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부모님이 없는 세상에서,

그리고 따뜻한 연휴의 기록

by 다르샤나의 기록

9일간의 긴 연휴로 온 한국이 들썩였다.

여행을 가던, 집콕을 하던 충분히 긴 시간,

매주 출장을 다녀 가족들과 9일간을 함께 보낼 일이 없는 나는 이 기회에 무엇이든 ‘하자’라고 생각해다.


나이키의 광고 JUST DO IT이랄까.



이번 연휴에야 문득 깨달은 사실이지만

부모님에게 ‘부모님’이 더 이상 계시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이제 마음 편히 갈 곳이 없어졌다는 뜻이었다.


이제는 찾아갈 친정도, 다녀올 산소도,

잠시 기대어 웃음 지을 어른도 없다.

그래서 하염없이 당신의 자식들을 기다리거나,

그렇게 친구들과 함께 보냈나 보다.


그 시간들을 나는

매번 명절마다 해외 출장을 핑계로 비워버렸다.

그저 그 자리를 비운 것이 아니고

부모님 마음에 빈자리를 만들고 있었구나.


그래서 이번 추석은 JUST DO IT.

가족이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자 싶었다.

이럴 때 쓰라고 매일 명상을 해서 배운 모든 것들을 써보자!

이럴 때 쓰라고 모아둔 쌈짓돈도 기꺼이 꺼내보자!

자고로 내가 쓴 돈이 내 돈이라 하였다.


혼자 사는 오빠집에 냉장고를 털어버린 날

엄마가 몇 년째 가보지 못한 친정에 가고

싶다고 하셔도! 오케이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다녀오자 하셔도 오케이!

아빠가 큰 고모댁에 들르자고 하셔도 오케이!

남편이 평창에 계신 큰 아주버님께 인사드리러 가자해도 오케이!

갑자기 하루 자고 가자고 말에도 오케이! (다이소에서 옷도 사 입었다)

(이효리 노래 중 오케이를 외치는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나지만

그렇게 오케이를 해댔다.

평창은 올림픽인데 이곳은 그곳과 멀리 떨어져있다.

꼬꼬마 시절부터 용돈을 챙겨주시던 어른들께 용돈도 두둑이 드려보고

짜장면집에서 30만 원의 짜장면 골든벨도 울려보고

따봉이에게 매일 책을 물려주던 조카에게 용돈도 줘보고

가족들의 이야기에 귀와 눈, 마음을 내어놓고

진심으로 지금 이 순간을 즐거보았다.


이상하게 평온하고 연결감이 가득했고,

명상에서의 배움이 그러했듯,

나의 평온함이 그대로 전달이 되었던 것인지

그들의 평온함이 그대로 전달이 되었던 것인지.

예전 같았으면 내 마음을 건들고 자나갔을 말들도. 행동도

이해가 안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이

평화로웠다.


그리고,

참으로 이 시간들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정성스럽게 내놓은 사과가,

예쁘게 올려놓은 숟가락 젓가락이,

밝게 웃어주는 그 미소가,

웃음소리, 눈의 주름,

뽀글뽀글 끓는 구수한 누룽지,

신선한 공기

이 모든 존재가 사랑으로 느껴졌다.


이것이 흘러가는 삶이구나,

모드것들이 선명하지만 걸림이 없는 그런 삶


비록…

비록 따봉이는 연휴 직전에 발에 금이 가서 깁스를 하게 되었고,

비록 내가 투자한 종목들은 하나같이 우수수 하락했고,

비록 계획했던 모든 일들이 계획대로 되지 않은 한 주였지만,


그럼에도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것도 삶의 일부이기에,

모든 것은 경험이기에.


원래 사람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삶 역시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괜찮다


잠시

멈추고,

알아차리고,

보내주자.


삶은 여전히 흘러가고,

나는 그 안에서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