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LB 이야기

슬럼프에 빠진 셸비 밀러

by 정재혁
635986053909259814-USATSI-9243949.jpg (Photo: Mark J. Rebilas, USA TODAY Sports)

올 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NL 서부지구의 강자들인 샌프란시스코와 LA다저스를 위협할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시즌의 반환점을 지난 지금, 애리조나의 성적은 참담한 수준이다.

NL 서부지구 순위
1. 샌프란시스코 57-34
2. LA 다저스 52-40
3. 콜로라도 41-48
4. 센디에이고 39-51
5. 애리조나 38-53

플레이오프 경쟁은 고사하고, 지구 꼴지를 벗어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이러한 팀 부진의 원인을 딱 한 가지로 규정하긴 어렵겠지만, 큰 요인이 있다면 아마도 셸비 밀러(90년 생)의 부진이 아닐까 싶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9순위로 세인트루이스의 지명을 받은 셸비 밀러는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필자는 베이스볼 모굴을 플레이할 때, 항상 셸비 밀러를 트레이드로 모셔왔었다) 그리고 풀시즌 첫 해에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3시즌 31경기(선발) 15-9 173.1이닝 3.06ERA 169삼진(신인왕 3위)

이듬해에도 준수한 성적(10-9 183이닝 3.74ERA 127삼진)을 기록하고 난 뒤, 밀러는 트레이드를 통해 애틀랜타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셸비 밀러, 타이렐 젠킨스 <-> 제이슨 헤이워드, 조던 월든)

2015시즌 애틀랜타에서 셸비 밀러는 시즌 내내 '불운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올스타에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투구를 보여줬음에도 10승을 채 기록하지 못했고, 17패는 리그 최다패 기록이었다.

2015시즌 33경기(선발) 6-17 205.1이닝 3.02ERA 171삼진

패가 승보다 훨씬 많았지만, 이를 두고 밀러를 비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른 성적들이 말해주듯, 밀러의 2015 시즌은 정말로 불운한 한 해였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구단 역시 같은 생각이었고, 그들은 FA로 영입한 에이스 잭 그레인키의 뒤를 받쳐 줄 2선발로 밀러를 낙점했다. 애리조나는 앤더 인시아테, 애런 블레어, 그리고 수준급 유망주 투수인 댄스비 스완슨을 애틀랜타에 내주고 셸비 밀러와 다른 유망주 투수 한 명을 데려왔다. 선수 출혈이 컸던 만큼, 밀러에 대한 애리조나 구단의 기대치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더 큰 실망감으로 변했다.

준수한 2선발급 투수가 단 한 시즌만에 이렇게 망가질거라 예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밀러에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변화는 패스트볼의 구속 저하였다.

포심 투심 커터 커브 체인지업
2015 94.1 93.8 87.1 78.0 86.4
2016 92.7 92.2 87.6 78.6 85.7

구속이 떨어지면서 라인드라이브 타구의 비율이 높아졌고(18.2%->22.3%), 플라이볼의 홈런 비율 역시 수직상승 했다.(6.4%->16.3%) 애리조나 홈구장인 체이스 필드가 투수에 불리하긴 하나, 홈런 비율이 갑자기 10%나 증가하는 것을 단순히 구장 탓만으로 보긴 어렵다. 공에 힘이 떨어졌다고 보는 게 더 맞다.

셸비 밀러는 90년 생으로 여전히 앞날이 창창한 젊은 투수다. 비록 부진으로 인해 마이너리그에 내려가게 됐지만, 반등할 여지는 충분하다. 지난해 커리어 처음으로 200이닝을 넘긴 것이 올해 과부하로 이어진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잠시 휴식을 취한다면 시즌 하반기에는 예전 모습을 보여줄 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올 시즌을 고대했던 애리조나의 팬들 입장에서는 셸비 밀러가 역적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포기하기 이르다. 하반기에 폼을 되찾아 돌아온다면, 내년 시즌은 정말로 기대해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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