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경험과 일을 대하는 자세.
직원이 사표를 냈다.
이 부서에 내가 팀장으로 있는 동안 여러 명의 직원이 퇴사를 했다. 여러 번 겪은 일이지만, 이번 일은 충격이 컸다. 혼란스러웠다.
퇴사 전 그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공공연한 사이트에 남겨놓은 글 때문이었다.
퇴사의 사유가 어느 나쁜 팀장 때문이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 글은 이틀 뒤 지워졌지만 그 글을 누군가들이 캡처하여 여러 부서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패배감과 무력감이었다. 누군가 써놓고 지워버린 그 글 앞에. 그리고 지워지기 전에 캡처로 저장된 내용이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는 상황 앞에 내가 느꼈었던 감정이었다.
난 그 작은 쪽지 안에서 무너져 버렸다.
내가 그 사람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고 기회를 주었는지와는 별개로 나는 그 글에 나온 그냥 악독한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패배감. 그리고 속수무책으로 퍼져서 대체 어느 부서의 어떤 팀장인가라는 궁금증이 번져나가는 상황에 대한 무력감이었다.
몇몇인가에게 해명을 여러 번 해야 하는 피로감과 더불어 다시 또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무력감이 더해졌다.
일을 할 때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늘 강조하던 나였다. 그런 나였기에 더 충격이었다.
다른 방식으로 사람이 역시 중요하다고 깨닫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매우 편향되고 왜곡되게 쓰여졌기에 내가 이렇다고?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습도 나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또 억울한 마음이 몰려오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그는 입사 전 면접에서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이제 나는 누군가의 꿈이라는 얄팍한 선언과 각오를 믿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일에 대한 경험과 일을 대하는 자세로 판단하기로 했다. 말은 버려질 수 있고 바꿀 수 있지만 경험과 자세는 바꿀 수 없는 그 사람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말은 눈앞에 보이는 것 앞에 꾸며낼 수 있지만, 인생은 꾸며내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처음부터 이 직원을 채용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건 모를 일이다. 일을 대하는 자세는 일을 시켜보기 전까지는 확인할 수 없으니. 그가 말하는 꿈이 일을 열심히 하게도 할 수 있었을 거니까.
이번 일로 더 단단해지실 거예요라고 하는 누군가의 위로에 질끈 기운을 내본다. 그 말에도 그의 인생이 담겨 진심으로 와닿는다고 생각하면서.
언젠가 진실은 사람들의 관심이 사그라든 이후에라도 비로소 가닿을 수 있다고 믿으면서.
이렇게 또 고된 하루가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