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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ry Mar 14. 2023

별다방에서 고래를 생각하다

알쓸브이- 알고보면 쓸데있는 브랜드 이야기

Call me Ishmael.


우리에게는 ‘백경(白鯨)’으로 알려진 허먼 멜빌(Herman Melvile)의 소설 모비딕(Moby Dick)의 첫 문장이다.

성서를 통해 본 이스마엘은 구약시대의 인물로 ‘세상과 세상 밖의 경계자’라는 모호한 정체성을 가진 방랑자로 그려져 있다.

모비딕에서 포경선 피쿼드호의 하급선원인 소설 속 주인공이 빌려 쓴 이름으로 허먼 멜빌은 이스마엘을 ‘경계자’의 상징을 부여해 표현 하고자 했다.

‘나를 이스마엘이라고 불러 달라’는 이 문장은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명하고 상징하는 함의적인 묘사로 이후 영문학사에서 주목 받는 문장 중 하나가 되었다.

모비딕은 리어왕, 폭풍의 언덕과 더불어 영문학의 3대 비극으로 자리하고 있다.


거친 풍랑과 파도를 헤치면서 앞 뒤 가리지 않고 고래를 쫓는 주인공의 모습이 이스마엘로 그려졌다면 냉정함과 이성을 잃지 않는 일등항해사이자 조타수인 스타벅(Starbuck)이 있다.

이스마엘과 스타벅은 항상 함께 했으며 그것은 감정과 이성의 조합이었다.

허먼 멜빌은 이 둘을 활용해 원초적 야생성과 흔들리지 않는 인간이성의 깊은 통찰을 표현 하고자 했다.


그런데.

1971년 시애틀에서 스타벅의 커피 집을 연 세 명의 동업자들이 나타났는데 자신들이 모두 스타벅임을 주장하기라도 하듯 Call me Starbuck을 외치며 스타벅스(Starbucks)라는 간판을 내걸고 커피 집을 낸 것이다.

이들 세 명의 스타벅들이 스타벅스 커피(Starbucks coffee)를 탄생시킨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신화 속 사이렌을 스타벅스의 심볼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스타벅의 이성적인 면모를 기업이념으로 삼아 정도경영, 합리경영을 표방한 세 명의 스타벅들은 왜 정 반대 이미지인 사이렌을 선택 했을까.

그리스로마신화 속 사이렌(Siren)은 인어 형상의 여신으로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을 유혹해 바다로 뛰어들게 하고 배를 침몰 시키는 무서운 마녀 캐릭터지만 그 달콤한 유혹으로 많은 사람들을 스타벅스로 이끌겠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들의 내심은 1980년대 뉴욕 빈민가 브루클린 출신 영업사원 하워드 슐츠의 영입으로 명확하게 증명되고 있다.

하워드 슐츠와 세 명의 스타벅들의 결합은 이스마엘과 스타벅의 결합이며, 사이렌과 스타벅의 만남이자 감성과 이성의 조합이었다.


21세기를 맞은 세계 곳곳의 대도시와 중동의 모래사막에 이르기까지 모던하게 변신(Metamorphosis)한 사이렌이 아름다운 커피 향으로 세계인을 유혹해 커피 잔 속으로 침몰 시키고 있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좇는 아이들처럼 우리는 날마다 스타벅스로 향하고 있다.


더구나 녹색이라니.

스타벅스의 아이덴티티 컬러는 녹색(Viridian)이다.

녹색은 우리에게는 자연, 생명, 친환경 등의 상징 이미지가 있지만 서양에서는 여기에 더해 시기와 질투 그리고, 마법을 부르는 색이다.

해리포터나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 혹은 디즈니의 여러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듯이 서구의 오랜 역사 속에서 녹색은 보라와 함께 마법과 요술의 색이다.


격정적으로 혹은 유영하듯 거대한 흰수염 고래를 좇아 심해로 들어가면 바다 빛도 청색에서 녹색으로 바뀐다.

심연의 색인 것이다.

머리 위로 거대한 백경이 떠돌아다니는 딥 그린의 심해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스타벅스 리저브의 바디감이며.

이것이 바로 세계 최고의 브랜드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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