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전환
고난의 시작에서 프린터가 잘못 온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시즌 2이다.
업체에서 다시 보내주기로 한 중고 전사 프린터가 도착했다. 이어 큼지막한 박스 한 개가 더 배달됐다. 이제 정말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프린터부터 언박싱을 진행했다.
중고라서 그런지 비닐로 야무지게 포장되어 있었다. 잉크도 6색으로 꽁꽁 쌓여 있었다. 더불어 필름지도 동봉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디에 쓰는지 모를 주사기와 고무튜브, 세정액이 있었다. 흥분된 마음에 프린터를 설치했다. 잉크통은 정품이 아닌 용량이 큰 무한리필 잉크통으로 커스텀 되어 있었다.
컴퓨터에 연결하고 드라이브를 설치한 후 필름지를 얹어 긴장된 마음으로 샘플 프린트를 했다. 프린트가 동작했다. 갓 구운 계란빵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어떻게 나올지 설레기까지 했다. 아. 무. 것. 도 프린트 되지 않았다.
잉크통이 잘못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프린터 설정을 열어 헤더청소를 몇 번 진행했다. 아. 무. 것. 도 나오지 않았다. 배송이 되면서 헤더가 완전히 막혔나 생각했다. 어디에 쓰는지 모를 주사기와 고무튜브, 세정액을 유심히 바라봤다. 뭔가 헤더를 청소하는 것으로 보였다. 세정액을 주사기에 넣고 프린터 뒤에 촉수처럼 나온 튜브에 넣어 주입했다. 프린터기 어디선가 꿀렁꿀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프린터 헤더 교체에 대한 유튜브를 여러 편 확인했다. 주사기는 각 잉크 헤더에 세정액을 주입하여 막힌 부분을 청소하는 도구였다. 프린터 뒤에 촉수처럼 나온 튜브에 연결하는 게 아니었다. 이 튜브는 헤더 청소할 때 폐잉크가 나오는 곳이었다. 여기에 주입한 덕분에 역류해서 프린트 헤더 스펀지? 가 있는 부분이 넘쳐 프린터 안쪽 아래로 잉크가 샜다.
헤더를 분리한 후 세정액으로 청소하고 하루를 방치했다. - 시간 텀을 둬야 한다고 해서.. - 다음날 헤더를 장착하고 프린터를 진행했다. 더 깨끗한 필름지만 나왔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결국 잉크가 묻은 필름지는 구경하지 못했다.
화나고, 짜증 나고, 실망감에 업체에 항의할 힘도 없었다. 오븐은 잘 왔겠지라는 생각도 없이 별 기대 없이 큼지막한 박스를 오픈했다. 역. 시. 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빵 굽는 오븐이 왔다. 오븐의 역할은 마치 치즈를 굽 듯 파우더를 묻힌 필름지를 구워 파우더가 더 잘 붙게 하는 역할로 알고 있었다. 빵 굽는 오븐으로 하는 영상도 봤던 터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무지 애를 썼다. -참고로 프린트용 오븐은 가격대가 3배 정도가 더 비싸다. -
사무실을 얻고 2달이 지난 상황에서 아무런 제품도 나오지 않았다. 사업 초기는 힘들다는 건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힘든 상황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망연자실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텅텅 비었다.
와이프와 어떻게 할지 논의를 했다. 티셔츠 프린팅 사업을 초반부터 그냥 접을지 아니면 브랜드가 있는 정품 프린터를 구매할지. 정품 프린터를 다시 구매하기에는 여력이 없었다. 사업 방향을 틀기로 했다.
이렇게 까지 초반 사업을 방해한다면 빠르게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창업회사의 큰 장점 중 하나가 빠른 사업 전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