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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를 몰라도 된다'는 말의 함정

기초 개념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by jeromeNa

'코드를 몰라도 된다'는 말은 매력적이다. 시간은 없고 만들고 싶은 서비스는 넘쳐나는 시대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지 않고도 웹이나 앱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달콤하게 들린다. 강의 시장, 마케팅, SNS 숏폼은 이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확산시키며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는 시대"라는 환상을 강화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코드를 몰라도 되는 것은 "도구 사용"에 한정될 뿐, 서비스 구축에는 결코 적용되지 않는다.

이 말의 함정은, 초보자들이 '모르면 안 되는 영역'까지 모른 채로 넘어가게 만든다는 점이다.


1) 코드를 몰라도 '시작'은 할 수 있지만, '완성'과 '운영'은 불가능하다


노코드·로우코드 도구는 분명 진입 장벽을 낮췄다. 버튼 하나로 화면을 만들고, 필드만 끌어다 놓아도 데이터가 저장되며, API도 자동으로 생성되는 것처럼 보인다. 겉보기에는 개발 과정이 크게 단축된 것 같지만, 그것은 기초 로직이 단순한 범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실제 웹 서비스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요소를 모두 포함한다.

데이터베이스 스키마 설계

관계(1:N, N:M)와 제약 조건

인증·인가 로직

상태 관리와 비동기 흐름

오류 처리 및 예외 상황 대비

서버–클라이언트 요청/응답 구조

운영 중 발생하는 데이터 정합성 문제

기능 확장 시 발생하는 구조적 비용


도구는 이 모든 것을 감춰준다. 하지만 감춘다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초보자는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기능만 쌓아 올리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커지는 순간 서비스는 예외 없이 무너진다. 즉, 코드를 몰라도 웹을 만드는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웹을 운영할 능력은 생기지 않는다.


2) 만들어진 화면이 완성된 기능을 의미하지 않는다


노코드 도구가 제공하는 템플릿이나 구성요소는 시각적으로 완성도가 높다. 버튼, 입력창, 리스트, 모달 창, 테이블이 이미 다 만들어져 있다. 이것이 바로 또 다른 함정이다.


초보자는 화면이 완성되면 기능도 완성되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실제 기능의 본질은 UI가 아니라 데이터가 어떻게 흐르고, 어떤 조건에서 어떤 상태를 유지하는가에 있다.


로그인 화면은 버튼 하나로 만들 수 있지만, JWT 토큰 저장 위치, 만료 처리, 갱신 로직, 권한별 접근 제한을 이해하지 못하면 곧바로 보안 결함이 생긴다. 상품 등록 폼은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카테고리 관계, 이미지 저장 구조, 슬러그 생성, 중복 처리 등은 기본지식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리스트 화면은 금방 뜨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페이징, 정렬, 필터링, 데이터 폭주 대비가 필수다.


즉, 눈에 보이는 화면은 서비스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코드를 몰라도 된다'는 말은 화면만 보고 기능을 이해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다.


3) 문제는 항상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발생한다


툴을 써서 웹을 만들다가 막히는 순간을 되돌아보면, 대부분의 문제는 UI가 아니라 그 뒤의 로직·데이터·상태에서 발생한다.


실제 AI 코드로 자주 겪는 상황을 보자.

데이터가 저장되는데 목록에는 보이지 않는다

조건에 따라 값이 잘못 표시된다

A 화면에서는 되는데 B 화면에서는 에러가 난다

특정 상황에서만 서버가 응답을 거부한다

사용자 수가 늘어나자 갑자기 느려진다

관리자 페이지의 데이터와 사용자 화면의 데이터가 다르다


이런 문제들은 'UI를 잘 만들었느냐'와 아무 상관이 없다.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기초 개념들이다.


API 요청/응답 흐름

HTTP 메서드의 의미(POST, GET, PATCH, DELETE)

데이터베이스 트랜잭션

상태 변화에 따른 UI 갱신

비동기 처리의 실패 케이스

데이터 정합성(Consistency)

설계 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의존성


앞서 살펴본 것처럼, 코드를 몰라도 되는 영역은 '표면'뿐이고, 실제 문제는 항상 '깊이'에 있다.


4) 개발자가 쉽게 하는 이유는 도구를 빨리 익혀서가 아니라 기초를 알고 있어서다


사람들은 개발자가 노코드 도구를 사용하면 금방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고 "나도 쉽게 할 수 있겠네?"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개발자가 빠른 이유는 도구 때문이 아니라 기초 사고방식이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어떤 화면이 어떤 데이터를 요구하는지 알고 있고

어떤 요청이 어떤 응답을 만들지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어떤 상태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경험적으로 알고

어떤 설계가 나중에 문제를 만들지 미리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툴을 어떻게 쓰든 전체 흐름이 이미 머릿속에 그려져 있다.


반대로 기초가 없는 사람은 도구만 배워도 겉모습은 만들 수 있지만, 서비스가 조금만 복잡해져도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즉, 차이는 '도구 사용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에서 발생한다.


5) 코드를 모르면 확장도, 수정도, 유지보수도 불가능하다


웹 서비스는 절대로 한 번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운영을 시작하는 순간 다음과 같은 피드백이 발생한다.

버튼 위치 변경 요청

데이터 구조 확장 요청

관리자 기능 추가 요청

권한 분리 요청

성능 개선 요청


이때 노코드 수준의 지식만 있으면 수정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상품 옵션을 추가하고 싶다" 같은 단순한 요청도, 데이터 모델을 다시 설계하고 API를 확장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코드를 모르고 구조를 모르면, 이 단계에서 서비스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


결국 두 가지 선택이 남는다.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

개발자를 고용해 구조를 다시 짜기


이때 많은 창업자나 개인 제작자들은 절망한다. 지금까지 만든 것이 온전히 '내가 만든 서비스'가 아니라, '도구가 허용한 범위 안에서만 존재하던 모형'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6) "쉽게 시작하라"는 말은 맞다. 그러나 "기초를 몰라도 된다"는 말은 틀렸다


노코드·바이브 코딩의 장점은 시작을 빠르게 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는 훌륭한 장점이다. 기획자, 디자이너, 비개발자도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해 볼 수 있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테스트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시작 단계에서만 그렇다. 시작이 빠르다고 해서 성장도 빠른 것은 아니며, 시작이 쉬웠다고 해서 완성도 쉬운 것은 아니다.


웹 서비스는 구조다. 도구는 그 구조를 시각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줄 뿐, 구조 자체를 자동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코드를 몰라도 된다'는 말은 시작할 때만 맞고, 완성할 때는 틀리고, 운영 단계에서는 완전히 틀린 말이다.




"코드를 몰라도 된다"는 말의 함정은 '기초 개념을 모르면 안 되는 부분'까지 모른 채 넘어가게 만든다는 데 있다. 툴은 코드의 일부를 대신할 수 있지만, 웹의 구조적 사고, 데이터 흐름 이해, 문제 해결 능력은 어떤 도구도 대신할 수 없다.


바이브 코딩을 진짜 '실전' 수준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코드를 직접 치지 않더라도 프로그래밍적 사고와 웹의 기초 개념은 반드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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