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과 오해
바이브 코딩이 대중에게 빠르게 퍼진 이유는 간단하다. 조립식 블록처럼 앱이나 웹을 만들 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SNS 속 짧은 영상, 강의 광고, 블로그 후기에서는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이 단 몇 시간 만에 "작동하는 결과물"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만 보면 "코드를 몰라도 앱, 웹을 만들 수 있는 시대"라는 착각이 생긴다. 하지만 실전에서 마주하는 앱, 웹의 구조와 문제 해결 과정은 그런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 그 간극이 바이브 코딩을 "쉽다"고 오해하게 만드는 출발점이다.
첫째, 겉으로 보이는 인터페이스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뒤편의 기술적 구조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화면에 "로그인 버튼" 하나가 있다고 하자. 초보자에게는 이 버튼이 눌리면 '로그인이 된다' 정도의 현상만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뒤에서 요청(request)과 응답(response), 토큰 발급, 세션 관리, 오류 처리, 권한 검증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로직이 올바르게 연결되지 않으면 겉모습만 그럴듯한 앱, 웹이 만들어질 뿐, 실전 서비스에서는 바로 무너진다. 바이브 코딩은 이 복잡한 구조를 버튼과 입력창 뒤로 숨기기 때문에, 초보자는 "아무것도 몰라도 되나?"라고 오해한다.
둘째, 툴의 자동화 기능이 '사고의 자동화'까지 대신해 준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최근 등장하는 코딩 보조 툴, 자동 생성 시스템, AI 기반 코드 제안 서비스는 사용자가 직접 설계하지 않아도 결과물을 보여준다. "이 정도면 되는 건가?"라는 착각은 여기에서 발생한다. 초보자는 화면이 움직이고, 데이터가 뜨고, 값이 저장되면 "성공했다"고 느낀다. 그러나 웹은 눈에 보이는 화면이 30%, 내부 구조와 데이터 흐름이 70%를 차지한다. 자동화된 기능이 임시로 만들어준 코드 구조는 대부분 장기적으로 유지보수하기 어렵고, 확장성도 거의 없다. 결국 어느 시점이 되면 "왜 내가 만든 서비스가 늘어나지 않지?", "왜 에러가 계속 나지?"라는 벽을 마주하게 된다.
셋째, 강의 시장과 마케팅이 '쉬운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만들고 있다.
요즘 "코드를 몰라도 앱, 웹을 만들 수 있다"는 강의가 넘쳐난다. 이 강의들은 보통 아주 단순한 CRUD(생성-조회-수정-삭제) 수준의 기능을 제한된 환경에서 구현해본 뒤, 그것을 "앱, 웹 개발 완성"이라고 포장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실제 앱, 웹 서비스가 요구하는 데이터 구조 설계, API 설계, 권한 시스템, 상태 관리, 동시성 문제, 보안 문제 같은 본질적인 요소를 접하지 못한 채, "나도 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게 된다. 강의는 짧은 시간에 성취감을 주는 데 초점을 두지만, 이 작은 경험만으로는 실전 수준의 앱, 웹을 만들기에 절대 부족하다. 바이브 코딩이 마치 "개발자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처럼 보이는 이유도 이 과장된 마케팅에 있다.
넷째, '완성된 코드의 어려움'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과정이 쉬워 보인다.
모바일 웹 앱 하나를 실제 운영한다고 해보자. 사용자 가입 → 로그인 → 데이터 저장 → 목록 조회 → 상세 페이지 → 관리자 페이지 → 배포 과정까지 갖추려면 생각보다 많은 설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초보자가 툴을 사용할 때는 이 모든 과정이 이미 만들어진 템플릿을 통해 "준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30%만 만지고 70%는 가려져 있는 상태에서 결과물을 보게 되니, 당연히 쉬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 70%가 빈틈없이 설계되어 있어야 서비스가 실제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느끼지만, 실제 서비스에서는 금방 결함이 드러난다. 데이터를 조금만 복잡하게 저장하려고 해도, 권한 구조가 필요해도, 스키마가 바뀌어도 툴이 결코 자동으로 해결해 주지 않는다.
다섯째, "툴이 해결해주는 부분"과 "사람이 직접 이해해야 하는 부분"의 경계가 보이지 않는다.
바이브 코딩이 위험한 점은 단순히 "도구를 쉽게 사용할 수 있다"가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무엇을 이해해야 해결할 수 있는지" 경계가 흐릿해진다는 것이다. 직관적인 UI와 자동화된 코드 생성은 마치 모든 것이 자동으로 처리되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 문제의 90%는 UI가 아니라 데이터·로직·상태·네트워크에서 발생한다.
툴은 버튼을 만들어주지만, 버튼이 눌렸을 때 어떤 요청을 보내고, 그 요청이 어떤 데이터를 바꾸며, 그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자 화면으로 돌아오는지는 흐름을 사용자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이 부분이 비어 있으면 서비스는 어느 순간 확실하게 멈춘다. 그리고 대부분 그 지점에서 초보자들은 포기하거나, 다시 개발자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게 된다.
여섯째, '기초를 생략해도 된다는 말'이 만들어내는 치명적인 오해 때문이다.
"프로그래밍 기초 없이도 앱, 웹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은 그 자체로 절반의 진실과 절반의 함정이다.
정말로 "작동하는 무언가" 또는 "프로토타입 및 간단한 MVP 형태"를 만드는 것만 목표라면 가능하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서비스로 제공하고, 실제 사용자 데이터를 다루고, 운영해야 하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데이터베이스의 제약 조건 하나만 틀어져도 데이터 무결성이 무너지고, API 구조가 비효율적이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며, 상태 관리가 잘못되면 화면이 의도하지 않은 값으로 갱신된다. 즉, 기초를 모르면 문제가 발생한 이유를 알 수 없고, 해결은 더더욱 불가능해진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기초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말만 듣고, 그 말이 주는 편안함 속에서 시작해버린다. 그리고 현실의 앱, 웹은 그 편안함을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일곱째, 결과물이 '겉모습만 성공'하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어떤 앱, 웹이든 처음에는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리스트가 뜨고, 데이터 저장이 되고, 버튼이 반응한다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운영 환경에서는 데이터가 누적되고, 사용자가 늘고, 기능이 복잡해지면서 시스템 내부의 취약한 부분이 드러난다.
바이브 코딩은 "초기 구축"은 쉽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성장, 확장, 운영, 유지보수 단계에 들어가면, 오히려 프로그래밍 기초가 없을수록 더 큰 문제를 만든다. 즉, 진짜 어려운 부분은 처음이 아니라 "그 이후"에 있다. 이 단계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바이브 코딩이 계속 쉬워 보일 수밖에 없다.
바이브 코딩이 쉬워 보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UI가 복잡한 기술을 감춰준다
자동화가 사고 과정까지 대체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결과물의 "겉모습"만 보면 성공처럼 느껴진다
마케팅은 난이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해 보여준다
기초가 부족해도 초반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어려움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깊은 층위에서 생긴다. 데이터 모델링, API 구조 설계, 시스템 로직, 상태 변동, 비동기 흐름, 사용자 증가에 따른 병목, 배포 후 유지보수 같은 영역에서 말이다.
따라서 바이브 코딩을 진짜로 잘하고 실전 프로젝트를 만들려면, "도구를 쓰는 사람"에서 그치지 않고 서비스 자체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