 고용해서 각각의 치과들을 운영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를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었다.


이 치과의사는 이제 프랜차이즈 그룹에서 독립해서 자신의 치과를 개업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그 소식을 들은 치과 그룹의 사장이 그를 불러 이런 제안을 했다.


“굳이 나가서 힘들게 개업할 필요 있나요?

개업해도 잘 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나요?
우리 치과 그룹에 계속 있으면서 경영 신경 쓰지 마시고 진료만 보세요.”


그리고 계약서를 하나 내밀었다.

겉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치과 의사는 진료만 하면 되고, 경영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장비, 임대료, 보험, 직원 관리 등 모든 번거로운 일은 치과 그룹의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담당한다.


하지만 계약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 계약서에는 여러 독소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 되는 조항은 환자에 대한 권리였다.


"해당 치과 의사가 개인 사정으로 그룹을 떠나거나 진료를 중단할 경우,
기존 환자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


치과 의사는 환자를 치료했지만, 환자와의 관계(patient relationship)는 매니지먼트 회사의 소유가 되는 구조였다.

즉, 그 치과 의사가 앞으로 진료하며 늘려나가는 환자들의 명단은 자동으로 치과 그룹의 자산이 된다.


나중에 이 회사에서 나와서 자신만의 치과를 개업했을 때 오랫동안 진료했던 환자들을 받을 수 없다.

그때부터 새 환자들을 찾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나는 이러한 독소조항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 치과 의사의 반응은 의외였다.


“저는 그냥 환자 보는 일만 하고 싶습니다.

비즈니스에 대해서 잘 몰라서 위험성을 감수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치과를 운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진료만 하는 일이 아니다.

장비 투자, 임대 계약, 직원 관리, 보험 청구, 마케팅까지

하나의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같다.


이 모든 것을 신경 써야 한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그냥 진료만 하고 싶다.”


하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그 구조에서 누가 돈을 버는지를 보면 답이 나온다.

치과 의사는 진료를 한다. 하지만 치과 매니지먼트 회사는 치과의사를 상대로 병원관리비(Management Fee)로 전체 매출의 10%-30%, 장비 임대 비용, 치과사무실 임대 비용 등을 청구해서 가져간다.


이 구조는 치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병원에서도 같은 구조가 반복된다


예전에 한 카이로프랙틱 클리닉을 본 적이 있다.

그 원장은 치료 실력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마케팅을 매우 잘했다.

이렇게 해서 환자를 대량으로 확보했다.

환자가 늘어나자 그는 더 이상 혼자 치료하지 않았다.


대신 페이 닥터(pay doctor)를 고용해서 진료를 하고 본인은 경영과 마케팅에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한 명의 카이로프랙터가 아니라 하나의 병원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수익 구조는 완전히 달라졌다.


치료를 하는 의사는 월급을 받는다.
환자를 모으는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은 병원을 소유한다.


스포츠나 교육에서도 프랜차이즈가 만들어진다


한 사람이 자신의 애들에게 수영을 가르치고 싶은데 좋은 수영 학원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에서 수영 선수 출신 코치들을 영입하고 브랜드를 만들어서 기존의 수영장들과 이용 계약을 한다.

SNS와 지역 광고로 마케팅을 하여 수강생들을 모아 수영 아카데미의 운영자가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수영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수영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경영적 사고방식(Business Acumen)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돈을 번다.


전문직 자격증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전문직 종사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기술이 있다.”
“나는 면허가 있다.”
“나는 실력이 있다.”


물론 그것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냐하면 시장은 결국 비즈니스 구조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환자를 누가 모으는가

고객을 누가 확보하는가

브랜드를 누가 만드는가

시스템을 누가 설계하는가

이 질문의 답이 돈의 흐름을 결정한다.


만인대 만인의 투쟁


토마스 홉스는 인간 사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현대의 비즈니스 세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사, 변호사, 강사처럼 전문 기술을 가진 사람과
마케팅, 시스템, 조직을 설계하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 사이의 구조적 경쟁이 존재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보면 결과는 자주 이렇게 끝난다.


전문가는 일을 한다.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시스템을 만든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번다.


결국 질문은 이것 하나다.

나는 기술을 제공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시스템을 소유하는 사람인가.



작가의 이전글나이가 들수록 비즈니스에서 돈을 벌기 어려운 진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