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단의 전략 사용하기

by 열혈정신과

심리치료의 맥락에서, 경험을 있는 그대로 보는 대신, 좋다/나쁘다 · 맞다/틀리다 같은 평가를 덧붙이는 태도를 보고 판단적(Judgemental)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데요.

“나는 오늘 발표에서 말을 더듬었다.” 이건 관찰입니다.

“나는 발표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다.” 이건 판단이구요.

“저 사람은 약속에 늦었다.” 이건 관찰이구요.

“저 사람은 무책임하다.” 이건 판단입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에 대한 판단은 아주 쉽습니다. “저 사람은 싸이코야.”, “저 사람은 실패자야.” 같은 말은 쉽게 나옵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니까요. 쉽게 규정하고 선과 악으로, 성공과 실패로 나누면,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 가지 요인을 동시에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 빠르게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판단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일종의 지름길입니다.


그렇지만, 이 방식에도 많은 단점이 있습니다.


첫째, 다른 사람들을 쉽게 판단하는 태도가 반복될수록, 그 잣대를 대는 습관이 나 자신에게도 돌아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집니다. 누군가를 쉽게 “게으르다”, “이기적이다” 규정하는 습관이 생기면, 그 습관은 결국 나에게도 적용되어 “나는 실패자야”, 혹은 "나는 피해자야." 같은 자기 규정으로 돌아옵니다. 자기 자신을 고정된 이야기로 묶어놓을수록 변화하고 적응해갈 가능성은 점점 줄어듭니다.


둘째, 판단은 생각의 유연성을 떨어뜨립니다. “저 사람은 이기적이다”라고 결론 내리는 순간,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어떤 맥락이 있었는지, 내 해석이 맞는지 같은 질문은 사라집니다. 현재를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려워지고, 다른 사람과 자신에 대해 이해하는 능력도 줄어듭니다.


셋째, 대인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사람을 “좋은 사람/나쁜 사람”으로, 흑백으로 나누는 습관이 강할수록 관계는 쉽게 가까워졌다가 쉽게 끊어집니다. 이상화했다가 평가절하하는 것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관계가 편안하고 안정적이기보다는 긴장감이 계속됩니다.


판단은 인지적 효율성을 높여 주지만, 이해의 정확성을 낮추고 변화의 가능성을 줄입니다. 비판단적(Non-Judgemental)인 태도는 도덕적인 선택이 아니라, 사고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자기 자신을 고정된 이야기로 묶어 두지 않기 위한 심리적 전략입니다.


그래서 저도 쉽지는 않지만 항상 비판단의 자세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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