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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by Ryan Ham

1년 남짓의 서울 자취를 끝내고 이사전 집에 먼저 들렸다.

가족들은 모두 볼일을 보러 집을 비웠다.


간단한 개인적인 일을 한 후

쇼파 위에 누었다.

집안의 유일한 소리인 공기청정기에 집중한다.


적막이 감도는 집안과는 달리 머릿속은 분주하다.

여러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건지

삶에서 부족한 그 무언가를 찾으려는 건지

나 자신도 자신에게 확답을 줄 수 없다.


사실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심 그 답이 틀렸으리라 희망하고 있는 것일 뿐


이 생각을 한지는 몇천번이었겠지만

내가 내린 답을 내가 수용하기까지에는

다시 몇천번의 생각의 과정이 있을 것이다.


가끔은 풀고 싶은 질문을 단지 많이 생각했다고 해서

그 중요성이 퇴색되는 느낌을 받는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무엇이 인생에서 중요한지조차 다시 생각해 본다.


쇼파 위에 누워있는 나를 우주 저 멀리서 본다면

작은 점에 불과할 것이다.

나보다 몇만배 큰 존재인 항성들도 몇 광년 멀리서는 해변가의 모래알일테니.

다시 이러한 생각을 하는게 도움이 되는지조차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에 대한 반론을 생각하는 것에 의미를 또 부여하려고 하니 끝이 없다는 생각을 돌연해본다.


어쩌면 세상의 이치의 한 가운데는 모순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누구는 이를 세상 만사는 항상 변한다라고

누구는 현상을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라고 하는 것 같다.


저 멀리서 약현성당의 종소리가 나지막이 들린다.

아마 그만 공상에서 벗어나 현생에 집중하라는 의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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