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즈음, 어딘가를 가기 위해 방을 나왔어.
희미하게 들리던 음악소리가 좀 더 잘 들리더군.
누군가 듣기 위해 재생시키고 있는 음악인 줄 알았는데
게하의 다이닝룸에서 직접 연주하고 있는 것이었어.
가던 길을 돌려, 다이닝룸으로 향했지.
무대도 없이 바닥에 앉아 연주하던 두 사람.
바이올린과 기타의 앙상블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처음 알았어.
특히 바이올린 연주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들어본 적은 처음이라.
바이올린의 소리가 가슴 속에 깊이 들어오는 것 같았어.
열 명 남짓의 청중이 두 사람을 둘러싸고 앉아있었지.
해가 지기 전에 다녀와야 할 곳이 있었지만
나도 한 구석에 가만히 앉았어.
연주를 마치고, 두 사람은 무척 행복해 보였어.
프랑스에서 온 여자와 멕시코에서 온 남자는 며칠전에 처음 만났대.
여자가 함께 연주할 사람을 찾고 싶다고 말하자
여자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남자를 소개해줬대.
유명한 사람이라는 말에, 유명한 사람은 부담스러운데 하고 망설였는데
막상 만났더니 너무 잘 맞아서 두 사람도 놀랬대.
또 연주가 시작되었지. 이번에도 무척 아름다운 음악이었어.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왠지 눈물이 나더라.
이 음악은 함께 수영을 하다가 만든 노래래.
함께 호흡하고 유영하면서 그 순간에 느낀 감정을 음악으로 만들었대
마지막 곡이라고 연주가 시작되었어. (내가 너무 늦게 온거지!)
ancient mother I taste your tears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이 노래의 가사 중 일부야.
이 땐 정말 감동적이었어.
나는 생전 처음들어 본 노래였는데 후렴구를 따라 부를 수 있었고.
그 노래에서 말하는 생명과 삶에 대한 감사와 찬탄이 그대로 느껴졌지.
벅찬 감동이 가슴에서 느껴졌고
그 순간, 함께 있던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어.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었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거야.
음악이 끝났지만, 우리는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어.
정말이지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