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 있다 보면 40–50대 남성들 가운데 20대 초반부터 하루에 소주 2병 이상을 거의 매일 마셔 온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놀랍지만 술 문제에 관해서는 매우 관대한 대한민국의 문화적 분위기 때문에, 본인들이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20년, 30년을 그렇게 살아왔는데도 직장을 유지하고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말을 나눠 보면 분명히 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표면적인 사회적 기능은 유지되고 있지만,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하고 표현하는 능력은 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말하는 “말이 잘 안 통한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장기간의 과음은 특히 전두엽 기능과 작업기억, 처리 속도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익숙한 환경에서는 문제없이 일상을 유지하지만,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거나 복잡한 맥락을 따라가는 데에는 어려움이 생깁니다. 설명이 길어지면 따라오기 힘들어지고, 표현도 점점 익숙한 레퍼토리로만 단조로워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금씩 기능이 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알코올이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특히 뇌 건강에 대해서는 분위기가 거의 정리된 상태입니다. 안전한 음주량은 사실상 없고, 줄이면 줄일수록 좋다는 쪽으로 생각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른바 ‘소소익선’이라는 관점입니다. 2018년 Lancet GBD 분석에서는 개인 위험을 최소화하는 음주량이 주 0g이라고 보고했습니다. 2022년 UK Biobank MRI 코호트 연구(25,378명)에서도 알코올 섭취량이 높을수록 전체 회백질 용적이 작아졌고, 주 7–14 units(56–112g, 1주일에 소주 1-2병) 정도의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도 뇌 차이가 관찰된다고 보고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장기간 음주를 해 온 사람이라도 금주를 시작하면 일정 부분 회복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처리 속도나 집중력 같은 기능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경우도 보고됩니다.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더라도 분명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지금 줄이는 것도 늦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례나 연구결과들을 자주 보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 자신의 음주 습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당장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남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넘겼던 문제들이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완전 금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일상적인 음주는 없애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