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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ry Mar 30. 2023

어처구니없는 세상을
터무니없이 살다

알쓸브이- 알고보면 쓸데있는 브랜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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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를 이르는 말입니다.

무거운 맷돌을 돌려 곡식을 갈아야 하는데 손잡이인 어처구니가 없어 사용할 수 없다면 

당황스럽고 황당합니다. 시쳇말로 멘붕이지요.


어처구니를 축으로 무거운 맷돌을 돌려서 곡식을 가는 것을 보면, 축의 역할을 하는 어처구니는 

맷돌을 맷돌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core)입니다.

축(axis)은 모든 동력의 원천이며 아무리 정교한 기기라도 축이 없으면 구동되지 않으며, 

거대하고 육중한 기기라도 축을 통해 구동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축 즉, 어처구니가 모든 동력의 원천이자 근본인 아이덴티티(identity)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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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를 잡은 자취(무늬)를 뜻하는 터무니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모든 터에는 그 새겨진 무늬가 있습니다.

산과 들, 나무와 돌, 냇물과 언덕처럼 그 터의 무늬는 자연이며, 우리 전통 건축이나 정원양식을 보면 

자연스럽게 터의 무늬를 살려서 지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즈음의 아파트는 어쩌면 이 터의 무늬를 없애고 지은 터무니없는 집입니다.

모든 터에 있어야 하는 무늬를 인위적으로 지우는 것은 터무니없는 짓입니다.


터(place)에 있는 무늬(pattern)는 곧 디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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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에는 어처구니가 있어야 하고,

여러 터에는 각 각의 무늬인 터무니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 기업, 가정,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각각의 생동력(生動力)을 위한 축 즉, 어처구니가 있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정체성(identity)입니다.

우리 사회, 기업, 가정,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각각의 고유한 무늬(pattern) 즉, 터무니를 가져야 하며 

그것이 곧 디자인(design)입니다.


시대의 아이덴티티가 시대정신(zeitgeist)이며, 지문(fingerprint)은 사람의 손가락마다 있는 고유한 

생체무늬 디자인(designed by God)입니다.


우리가 아이덴티티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세상에 축을 세우는 일이며, 

디자인을 상상하고 작업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세상에 다채롭고 흥미로운 무늬를 새겨 넣는 일입니다.

그리고 아이덴티티와 디자인 그 대단한 두 가지를 조화롭게 버무려서 리크리에이션(re-creation) 하는 일이 바로 브랜딩(brandin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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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햇살이 미처 채비를 못한 벚나무에서 꽃을 불러재끼는 삼월, 봄날 어귀에서.

다시. 

브랜딩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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