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돈이다.
오랜만에 을지로 회의가 있어서 이동했다. 다른 곳도 들려야 해서 자차로 갔다. 신내 쪽에서 서울로 들어서는 순간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네비게이션에는 거리 16km에 1시간이 걸린다고 표시됐다.
가는 동선이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쌓여 있었다. 어딜 가나 막힌다는 뜻이다. 막히면 막히는 대로 유유히 가면 좋으련만, 중간중간 개념을 상실한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고 버스는 덩치로 밀어붙인다.
차선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일정 거리가 있는 상황에서 차선을 바꾸려면 저어기 멀리 있던 차가 갑자기 속도를 내고 달려온다. 2차선밖에 없는 좁은 도로 가장자리에 주차해 놓은 개념 없는 차 때문에 밀리는 건 예사다.
온갖 도로의 빌런들이 모여 있는 곳이 서울이다. 서울에 차를 가져가는 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날은 어쩔 수 없었다. 1시간을 긴장과 지루함을 이겨내고 을지로 회의 장소에 도착했다. 지방이었다면 20분도 안 되는 거리를 1시간이나 걸렸다. 왕복 2시간 동안 재미없는 차량만 강제 구경해야 한다. 이 시간이면 글을 1편 쓰고도 남고, 코딩을 해도 1~2개 기능은 완료할 수 있고, 릴스나 쇼츠 영상을 편집해도 1편은 하고도 남으며, 티셔츠 프린팅을 해도 10벌 이상은 찍고도 남는 시간이다.
내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시간이 돈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고, 이동 시간 자체가 아깝다.
다른 업체 회의 때문에 가는 시간은 그만큼의 보상을 기대하기에 허투루 쓰는 시간이 아니다. 이날 회의도 그 이상의 보상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에 허투루 시간을 사용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의미 없는 점심 약속이나 저녁 약속이었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서울이면 절대 가지 않는다.
예전에는 서울에만 45년을 있었다. 경기도나 지방으로 가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차를 이용해도 막히는 건 당연한 거였고, 서울 안 어디를 가든 차로 이동하면 1시간은 당연한 거였다. 시간을 허비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당연한 거라서.
5년 전 부동산 규제와 풍선효과로 인해 남양주로 이사했다. 대성리 바로 전이고, 경기도 동쪽 끝자락에 있는 곳이다. 청정지역이었다. 아파트 베란다 통창으로 뒷산(언덕이다)이 바로 보였다. 풀냄새가 진동하고, 겨울 눈 오는 날이면 절경이다.
서울에 있을 때는 주말마다 경기도로 나가 카페를 전전하거나 펜션으로 휴가를 갔지만, 이사 오고 나서는 거의 가지 않았다. 집이 펜션 겸 카페 노릇을 했다.
자차로 이동해도 막히지 않는다. 30km 거리를 30분 내로 돌파한다. 의정부, 가평, 양평, 하남, 춘천, 속초, 양양, 강릉 등 기분 내키면 당일로 갔다 왔다. 서울에 살았을 때보다 여유가 생겼다. 지금은 서울로 다시 들어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 됐다. 지방에 살다 보니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지방은 인프라가 안 좋다고 생각하지만, 서울에 있을 때도 모든 인프라가 있어도 가는 곳만 갔다.
사업은 무조건 서울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라고 생각한다. 기업들이 모여 있기에 시너지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시너지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실제로 다른 기업과 협업하기도 힘들고, 협업하는 업체들은 서울 변두리 또는 지방에 있고, 대기업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지방에 있다.
서비스하는 매장이 아닌 화이트칼라 사무실이라면 굳이 포화상태인 서울에 있을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