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의 시대
아이가 질문을 시작하는 나이가 있다.
"왜 하늘은 파래?" "왜 밤이 되면 어두워?" "왜 강아지는 말을 못 해?" 세 살, 네 살쯤 되면 하루에도 수십 번 '왜'를 묻는다. 어른들은 처음에는 성실하게 대답하다가, 점점 지쳐서 "원래 그런 거야"라고 말하게 된다.
그 '원래 그런 거야'라는 대답이 쌓이면서 우리는 서서히 '왜'를 묻지 않는 사람이 된다. 학교에서는 '무엇'을 묻는다. 이것의 답은 무엇인가, 이 공식의 결과는 무엇인가, 이 사건의 연도는 무엇인가. '왜'를 묻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다. 왜 이 공식이 이렇게 생겼는지, 왜 이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깊이 파고들 여유가 없다. 진도를 빼야 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 '왜'는 더 멀어진다. 일을 할 때 중요한 것은 결과다. 매출이 올랐는가, 프로젝트가 완료되었는가, 목표가 달성되었는가. '무엇을 이루었느냐'가 평가의 기준이고, '왜 그것을 이루려 했느냐'는 대개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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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세계는 이 경향을 극단으로 밀고 간다.
데이터는 '무엇'을 기록한다. 누가 무엇을 샀는지, 언제 어디서 클릭했는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행동의 결과가 숫자로 남는다. 그리고 그 숫자들 사이에서 패턴이 추출된다.
하지만 데이터는 '왜'를 기록하지 못한다.
한 사람이 새벽 세 시에 꽃배달 서비스를 검색했다. 데이터는 이 사실을 기록한다. 시간, 검색어, 체류 시간, 클릭한 상품. 하지만 왜 새벽 세 시에 꽃을 검색했는지는 기록되지 않는다. 내일이 어머니 기일이어서일 수도 있다. 연인과 싸운 뒤 화해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그냥 잠이 오지 않아 아무거나 둘러보다 눈에 들어온 것일 수도 있다.
시스템의 관점에서 이 세 가지 경우는 구별되지 않는다. 모두 '새벽 시간대 꽃배달 서비스 관심 사용자'로 기록될 뿐이다. 그리고 다음에 비슷한 시간대에 접속하면 꽃 관련 광고가 뜰 것이다. 세 사람 모두에게 동일하게.
'왜'가 빠진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회사에서 직원 한 명의 업무 성과가 떨어졌다고 하자.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명확하다. 이번 분기 실적이 전 분기 대비 30% 하락. 지각 횟수 증가. 회의 참여도 저하. 대시보드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관리자는 이 데이터를 보고 판단한다. 성과 미달. 경고 조치 필요. 시스템은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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