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보기에는 안정된 삶이고 지금까지 나름대로 현실적인 선택을 해오면서 잘 달려오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붐비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사람들에게 치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지?'
학생, 직장인, 배우자, 부모 등 이어지는 삶의 방향을 분명하게 만들어주는 역할들이 희미해지는 시기에 이런 의문이 자주 올라오기도 합니다. 역할의 변동 속에서 자기 안에서는 방향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정작 나를 위한 선택은 별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사람들은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하죠. 갑자기 취미를 위한 비싼 물건을 사기도 하고, 새로운 관계에 빠지기도 합니다. 해 보지 않던 일을 시작하기도 하고,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말 열심히 살아왔는데, 어느 날 문득 “나 지금 뭐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왜 “정작 나를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느낌이 밀려오는 것일까요. 그건 어쩌면 그건 너무 오랫동안 내가 뭘 원하는지를 돌보지 않고, 자기 감정을 빼놓은 채 이성적인 방향만 선택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흔히 감정보다 이성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감정적인 선택은 위험하고, 이성적인 선택이 더 옳다고 생각하는 거죠. 물론 맞는 말입니다. 감정은 때로 사람을 흔들고 일을 그르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선택들마저 오직 이성으로만 할 수 있을까요? 결혼에 대한 결정이나 자녀를 키울 때 했던 결정들을 떠올려보세요. 정말 이성적이거나 경제적인 결정만 해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삶의 방향을 정하는 일에서 현실적인 조건만 따져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안에는 항상 내가 무엇에 끌리는지, 무엇을 소중하게 느끼는지, 무엇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지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가장 좋은 것은 아마 안쪽의 감정적 반응과 바깥쪽의 현실적 조건을 함께 고려하는 일일 겁니다. 물론, 감정만 따르면 삶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성만 따르면 삶은 버틸 수는 있어도 점점 공허해질 수도 있지요.
'나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지?'의 순간은 '그 것들이 정말 내 안에서 원하는 선택이었는지', '나는 무너지지 않는 삶을 만들기 위해 애써 왔지만, 그 안에서 정말 살아 있다고 느낀 적은 얼마나 있었는지'에 대한 깊은 의문이 쌓여온 결과는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