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는 Sep 21. 2020

[오로빌+82] 유러피언들과 함께 살기

                                                                                                                                                      

내가 살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규모가 크고 방도 넓어. 

정원도 있고. 위치도 좋은 편이지. 

도서관같은 여유공간도 있고. 요가클래스도 있고

나의 개떡같은 영어를 찰떡같이 알아들어주는 매니저가 있어.

그리고 가격은 저렴해. 다른 곳에 비해서. 


엄청 좋아보이지만 물좋고 정자좋은 곳이 어디 있겠어?

다 이유가 있겠지. 


방에서는 인터넷이 안돼. 인터넷이 잘되는 장소를 찾아내야만 해. 

공동주방을 사용해야 하고 (별로야 ㅠㅠ)

청소날짜를 잘 어기고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아)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만큼 벌레도 많고 아침 새소리는 죽음이지.

그리고,  살아보니 가장 큰 단점이 방음이 안되는거야. 


내가 거주하는 건물는 방마다 싱크대와 화장실이 있어. 

(1,2인실은 공동 화장실 샤워장이더라고)

똑같이 생긴 방은 하나도 없고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가운데 중정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야. 

그리고 각 방마다 엄청 많은 창문이 있는데

이 창문이 대체로 중정을 향해 있으며 

이 중정이 건축가의 의도와는 달리 에코챔버의 역할을 하는거지. 



각방에서 창문을 열어두고 소란스러우면 

그 소리를 모두가 듣게 돼서 서로서로 조심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이 더운 날씨에 창문을 닫아두고 살수는 없잖아.



며칠전 아주 밤늦게 집에 돌아와서 (아마도 11시가 좀 넘었지)

간단히 샤워를 하고 속옷을 빨았는데

당장 다음날 아침에 컴플레인이 들어왔어. 

너희때문에 자다가 깼다며. 그래. 쏘리~



우리가 도착하고 일주일정도 지났을 무렵 

거의 처음으로 아이들 친구들이 놀러와서 

소란스럽게 놀았던 날도. 

저녁 8시에 넘 시끄럽다며 게하 주인이 직접 찾아왔지.

저녁 8시인데! 


다른 한국분은 밤 10시까지 친구들이 와서 놀았대. 

눈치보여서 10시쯤 나갔는데

다음날 아침 옆집 사람이 찾아왔더라고.


내가 처음에 진심으로 놀랐던 부분은 

단 한번인데. 처음으로 있었던 일인데

그걸 한번을 이해 못해주나? 하는 생각이었지.

한국에서는 보통 한두번 그런 일 있어도 그냥 넘어가지 않나? 

난 매일 새벽 5:30분에 알람이 20분 동안 울려도 

새소리도 어차피 시끄러우니까 라고 생각하고 마는데. 

(새들은 시간이라도 아는양 6시부터 운다기보다는 짖는다)



동양인들은 다들 겪는 일인지 

내가 중국인에게 "나 11시에 샤워했는데..."까지 말하자 

(영어를 못하는 나를 배려하여) 그가 바로 

"컴플레인 들었지?" 했어.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라며. 

처음엔 당황스럽더라도 또 그게 장점도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거라는 얘기와 함께.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저녁 7시30분쯤 

한국에 있는 친구와 통화는 못하고 카톡만 열심히 했지.

LTE테라스에서 한국어로 통화하는 내 목소리가 

(원래 큰 목소리라) 쩌렁쩌렁 울릴까봐.



얼마전 오로빌에서 약간 벗어난 지역에서 사는

한 오로빌리언이 나에게 말했어. 

"여기 좋아요. 유러피언들의 컴플레인도 없고"

진심 그가 부러웠지!                                               






캔들 전시회. 어쨌든 공간이 주는 느낌이 있으니 어떤 작품이든 그저 멋져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로빌+78] Happy Birthday to AV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