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어떻게'를 말한다.
오래된 친구를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가 있다.
"이 친구는..."이라고 말을 시작하면서 잠시 멈춘다. 직업을 말할까. 어디 사는지를 말할까. 뭘 좋아하는지를 말할까. 몇 가지 정보를 나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나면 뭔가 부족하다. 그게 이 친구의 전부가 아닌데.
결국 이렇게 말하게 된다. "이 친구는 말이야, 대학 때 같이 밤새 프로젝트 했던 사이야.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친구와 있었던 일, 그 친구가 보여준 모습, 함께한 시간의 조각들.
속성을 나열하는 것보다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 사람을 더 잘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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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설명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속성의 방식이다. 이 사람은 30대 남성이고, 서울에 살고, IT 회사에 다니고, 취미는 등산이고, MBTI는 INTJ다. 항목들의 목록. 프로필에 적을 수 있는 것들. 정보로서의 인간.
다른 하나는 이야기의 방식이다. 이 사람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일찍 철이 들었고, 공부를 잘해서 장학금을 받았고, 첫 직장에서 좌절을 겪었지만 다시 일어섰고, 지금은 자기 일을 사랑하며 산다. 시간의 흐름. 서사로서의 인간.
두 방식 모두 그 사람을 설명한다. 하지만 담아내는 것이 다르다.
속성은 '무엇'을 말한다.
이 사람은 무엇인가. 어떤 직업인가, 어떤 학력인가, 어떤 유형인가. 분류 가능한 것들, 비교 가능한 것들, 측정 가능한 것들. 속성은 그 사람을 범주 안에 넣는다. 같은 속성을 가진 사람들과 묶이게 한다.
속성은 유용하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시스템은 속성을 좋아한다. 분류하고, 검색하고, 매칭하기 쉽다.
하지만 속성은 교환 가능하다. 같은 속성을 가진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다. 30대 남성, IT 업계, INTJ. 이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 속성만으로는 이 사람이 왜 특별한지, 왜 대체 불가능한지 설명되지 않는다.
이야기는 '어떻게'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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