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일지

41세 증권사 싱글남의 여피스런 일상다반사

by Jeremy Yeun

[독거 투자일지 - 2007년의 여름을 추억하며]


101713354_10158455374461948_6416042560191463424_o.jpg 서울 대한민국 2020




코스피 2000 이 오면 던지라는 독거의 지적을 비웃듯 코스피 지수는 8%가 올라 2160을 찍었다. 개인들이 낮은 지수대에서 집 팔아 사라 했듯 현명한 투자자였긴 하지만 지금 매수하는 이들은 절대 현명한 투자자가 아니다. 현재 빚내서 투자하는 신용잔고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고 버블에 버블이 올라가 '사상누각' 장세라는 말이 돌고 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늘 이러한 버블은 꺼질 때 후유증이 심각했다는 것이다. 나도 혈기왕성하게 30대 후반까지 트레이딩 하던 시절에는 '기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메사끼로 시장에서 수익을 내며 싸웠지만 늘 그렇지만 고점에서 내려올 때는 일부 종목은 항상 물리기 마련이었다. 주식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지만 내려갈 땐 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기 때문이다. 40대의 매매는 사놓고 묵히는 매매, 계절이 바뀌어도 주욱 가져가는 보유를 하게 된다. 물론 시장을 너무 먼저 반영해서 움직이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셰일 업체들의 정크 본드 채권에 대한 위험은 2018년이 끝나가던 겨울에 처음 경고했으니 말이다. 그걸 시장이 반영하는데 1년이 걸렸지만. 아무튼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마음 가짐이면 오히려 더 먹고 덜 깨진다. 이 말을 하느라 서두가 길었다.



일각에서는 기관들의 현금 보유가 많기 때문에 이제 담을 타이밍이라 앞으로 더 갈 거라는 희망 섞인 이야기를 하지만 기관들이 불확실성이 심한 현재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매수를 할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성장성이 나오는 IT 종목들은 이미 다 올랐고 그렇다고 굴뚝 종목들을 살리도 만무하다. 6/3 기관이 1조 1천을 쓸어 담고 외인이 2천을 담아 폭등했던 날은 코미디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기관이 정말 주식을 못하는구나... 저러니 개인들이 펀드를 안 하지. 폭락 때는 리스크 부서에서 손절을 명령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폭락하는 시장에서 젊고 경험이 부족한 펀드 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사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12년간 상승장에만 익숙하던 이들에게는 지난 폭락장은 신세계였을 것이니. 그래서 건들게 없으니 굴뚝 조금 건들고 순환매장이 오는 것이다.


세상이 변한다는 담론에 언텍트가 화두가 되고 있지만 언택트는 2~30% 정도 빠지는 것이 적정가라고 본다. 너무 고평가 되어있다. 미래가치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면 한마디 없지만 미래가치에 대한 적정가도 있기 마련이다. 테슬라의 현재 가치가 미래가치를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너무나 먼 미래를 반영한다는 것에는 다들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의 언텍트를 10년 가지고 간다면 할 말은 없지만... 사실 한국의 10년 뒤는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늘 세상엔 게임체인저가 나타난다.



MEMO_20200605_125200_7290588042152687436.jpg 말랑 인도네시아 2018



3분기 언텍트의 실적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1,2분기에 너무 많이 올라와 컨센서스도 올라와있을 것이고 기저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성장이 둔화되는 것이다. 더불어(더듬어가 아니다) 사람들이 다시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불편한 재택이나 화상회의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큰 흐름으로야 언텍트가 좋겠지만 하반기 트레이딩으로는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지난 3월 폭락장에 '성장이 나오는 곳으로 돈이 갈 수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저성장 시대에 고성장 주에 대한 목마름은 더하면 더했지 모자라진 않겠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시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운용에서 멀어진 사람들이 종종 엔 텍트와 IT가 절대 폭락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지난 3월 폭락장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시장에 쇼크가 오게 되면 텍트 언텍트 IT 비 IT 가리지 않고 폭락하게 된다. 주식의 섹터나 테마나 성격이 어떻든 주식은 '위험자산'이기 때문이다. 달러만이 오직 안전자산이고 국채와 금, 엔화까지 터는 상황에서 언텍트라고 뭐 특별할 게 있을까? 나스닥이든 상위 10개 중 대부분이 언텍트, IT가 점령한 에센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튼 벨류에이션이라는 말이 우스운 세상이 되었지만 충격으로 인한 폭락에는 달러 외에는 모두 아웃이다. 일시적 아웃이라 하더라도 내 자산이 2~40% 빠지는데 가만있을 멘탈은 많지 않다. 나 같이 정신 나간 사람 들으니 그럴 때 집 팔아서 주식 사라고 하지.



MEMO_20200605_125201_757490160769033868.jpg 글래스고 영국 2017


근래 개인들이 보복적 소비를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나 조차도 이번 사태로 직장의 소중함 + 현금비중 증가를 위해 카드를 한 장 자를 생각이다. 중국과 미국 역시 저축률이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소비가 GDP를 끌고 가는 미국에게는 치명적이다. 예전처럼 금방 사람들은 펜데믹이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갈 것으로 처음엔 나도 3월 한창때 생각했지만 시간이 걸릴 거라는 의견에 동조한다. 적어도 올해는 가을까지는 하늘문이 열리기 힘들 테고 열려도 이제 북반구의 겨울이 오면 2차 펜데믹이 약하게 오든 강하게 오든 여름보다는 더 위축된 경제활동이 예상이 된다. 두 달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다녀오던 나의 작년까지의 루틴이 올해는 여행 계획 0 이 되었다.


외할머니께서는 108세 돌아가셨다. 90세까지는 정정하셨지만 90세 때 골절상을 당하시고는 오래 서거나 걷기가 힘드셨다. 그때부터 약을 드시기도 했다. 움직이지 않으니 면역력도 떨어지고 감기도 잘 걸리셨다. 충격이 한방에 오면 그때부터 체질이 약해진다. 지금은 양적완화라는 몰핀 때문에 무척 기분이 좋다. 정말 제대로 때렸다. 주식은 심리다. 하지만 심리도 결국 펀더멘탈을 반영한다. 몰핀의 효과가 줄어든다면 부작용은 상당할 것이다.



101614395_10158455375721948_4736854675536478208_o.jpg 삿포로 일본 2019




드렁큰 밀러는 최근 인터뷰에서 "양적완화로 돈을 엄청 찍어내고 있지만 반대로 재무성이 경기부양과 개인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 국채를 엄청나게 찍어대면서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 이 효과가 상쇄되는 날이 이번 여름일 것으로 보인다. 대비해야 한다."


심리와 꿈, 그리고 돈이 현재의 장세를 견인했다. 아직도 일 2만 명의 코로나 확진자는 이어지고 있고 온라인 식당 예약 사이트 오픈테이블의 CEO는 25%의 식당이 코로나 19의 충격으로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해진 경제 체질에 2차 펜데믹이 돌면 락다운은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락다운도 과연? 아무런 영향이 없을까?


다시 이야기하지만 지금은 현금을 만들어놓는 시기다. 뉴튼도 '나는 별과 별 사이의 거리는 잴 수 있지만 사람들의 광기는 잴 수 없다.'라고 했다. 나는 7%가 더 오른 시장을 예상할 수는 없었다. 다만 2차 펜데믹과 현재와의 거리가 석 달은 있기 때문에 바로 급락을 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근래 알고리즘 매매에 대하여 공부하고 있다. 문과인 데다 내가 알고리즘 매매를 할 일은 없으니 수학적인 내용보다는 변천사 위주로 보고 있다. 시장 매매의 70~90%까지를 차지하는 알고리즘 매매는 현재의 금융 펀더멘탈에 무조건 Go라고 기계적으로 사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폭락장을 보면서도 이게 사람이 하는 거래인가... 의아해했던 적이 불과 석 달도 안되었다. 그런데 현재의 시장도 마찬가지다. 얘들이 현재의 코로나나 폭동은 그냥 스킵하는 게.... 이게 정상적인가? 위험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셀 패닉이 오는 것도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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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월에 투자자에게 주는 숙제가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바로 돈이 넘치는 세상인 MMT와 알고리즘 매매가 만들어내는 장세였다. 무제한의 유동성은 알고리즘으로 하여금 무제한 매수를 지시한다. 반면 드렁큰 밀러의 경고대로 유동성, 즉 무제한 양적완화가 아니네?라고 판단한다면 셀이 나올 것이다. 시장에 수십만 개의 알고리즘들이 있겠지만 이들이 의견의 일치, AI들의 대동단결을 하게 되면 3월과 같은 갑작스러운 폭락장이 오게 될 것이다. 터미네이터의 둠스데이 말이다. 인류는 바이러스와 기계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지만 수천만 년간 살아온 업력으로 다시 살아날지 두고 볼 일이다. 인류의 선배로는 바퀴벌레가 있다.


나는 당신이 무사하길 바란다. 현금은 늘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현금은 늘 기회를 준다. 현금은 늘 나를 돌아보게 해 준다. 현금은 늘 다른 시장을 더 객관적으로 보게 해 준다. 현금은 쓰레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다. 2007년 3월 미국의 컨트리 와이드가 파산하고 1년 반 동안 주식시장은 어땠는가? 2007년은 미차솔 등 미래에셋이 주도하는 개인들의 펀드 가입과 글로벌리 큰 장세가 이어졌다. 그땐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속은 곯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파티를 했다. 이때 빅쇼트의 선배들은 폭락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현상과 실체를 헷갈리면 안 된다. 결국 실체로 회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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