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대로 하소서라는 기도의 의미

by 열혈정신과

나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기독교인들이 어려운 상황을 만났을 때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는 말을 여러 번 들어본 적이 있다.


어린 시절에는 이 기도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문제는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그것을 하나님에게 맡기지? 그런 의문이 들곤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여러 경험을 하면서, 그리고 나를 찾아오는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많은 삶을 접하고 심리치료자로서의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는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이 고통을 겪을 때 보통 두 단계의 고통이 생긴다.


첫 번째는 실제 사건에서 오는 고통이다. 이것을 깨끗한 고통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업이나 직장의 실패, 질병, 이별 같은 일에서 오는 고통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은 두 번째 고통이다. “이 상황은 이러면 안 되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해.” 같은 생각이 반복되면서 생기는 지속적인 인지적 씨름이다. 이것은 이미 일어난 사건을 계속 붙잡고 싸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고통이다. 그래서 이것을 더러운 고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미 일어난 사건이고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반복적인 사고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고통을 증폭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라는 기도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그건 모든 것을 내가 통제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는 행동일 수 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끝없이 논리적으로 붙잡고 씨름하는 상태에서 잠시 벗어나 현실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마음의 방향을 돌리는 것이다.


이것은 수동적인 포기나 체념이라기보다는,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욕구를 내려놓고 내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는 적극적인 태도에 가깝다.


중독 치료에서 널리 알려진 12단계 프로그램에는 Serenity Prayer라는 기도가 있다.


하나님,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주시며,

그 둘을 구별하는 지혜를 주소서.


이 기도는 인간이 겪는 많은 고통이 사실은 “바꿀 수 없는 것을 계속 바꾸려고 하는 시도”에서 생긴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동양에도 비슷한 생각이 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한 뒤

에는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결국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라는 이야기다.


우리는 종종 모든 것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그렇지 않은 일들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하나님의 뜻대로 하소서.”라는 기도는 어떤 면에서는 삶의 통제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인정 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다시 집중하겠다는 태도일 수 있다.


나 역시도 오늘 이 기도를 다시 생각하며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께도 같은 종류의 평안이 찾아오기를 마음 속 깊이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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