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증권사 싱글남의 여피스런 일상다반사
작년 8월에 마지막 호를 올리고 1년 2개월 만에 독거 일지를 열어봅니다. 브런치 작가 잘리지는 않았나... 싶은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작가'라는 자리에 있네요. 기다려준 건지 방치해둔 건지 어쨌든 다음 브런치에 감사. 1년 2개월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퇴사준비, 실연, 여행 그리고 1살을 더 먹었다 보니 37세가 아닌 '38세 증권사 싱글남의....' 로 헤드라인의 변화. 30대 후반이 되면 생일이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뭐 마음먹기 나름이겠지만. 3 8세 증권사 싱글남의 여피스런 일상다반사
1. 나이 40을 코앞에 앞두게 되면 '첫눈에 빠지는 사랑'보다는 어느 정도 당위나 의지에 의한 사랑이 주류가 되곤 한다. 20대나 30대 초반에 결혼한 이들(끝난/품절)은 전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어느 정도 이 사람 괜찮네 한번 만나볼까? 하다가 점점 호감이 이어져 결혼까지 가는 것이다.
2. 그리고 30대 중반은 결혼에 있어서 스탠스의 변화가 있는 나이다. 연애 경험도 어느 정도 되고 사람을 보면 어느 정도 '아... 이렇겠구나' 감이 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애를 써도 잘 안되네', '그때 결혼 이야기 오갔던 사람이랑 했다면 어땠을까?' '그때 그 사람에게 왜 화를 냈을까?' '너무 재지 않았을까?' 후회도 오게 된다.
3. 후회가 쌓이면 좀 지치기도 한다. 결혼에 올인하다가 잘 안되니 좀 자포자기, 굳이 결혼을 할 필요는 없잖아? 좀 여행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하고 그러다가... 나이가 들수록 이성을 고르는 눈이 높아진다. 예전엔 전혀 안 그랬다가 자꾸 시행착오를 안 하려고 그러는 듯싶다. 이제 감정 소모를 그만하고 싶은데 그럴수록 더 기준이 높아지는 듯싶다. 그리고 연애의 시작은 더디다. 그래서 우리는 #노총각과노처녀의눈은안드로메다에있다 라거나
#그들은전생에우주비행사였다 라고 한다.
4. 요즘 여러 생각을 하는데 가급적 SNS를 하지 않는 여성을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더라도 페친수 3~500명의 지인 위주로 하는 여성. SNS를 하지 않아야 SNS를 하지 않는 여성을 만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에 도달한다. 물론 누군가를 만날 가능성과 횟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독거는 현재 페북을 쉬고 있다 보니 그야말로 은둔 상태.
5. 언젠가 한 여 페친을 만났는데 틈틈이 페북 알람을 확인하고 타임라인을 훑는 것을 보았다. 그에 따른 표정의 변화도 물끄러미 바라봤다. 쿨하고 관대한 사람은 연인에게 연인을 만나 차 마시고 밥 먹으면서 SNS 하는 것을 오케이 할 수도 있겠지만 독거는 '그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라며 고지식하게 말해준다. 한편으론 연인을 앞에 두고 페북으로 다른 남자, 다른 여자를 곁눈질하는 것이 좋은 걸까? 아니라고? 여자들은 남친들에게 항상 이런 말을 한다. '지나가는 여자 다리 좀 그만 쳐다봐!' 하물며 페북은? 페북에서는 만남까지도 가능하다. '탈선'이다.
6. SNS 하지 않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만남 시 내 얼굴을 더 많이 바라봐 줄 것이다. 폰에 얼굴을 코 박고 폰 불빛에 얼굴이 빛나며 '페북 스타, 페북 여신'이 되어 뭇 페북남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순간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는 남자는 소외감 내지는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7. 여자는 수백 개의 라이크와 이뻐용으로 점철된 리플을 통해 잠시나마 꿈에 그리던 연예인 구름에 탄다. 곧 사라질 일장춘몽의 구름을 타고 있지만 가끔 라이크가 줄어들면 페친을 정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으며 관심을 끌지만 정작 몇 명 정리하지도 못한다. 이미 싸질러놓은 페친이 수천인데 어느 세월에 그걸 다 정리하나? 괜히 줄였다가 라이크도 줄어들 테고 정리하려 했던 뜸했던 남정네들도 갑자기 포스팅마다 라이크 폭탄을 때리며 바퀴벌레처럼 스멀스멀 나와 살려달라 애걸복걸한다. 그래서 결국 그들을 어깨에 추렁추렁 이고 다닌다.
8. 바쁜 사람은 매력이 없지만 비밀이 많은 사람은 무섭다. 언제 다른 마음을 먹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장관리녀들은 비밀이 많다. 그리고 만남을 질질 끈다. 바쁘다며 몇 주씩 만남을 빙빙 돌리며 만남 시에도 절대 돈을 쓰지 않는다. 그렇게 재면 요즘 남자들도 아무리 상대가 BBW라도 자신의 감정과 시간과 돈을 쏟아붓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피곤한 여성은 질색이다. (BBW : 빅 뷰리플 워먼.)
9. 결혼까지 생각하는 사이라면 한 번쯤은 상대의 폰을 검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장관리나 정리되지 않은 남자관계의 대화나 사진들이 남아있을 수 있다. 독거는 단 한 번도 상대의 폰을 털어본 적이 없다. 다만 전 남자 친구와 연락하다가 독거와 헤어지고 전 남자 친구와 결혼하는 케이스는 당해봤다. 기회가 있을 때 털었어야 했는데 소 잃고 외양간은 쓰나미로 휩쓸려갔다. 사귀는 동안 연락은 왔지만 만나거나 답한 적은 별로 없었다고 했지만 그 사람은 나를 그동안 기다려줘 왔었다니 이게 말이 방귀야?
10. 여자는 나이가 들면(40대는 넘겨라) 일단 자기 스타일이 아니어도 잘해주는 사람에게 끌리게 된다. 여자들은 누구나 이쁘다 라고 말해주는 남자를 좋아한다. 잘해주는 남자를 좋아한다. 그 달콤함에 잘 속는다. 남자에게 있어서 이쁘다는 말이나 잘해주고 그러는 것은 여자가 생각하듯 그렇게 값비싼 것은 아니다. 일단 처음에 남자는 여자에게 많은 것을 선사한다. 그러고 여자가 넘어오고 결혼해주면 그때부터 평생 혹독한 캐시백이 일어난다. 남자로부터 받은 것의 배 이상을 토해내야 한다. 뒷바라지, 내조... 우리 할머니들은 한이 많으시다.
11. 이뻐요와 따봉 세례와 함께 특히 재력이 있으면 안성맞춤이다. 정말 사람들이 대부분 인정하지 않는 진실은 바로 Money can buy love이다.
12. 여자는 남자를 만날 때 100을 주고 헤어지고 나서 0을 준다.
남자는 여자를 만날 때 50을 주고 헤어지고 나서 50을 마저 주지 못해 손에 쥐고만 있고 바보같이 후회하며 소주를 한잔 한다.
여자는 헤어지면 감정적으로 줄 것이 별로 없다. 그 이유는 이별을 서서히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 돌아선 여자는 이전 같지 않다. 차갑기도 하다. 다시 돌아올 확률은 없다. 둔한 남자는 갑작스러운 그 변화가 참 두렵다.
여자는 감정적으로 아무렇지 않다. 그리움은 온전히 남자의 몫. 그렇게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이렇게 달라져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이렇게 가사는 이어진다. 바람이 분다. #이소라
13. 사람으로 사람을 잊는 것이 베스트이기도 하다. 물론 상대는 모르겠고 미안하지만 어쨌든 덕분에 빨리 잊을 수 있다. 한편 사람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와의 추억과 체온이 나로 하여금 다른 이에게 옮겨갈 수 없게 하는 경우다.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
14. 여친을 챙기는 스타일이다. 어딜 가나 계획을 세워서 데리고 다닌다. 하지만 너무 잘해줘서 문제인가 보다. 여자들은 떠나면서 그동안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 다음 사람에게는 잘해야지... 하면서 다음 남자에게 더 잘해준다.
15. 연애를 오래 하거나 여러 번 하는 게 좋은 게 아니다. 날려버린 비용들이다. 호구되는 것이다. 똑똑한 남자는 일찍 결혼해서 시간 마음 돈을 낭비하지 않는다.
16. 그래서 요즘 30 중반이 넘어가는 여성들은 결혼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있다. 조급하게 결혼하지 않겠다. 때가 되면 누군가를 만나겠지? 아니라도 지금 이대로 여행과 일, 가끔 다가오는 썸으로도 충분해 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는 딸들에게 아버지들은 '힘들게 결혼해서 시댁 눈치, 육아에 시달리지 말고 우리랑 같이 살자'라고 한다. 딸들은 부모의 말에 많이 영향을 받고 또 안심한다.
17. 어머니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뭐하러 굳이 네가 고생해서 돈 벌어 용돈 받고 사니? 그냥 적당히 편하게 즐기다가 나중에 늦게라도 누구 만나면 그때 결혼해서 살거라. 모든 매스컴에서 혼인율이 떨어지는 것은 개인화된 청년들의 성향이 원인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볼 땐 기성세대들이 싸질러놓은 똥에 불과하다. 올라버린 집값과 물가, 결혼식 허례허식, 육아와 경쟁사회... 이러한 것든 청년들이 만들어놓은 생태계가 아니다.
18. 그런데 문제는 그런 잘 나가고 멋진 여성들도 30대가 꺾여 결혼을 자포자기하다가 결국 나이가 차면 그냥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찾아 결혼하는 경우도 많다. '아니 네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사람을 만나?' 근데 그거 아나? 미국에서 고위급을 대상으로 리얼 이스테잇 세일즈를 하는 고수 왈... "처음에는 우리도 시간이 금이라 아침부터 제일 좋은 집을 먼저 보여드리고 거래를 성사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빨리 다음 고객을 만나러 가야지요. 우리에겐 시간이 금이니까요. 근데 일단 처음에 아무리 좋은 집을 보여줘도 부자들은 다음 집을 계속 보다가 결국... 지쳐서 마지막 집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이미 하루의 석양이 보이기 시작하죠. 한 7번째 집쯤 될 겁니다." 결혼도 별반 차이가 없다.
18. 이 글을 쓰고 있는 독거는 한시적인 페북 금식 중이다. 작년 이맘때도 금식 중이었는데 간헐적으로 금식이 몸에 좋다. 일상을 사정없이 토막 내는 페북 앱을 삭제하고 눈과 손가락 그리고 배터리의 자유가... 좀 더 이 시간이 길어질 듯하다. 궁극적으로는 페북 없이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페북이 주는 유익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열정적으로 사진과 글을 업로드하며 개인정보와 성향, 습관 들을 올리는 사이 페북은 이 정보를 그야말로 '정보화'하여 맞춤형 광고를 만들어 시가총액 400조짜리 세계에서 4번째로 비싼 회사가 되었고 연 40조씩 벌어들이고 있다. (휴대폰과 관련 부품을 만드는 삼성전자보다 큰 회사다. ) 이쯤되면 이용당하고 있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우리는 페북을 통해 얼마나 유익과 돈을 얻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