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됐습니다.

그렇게 (작가가) 됐습니다.

by 제리에이치



바로 오늘 아침. 연달아 울리는 알람에 핸드폰을 보니 생각도 못한 희소식이 찾아와 있었다.


KakaoTalk_20230720_190502832.jpg


어젯밤에 지원을 하고 잤는데 아침에 바로 합격 소식을 받을 줄이야.

심지어 첫 번째 지원에 바로 합격한 것이라 기쁨은 배가 됐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는 보잘것없었다.


글을 솔직하게 쓰고 싶었다.


블로그도 이용하고 있지만 블로그는 내 생각을 적는 일기장보다는 다양한 곳을 돌아다닌 정보성 기록과 후기에 가까웠다. 게다가 서로이웃을 맺은 친구들도 있어 내 모든 생각을 적어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 처음부터 시작할 곳이 필요했고 그곳이 바로 브런치였다.

(그리고 디자인에 영 소질이 없는지라 꾸미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블로그를 예쁘게 꾸미는 것도 힘들었다.)


그렇게 회원가입까지 빠르게 마쳤는데, 작가 신청을 해야 한단다. 작가? 그렇게까지 부담스러운 호칭을? 난 작가가 아닌데?라고 부정해 봤자 소용없었다. 브런치는 친절하게 '작가가 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라고 공지에 적어두었으니까.

조금 더 찾아보니 작가 합격 팁을 써주신 작가님들도 많았고, 그중에서는 n수까지 겪으신 분들도 있었다. 내 성격 상 한 번 떨어지면 모든 의욕을 잃어버릴 것이 뻔해 많은 작가님들이 써주신 합격 팁을 읽고 또 읽었다. 사실 합불합의 기준은 브런치만 알고 있겠지만, 많은 후기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나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냥 여행 관련해서 겪었던 일들과 그 끝에 얻은 생각 정도만 쓸 생각이었는데... 이대로는 광탈일 것이 뻔해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한참을 고민했다. 긴 고민 끝에 내가 떠올린 키워드는 '오타쿠'였다.






오타쿠 (otaku, 御宅) :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그런 말이 있다. 오타쿠도 DNA가 있다고.

어떤 계기만 생기면 덕질의 바다에 냅다 뛰어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좋더라도 그냥 거기서 끝인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반평생 이상을 덕질과 함께 살아온 나는 당연히 전자에 해당된다.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돌과 K-POP을 좋아했고, 아이돌을 따라다니다가 보게 된 뮤지컬에 빠져서 세미 뮤덕(*뮤지컬 덕후) 생활을 했고, 어쩌다 본 드라마에 빠져서 드덕(*드라마 덕후) 생활을 했으며, 그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까지 덕질했었다. 교양 챙기겠다고 시작한 전시에도 빠져서 한 때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에 출석도장을 찍기도 했다. 요즘같이 영화같이 금값인 시기에 영화에 빠지는 바람에 영화관에서만 한 영화를 30번 가까이 봤고, 최근에는 야구에 빠져서 응원팀을 따라 전국 야구장 투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회사에서 면담을 하면서 팀장님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네가 진짜로 좋아하는 게 뭔지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해봐야 할 것 같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주위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많아서 부럽다고들 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팀장님과의 면담을 마치고 혼자 생각을 해보니 팀장님의 말씀이 이해가 간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소비적인 취미 생활 말고, 나는 어떤 걸 할 때 가장 자신 있고 행복한 사람이었지?






한참을 생각하다 찾은 답은 여행이었다.


여행을 할 때 가장 자신 있고 행복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대체로 행복하긴 하다)

낯선 곳에서 혼자 돌아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자는 뜻이다.


브런치에서 올리게 될 글은 좋아하는 장르는 잘 알아도 정작 나 자신은 잘 모르는 일개 오타쿠가 그동안 혼자서 다녔던 여섯 차례의 여행들을 회상하며 그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그래서 어떤 사람이 됐는지에 대해 스스로를 천천히 알아가는 글이 될 것이다.


가능하면 틈틈이 일상 속에 스며든 다른 덕질 이야기도 풀어보고 싶지만 일단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기를 완성하는 것부터 하기로 하자. 그리고 그때쯤이면 나의 내면에도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미래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되기를 바라본다.





계기는 단순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작가가) 됐습니다.

빠른 템포로 올리지는 못해도, 스스로에게 솔직한 글을 올리고 싶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