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또 다시 그 길을 만났어
한참을 걸어도 걸어도
익숙한 거리 추억투성이
미로 위의 내 산책
벗어나려 접어든 길에
기억이 없어서 좋지만
조금도 못 가 눈앞에 닿는
너의 손이 이끌었던 그때 그 자리」 - 박정현, 미아 중에서.
그 길을 보는 당신은 어쩌면 그곳을 생각하고 있다고 여겼다.
그러길 바랐다.
오래전 우리가 함께 걷던 그 길을 닮아 있던
좁고 오래된, 쾨쾨한 냄새가 날 것 같은
희미한 불빛들이 새어나오던
가로등마저 처량히 비추던 그 길
나도 이제 당신이 바라보던 그 길을 보고 있다.
이제는 그 시간을 거슬러 다시 걸을 수 없지만
나는 이미 그 길을 바라보고 또 걷고 있다.
이제는 갈 수 없는, 당신이 그리워하던 그 길을
나는 걸으며 기억속의 당신을 꺼내어 바라본다.
한 걸음 한 걸음
내가 당신을 한번 보았고
다시 우리는 모른척 걸었다.
당신도 나를 한번 걸어 보았다.
서로의 마음이 그러했지만 우리의 손은 그날도
잡아지지 않은 채로 집으로 향했다.
잡지 못한 당신의 손을 생각하며 오늘도 나는 그 길에 서있다.
그 길 위에 서서
당신이 바라보던 그 길 위에 서서
당신을 보며 걷고 있다.
눈을 감아 내 손을 밀어 당신에게 내어 본다.
알 수 없는 조용한 눈물이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