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일지

41세 증권사 싱글남의 여피스런 일상다반사

by Jeremy Yeun

SNS에서의 돈 자랑 허세


MEMO_20201007_154236_5397326268610550951.jpg 여의도 대한민국 2020

가끔 SNS를 보면서 여자들이 자기는 선물 많이 받는다면서 자랑을 하는 경우를 본다. 근데 그 반대편에서는 그만큼 선물을 또 뿌리고 있는 것이 현실. 아주 오래전에 해외여행을 여자 친구와 가는데 선물 꾸러미를 한가득 몰에서 사서 들고 가는데 무어냐고 물으니 친구들 선물이라고.... 받은 만큼 줘야 해서 이것도 일이라고 한다. 어떨 땐 남자로 태어난 것이 다행이다. SNS 선물녀들의 허세를 보면 딱하긴 하다. 노예가 따로 없다. 받을 때나 좋지. 받을 때도 좋나? 숙제 한아름 받은 기분.



사람들이 전기차를 선호하면서 느끼는 것은 점점 여성화되어가는 느낌이다. 조용하고 편안한 차를 원하면서 남성다움을 잃는 것이다. 자율 주행한다며 운전대도 안 잡고 폰 쳐다보고 잔다. 물론 재빠르게 달리고 나름의 시공간 이동을 한다며 이게 남성화 아니면 뭐냐고 하겠지만 우리는 치타를 보다는 호랑이를 보면서 야성화라고 부른다. 오감을 자극하는 으르렁 거리는 소리와 파바박 터지는 팝콘 소리를 이제 올드패션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내 차에서 그런 소리를 내며 달린다면 그만한 스트레스 해소가 없다. 이제 한국도 2030년까지 내연기관 판매를 한다고 들었다. 유럽도 비슷하다. 중고시장만 남아서 사고팔 것이다. 그전까지는 올드패션을 마음껏 느끼고 싶다.



MEMO_20201007_154237_4771029886107297215.jpg 담양 전라남도 2020

페북도 2007년에서 가입했고 인스타도 오래. 셀럽이든 비 셀럽이든 워낙 돈지랄을 많이 봐서 그런지 사이버 세계와 나를 분리하는 것이 익숙하다. 그 돈들 부러운 것은 없고 나한테 10원도 안 들어올 거라 돈지랄은 그냥 지랄하고 있네. 솔직히 워낙 내가 사는 동네에도 부자가 많은 데다 예전에 PB 10년 할 때 조 단위 부자들도 봐서 그냥 애들 장난 같음. 내가 청담동에 사니 외지 것들이 밤만 되면 배기튠해서 강남 와서 쾅쾅거리다가 경찰한테 잡히고 쫓기고 그러는데 10대 시절 VF, 엑시브 빠라 바라바라 밤 폭주족의 2020년대 버전이다. 수준이 낫다. 형도 그 시절에 엑시브 몰았지만 경기도를 투어링 했다. 멀리는 못 가고.


인스타에 가끔 보면 승무원들이 인싸나 셀럽(같은 말인가....)이 되어 엄청난 팬덤을 끄는 것을 본다. 화려하고 수려한 외모에 여러 나라를 다니며 또래녀들이 흠모하는 여행이라는 경험을 뽐내고 명품에 유니폼에... 뭘 찍어도 잘 나오니 매일을 서울에서 삽질하며 사는 일상이 보기엔 꿈이냐 생시냐 할 것이다. 그런 그녀들이 코로나 덕분에 대부분 실업자가 되었다. 어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도 한다. 샘을 내던 이들은 쌤통이라는 말도 한다. 맏형(?)인 대한항공 승무원만 해도 70%가 비정규직이다. 다들 나이도 어리고 남들이 쓰는 수준까지 따라서 하느라 씀씀이도 커서 저축도 많이 안 했을 것 같더라... 그래서 요즘 결혼시장에 많이들 매물로 나왔다고 한다. 국내선은 정상 운행이라 '추석 연휴 잘 모시겠습니다.' 하는 포스팅도 봤다. 직업의 소중함을 여실히 느꼈을 것이다.


MEMO_20201007_154238_1109474576161754256.jpg 전주 한옥마을 전라북도 2020

셀렙이라는 것도 일단 관종 아니더냐... '팬들의 관심을 먹고 삽니다.'도 아니고 공중파 스타도 아니고 일반인도 아니니 셀럽도 몇 년 안 가면 다 원래대로 가더라.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는 셀럽을 본 적도 있다. 화려한 외제차는 어디 가고... 갑자기 벼락스타+셀럽되어 잘 나가던 유튜버들도 생명이 그렇게 길진 않다.


코로나 스트레스가 모르긴 몰라도 많은 것 같다. 영세상인들, 프리랜서들은 일감이 떨어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 일반 직장인들이라면 모르겠지만 경기에 영향을 받는 자영업자들은 특히 그렇다. 이유 없는 페삭도 그렇고 요즘 이래저래 안 풀리니 SNS에서라도 주도권을 잡고 싶은가 보다. 일단 나는 나를 페삭하면 바로 차단한다.


3대 백화점 평균 명품 매출이 30% 늘었다고 한다. 여행도 안 가고 돈은 남으니 명품을 사서 SNS에 오른다. 원래도 여행을 가지 않았지만 SNS 남들이 올리는 것이 부러워 따라서 사는 사람들도 본다. 명품이 한때 열심히 사서 모으겠지만 나중에는 내가 이 돈을 딴 데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빈손으로 태어나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것을...


MEMO_20201007_154240_3533155744545735710.jpg 백담사 인제 대한민국 2019

연세가 있는 분들이 모이는 모임은 확실히 많이 줄었다. 이래저래 작년보다는 모임이 줄어든 것이다. 일부는 굉장히 코로나에 민감한 사람들도 있다. 저희 동네 확진자가 생겼으니 오시면 안 되오라는... 그래 봤자 서울이 젤 심한데... 아무튼 그런 연유로 영화나 책에 더 시간을 할애하는 것 같다.


요즘 페북에 스폰서에 계좌 인증하면서 리딩 카페 가입 권유가 엄청 뜨고 있다. 솔직히 그거 타 포토샵 아니더냐... 우리 집 맞은편에 이희 X이 살았는데 깜빵 가기 쉽다. 그전에는 황금색 람보르기니를 타고 다니며 자산 사업가로 변신한 건물주 복 JS 선생님이... ㅎㅎㅎ 리딩카페는 항상 끝이 안 좋단다.


독거가 연애를 안 한 지 벌써 반년이 넘어서 100년 만에 쓰는 독거 일지에 연애 이야기는 없는 점이 아쉽다. 1~4월까지는 사업한다고 구상하느라 바빴고 6월까지는 주식시장도 엄청 크게 움직였다. 이제 숨 좀 돌려보려고 하지만 벌써 마흔한 살의 절반이 훌쩍 지났다. 지난 사진을 찾다가 하드에 있던 사진첩에서 2010년 2011년 사진을 보게 되었다. 10년 전인데 그때가 그립기도 하더라... 이렇게 독거 노인은 추억을 먹고 살고...


MEMO_20201007_154240_5969825020965889558.jpg 백담사 인제 대한민국 2019


강북 부자 강남 부자들 참 많지. 내가 사회초년생 일 시작을 서초동, 청담동, 도곡동에서 시작했으니 강북은 몰라도 강남 부자들이 대거 몰려 살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 딱 10년을 일하면서 여의도로 들어갔다.


입사 전에 내가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냥 대학교 졸업하고 중간에 외국생활 2년 하면서 어설프게 외국어 두 개 하고 들어갔다. 집이 어려워 17살 때부터 알바를 하면서 살았으니 손가락 10개가 넘게 한 알바들이 자잘하게 경험으로 남아있지만 사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거다. 다른 대졸자들처럼 역량이라는 것은 딱히 없이 입사했다.


고생해서 천신만고 끝에 대학을 졸업한 자는 아는 게 없다. 그러니 부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나는 무언가를 알려드리기보다는 배우는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가끔 독거 투자일지에 적는 그분들의 스토리 외에 한때는 책을 엮을까도 생각했었는데 그냥 말았다. 부자들이라고 하면 우리가 언론을 통해서 접하는데 기본적으로 기자들은 부자를 다룰 때 비판적으로 써야 클릭수도 올라가고 구독자들의 지지율도 올라간다. 하지만 실제 부자들은 곳간에서 인심나는 부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MEMO_20201007_154242_2323188504521037157.jpg 설악산 인제 대한민국 2019

나는 페친을 엄선해서 맺었기 때문에 질 떨어지는 이들은 별로 없지만 밖 세상을 보면 시계자랑 차자랑 집 자랑을 하면서 자기를 과시하는 이들을 접하긴 한다. 그들이 보험설계사 일 때는 그냥 귀엽고 안쓰러울 때도 있다. 뭔가 자랑하고 싶어 미쳐하는 것도 같은데 돌아보고 나면 본인 자신의 손이 오그라들 때가 있을 것이다. 그건 더 성공해서 그럴 때도 있고 망해버려서 그럴 때도 있을 것이다.


확실히 전통적인 서울 부자들은 어딘가에 자기보다 부자가 더 많을 거라 크게 돈을 자랑하지 않는 것 같다. 하긴 천문학적 재산의 재벌 총수들도 서울에 살고 있으니... 그냥 돈이 많아도 조용히들 사시는 것 같다. 솔직히 손님 중에서 아들의 유산이 조 단위인 적도 봤는데(그래서 가끔 뉴스에 나온다)... 그들만의 네트워크가 있을 텐데 돈 자랑은 정말 하수의 영역일 테다.


근본 없는 것들이 돈을 쥐었을 때 돈 자랑은 극대화된다. 그래서 그들이 집안을 본다는 것을 나는 십분 이해한다.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론은 누군가의 우월감은 누군가에게는 가소로움의 코웃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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