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간의 주식투자의 여정
[독거의 서재 - 계량 트레이더 나심 탈레브가 보는 퀀트와 숫자놀음의 허와 실]
유튜브 -> https://youtu.be/gAlMSG6gRZc
기본적으로 나심 탈레브는 트레이더 출신입니다. 제가 본사에서 나심 탈레브 같은 트레이더들을 4년간 보면서 외골수 염세적 타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성격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선물옵션> 주식> 채권 정도로 강도가 강한 편입니다. 비정규직이다 보니 실적으로 실력을 보여야 하고 그런 스트레스 때문에 돈은 덜 벌어도 정규직이 낫다는 한탄을 하기도 하고요. 랜덤워크 하는 시장을 꾸준히 beat 해야 하는데 실상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물론 그들은 큰 수익을 회사에 내주면 자만하면서도 세상은 멍청하다며 염세적이게 되고 반대로 큰돈을 잃으면 탄식하면서 나 자산이 대해 염세적이 됩니다. 업앤 다운이 심한데 나심 탈레브 역시 본인의 강성의 이미지가 대부분 책에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트레이더들이 그렇듯 살짝 이 사람의 약한 연면도 느껴져 공감도 느껴졌습니다.
투자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주식시장은 랜덤워크 하기 때문입니다. 과학은 선형적인 학문이다 보니 이러한 주식시장의 비선형적인 랜덤워크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비선형적인 학문은 과학보다는 예술이나 인문에 더 가깝죠. 그래서 나심은 그렇게 인문과 시, 철학, 역사 등 비과학적 학문에 집착했는지도 모릅니다. 본인도 금융경제 쪽에서는 하이테크인 트레이딩을 확률과 통계 등 여러 수리적인 요소로 계산하는 트레이더였는데 이게 허구한 날 틀리니 말입니다. 저도 시스템 트레이딩을 하는 이들을 많이 봤는데 시장을 관통하는 알고리즘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그들의 일은 계속 알고르즘을 고치고 다듬고 또 깨지면 고치고 다듬고를 반복하죠. 나심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테고 그에 대한 회의감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나심 탈레브는 이 책에서 그래프나 표를 거의 보여주지 않습니다. 트레이더를 하면서 누구보다도 그래프와 넘버스에 익숙한 사람인데도 신기하게 말로 다 풉니다. 사실 독거 투자일지에도 그래프가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말로 풉니다. 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저 그래프들이 오류 범벅일 때가 많다는 것이죠. 비단 주가 차트뿐만 아니라 애널리스트들이 통계라고 들고 오는 것들도 포함이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것들을 내세우면서 주식과 시장을 이야기하면 보기에는 시원시원하고 믿을만하겠지만 사실 그들은 그 근거가 오류 범벅이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이 차트를 보시면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주가와 매크로가 이럴 것이다.. 라는 로직입니다만 그러한 로직의 근거에 오류가 있다면 결론에도 문제가 있겠죠.
아주 강렬하게 와닿았던 비유가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대통령 부시는 죽은 적이 한 번도 없이 건강하다. 단 한 번도 그런 백데이터가 없다. 그러므로 그는 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 기억하는데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습니다. 과거에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라는 말은 오류를 내포하고 있죠. 백데이터에 대한 100% 신봉입니다. 결국 아버지 부시는 별세했죠.
바로 십수 년 전에 그가 설파한 블랙스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팅을 한번 할 때 90%의 조금 벌 확률과 10% 일어날 확률이나 50배 수익이 날 확률이 있다면 10%에 베팅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물론 90%는 날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굉장히 기존의 사고를 깨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벤처 투자를 할 때 우리는 1억을 가지고 열개의 스타트업에 천만원씩 분산 투자한다 라는 간단하고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성공할 확률이 5%도 안되는데 나머지는 다 날려도 그중 하나가 성공하면 수십 배의 돈을 벌 확률이 있기 때문에 분산으로 깔아 두는 것이죠. 어찌 보면 새로운 듯하면서도 익히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입니다. 작년 가을 제가 독투에서 가장 임상단계에서 백신에 가까워진 종목들 5개를 분산해서 사놓으면 나중에 먹을 겁니다.라고 했던 것도 기억하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부분 일상에서는 이러한 희귀 사건을 이해하지 못하며 발생 가능성을 무시합니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그냥 삼성전자를 추천하죠. 월가에서는 예전에 IBM을 추천했구요.
퀀트가 한때 각광을 받던 시기가 십수 년 전인데... 주류가 되지 못한 이유는 생각보다 잘 안 맞기 때문입니다. 가끔 퀀트 리포트를 보는데 아.. 이런 분위기구나 하는 정도로 봅니다. 퀀트는 차트보다 조금 더 맞는 정도? 그것도 시장에 따라서는 차트가 나을 때도 있습니다. 사실 퀀트로 돈을 번 사람이 거의 없죠. 아주 극소수인데 그들이 퀀트만으로 수익을 내는 건지도 불분명합니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떠올리시겠지만 수많은 수리 심리 인문학자들 심지어 음대 출신들까지 일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레이달리오의 브릿지워터도 마찬가지죠. 이들의 작년 성적은 처참했습니다. 과거 백데이터대로 세상이 흘러간다면 얼마나 재미없고 쉬울까요? 모든 것이 랜덤워크입니다. 공식화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나심은 많은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의 허구성을 설파합니다. 누구나 논리를 들어 통계나 도표 그리고 논문을 들고 자신들의 의견을 정당화하지만 까놓고 보면 그 통계나 논리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알 수 있는 것도 많은 사례를 통해 이야기합니다. 그중 하나의 부분을 아래 설명해보겠습니다.
'우리의 뇌가 각자 담당하는 부위가 다르다 보니 서로 멘털 디스 오더를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는 어떠한 주제를 이야기할 때 기준점을 세우고 객관화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늘 그 기준은 바뀐다. 가난한 이가 돈을 벌어 부자 동네에 갔지만 여전히 다른 부자들 때문에 가난을 느낀다. 그의 재산은 미국 상위 0.001%에 속하는데도 말이다. 이는 생존 편향으로서 우리의 기준점이 계속하여 바뀌기 때문이다. 이는 투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반복된다. 그때 그때 투자의 기준점이 바뀌는 것이다. 기분대로? 차트대로? 다른 사람 이야기대로? 이렇듯 생체운동과 이성, 감정을 다루는 뇌가 다 다르니 서로의 판단을 방해하기도 한다. 반도체에 코어를 여러 개 둔다고 해서 무조건 빨라지는 것은 아니듯 말이다. 서로 간섭이나 체증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성이 판단을 하는데 최고의 파트일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실험에서 감정의 뇌가 마비된 이가 이성적인 판단을 빠르게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주 단순한 결정도 못하고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며 이리저리 재기만 한다는 부분은 충격적이다. 감정은 이성을 돕는 윤활유인데 우리는 감정을 먼저 느끼고 나서 설명을 한다 한다. 가슴이 뛰어 주식을 산 후 주식 스터디를 하는 꼴이다. 그리고 매수를 정당화한다...'
나심 탈레브를 보면서 앙드레 코스톨라니 옹의 뉴욕에 사는 아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도 시장을 몇 발자국 뒤에 서서 시니컬하게 내려다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생각보다 다작을 했죠. 책 자체는 어렵지만 군데군데 정말 새롭게 기존의 통념을 깨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빼먹을 것들이 분명히 있죠. 확고한 철학이 없다면 철학도 없이 뉴스나 리포트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투자자가 됩니다. 확고한 철학도 바로 이러한 책들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는 퍼온 글입니다.
p42. 블랙스완 :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만약 발생할 경우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는 사건.
비대칭 문제 : 실패의 대가가 지나치게 클 때 아무리 자주 성공을 해도 소용없다.
p.51 적당한 성공은 실력이나 노력으로도 가능하지만, 크게 성공하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p.57 운 좋은 바보일수록 자신이 운 좋은 바보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지 않는 법이다. 잇단 성공 덕에 세로토닌이 대량으로 분비되면서 자신에게는 돈 버는 실력이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는 지경에 이른다.
p.79 인지 위험이 따르는 문제에 대해서 위험 감지와 위험회피를 처리하는 부분은 두뇌의 '사고' 부위가 아니라 '감정' 부위다. 이는 합리적 사고가 위험 회피와 거의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p.98 우리의 사고는 세상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기보다는 재빨리 곤경을 모면하면서 결과를 얻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람들이 이후에 얻은 정보 때문에 사건 당시 자신의 지식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후견지명 편향' 즉, "나는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어" 효과라고 부른다.
p.100 운 좋은 바보는 인생에서 운의 덕을 보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점차 불운한 바보들과 비슷한 상태가 될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장기 속성으로 돌아가게 된다.
p.102 고전의 가르침을 존중한다면 재잘거리는 현대 언론인들의 상흔을 무시해야 하고, 불확실성 속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들은 대중매체에 접하는 일을 최소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p.109 시간 단위에 따라 달라지는 운의 속성
- 치과의사가 실적을 확인하는 주기를 1초로 하면 성공확률은 50.02%, 1년 주기로 확인하면 성공확률은 93%
(a) 시간 단위가 짧으면 실적이 아니라 변동성을 보게 된다. 편차만 볼뿐이다. 그래서 기껏해야 편차와 수익이 뒤섞인 모습을 보는 것이지, 수익을 보는 것이 아니다.
(b) 우리 심리는 이런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1년에 한 번만 명세서를 확인한다면 훨씬 나을 것이다.
(c) 휴대전화나 태블릿 PC로 실시간 주가를 확인하는 투자자를 볼 때마다 나는 웃고 또 웃는다.
p.110 손실 때문에 겪는 고통은 이익에서 오는 기쁨으로 상쇄되지 않는다.
p.111 재산을 얼마나 모았느냐보다 어떤 방법으로 모았느냐가 행복에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p.194 우리는 수많은 대체역사 가운데 실현된 사건 하나를 보고 이를 가장 대표적인 사건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생존 편향은 실적이 가장 좋은 사건이 가장 눈에 잘 띈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패배자는 모습을 감추기 때문이다.
p.285 지난 수천 년 동안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낡은 두뇌
p.288 소음을 무시하려면 우리가 단지 동물에 불과하므로 설교가 아니라 저급한 요령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p.299 소로스를 보라. 그는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자신이 틀리기 쉽다고 털어놓는다. 사람들은 성공하면 자기 실력이고, 실패하면 운 탓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