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책 다시 한번 읽어보기
몰입의 개념은 정말로 중요해서 나는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그전까지는 몰입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비교적 최근에 일정 수준 이상의 몰입을 경험 후 아주 진기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시간이 나서 근 3일에 거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와 황농문 박사님의 몰입 관련 서적들을 읽으면서 "몰입"에 대해 제대로 정리를 다시 해보았다. 분명 예전에도 읽었던 책들인데 이번에 집중해서 읽었더니 나의 인생 궁금증들 중 여러개가 동시에 해결되는 매우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 글에서 다루는 몰입은 일상 생활에서 종종 하게 되는 얕은 수준의 몰입이 아닌 아주 깊은 단계의 몰입이다. 보통 1주일이상, 숙련된 자들은 몇년동안 한순간도 쉬지 않고 단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신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란, 매일 1시간 정도의 운동과 기본적인 사회활동을 위해 필요한 몇 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모든 시간은 몰입의 대상이 되는 이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깊은 몰입에 들어가게 되면 온 우주에서 몰입의 대상이 되는 존재와 나, 이 둘만이 있는 아주 신비한 상황이 계속 된다고 한다. 또한 몰입의 대상을 생각할 수 있는 한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한다.
몰입을 경험한 사람은 가치관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몰입을 하게 된다면, 그리고 심지어 몰입의 대상을 어려번 달성하게 된다면, 이 세상에 풀지 못하는 문제는 없고, "나는 몰입만 하면 어떠한 난관도 헤처 나갈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첫번째로 몰입의 대상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이 몰입의 대상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어야 한다. 본인이 연구자라면 해당 분야에서 몇년동안 풀리지 않는 난제가 될 수 있고, 개인이라면 자신의 삶의 방향성에 대한 문제, 직장인이라면 해답이 보일 것 같지 않은 장기 프로젝트의 과제가 있을 수 있겠다.
두번째로 몰입을 위한 재료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는데, 몰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시점서부터는 필요에 따라 관련 자료들이나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감을 얻을 수 있지만 완전한 몰입에 들어가는 시점서부터는 외부의 정보를 원천 차단하고 오로지 자신 내부의 정보를 이용하라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몰입을 위한 환경이 필요하다. 시간적인 면에서 보자면 몰입의 이상적인 환경은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1초도 쉬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직장인들과 같이 여러 업무를 처리해야 할때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따라서, 궁여지책으로 몰입할때에는 최대한 이에 해당하는 연속적인 시간을 길게 만들어야 한다. 공간적인 면에서는 몰입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를 원천 차단하는 장소가 좋다.
진정한 몰입을 경험한 사람은 매우 극소수이지만, 우리는 단발성적인 몰입에는 익숙하다. 주로 역동적인 스포츠, 게임, 마감기한이 얼마 안남은 시험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면 된다. 황농문 박사는 이 또한 몰입이지만 이는 "수동적 몰입"의 형태이며 아주 스트레스가 높은 상태라고 한다. 이는 지속 불가능하고 본인에게 데미지를 주기 때문에 "능동적 몰입"을 해야 한다고 한다. 명상을 하는 듯이 아주 천천히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중간에 피곤하면 선잠을 자두면서 이 행위를 이어가라고 한다.
인간은 자신의 의식 상태에 따라서 다른 주파수 범위를 띄는 뇌파를 가진다고 한다. 완전 각성 상태일때는 14Hz이상의 베타파, 명상을 포함한 편안한 일상 상황에서는 8Hz 이상의 알파파가 된다고 한다. 4Hz~7Hz는 세타파가 관여를 하는데 이는 잠들기 직전의 상태나 최면 상태의 뇌파라고 한다.
우리 뇌는 자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기 바빠서 얕은 기억은 끄집어 내지만 깊은 기억에는 접근하지 못한다. 반대로 잠이 든 상태에서는 외부의 자극을 인풋으로 받지 않기 때문에 의식이 깨어있었을때 받았던 경험들을 뇌의 장기기억 속에 집어 넣는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최상의 몰입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잠들기 직전의 상태인 세타파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식은 아주 희미하게 있지만 거의 잠들기 직전의 상태여서 뇌의 아주 깊숙한 부분까지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었을때 아주 큰 감동을 받았는데 왜 초월명상에서 만트라를 외치면서 잠이 들랑말랑한 상태를 유지하는지, 왜 좋은 아이디어 들이 샤워할때 많이 나오는지에 대해서이다. 이전까지는 명상이 좋다라고만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디만 이 뇌파와 관련된 자료를 보니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였다.
달리기 뉴비인 사람이 바로 다음날부터 마라톤을 뛰지 못하듯이, 몰입 또한 충분한 준비 운동이 필요하다. 황농문 박사는 이 step을 많은 단계로 나누었는데 가장 입문자 코스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Phase 1 : 1번 몰입시 20분씩, 하루에 이를 여러번 실행
Phase 2 : 1번 몰입시 2시간씩
Phase 3 : 1주일 몰입
...
이와 같은 활동을 하면서 심박수가 많이 올라가는 운동을 하루에 1시간씩 병행하는 것이 필수라고 했다. 물론 여기서 균형잡힌 식단까지 하면 베스트이다.
나의 20대는 가히 "몰입"할 수 있는 분야를 찾기 위한 여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아마존 도매사업, AI, 블록체인, 프런트앤드, 블로그 자동 발행 등 정말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봤지만 "아 이거다!"라고 할만한 직감을 느껴보지 못했다. 마치 연료가 가득찬 오토바이가 달릴 준비를 알리듯이 앞에서 굉음을 내고 있는데 목적지를 고르지 못해 계속 같은 원을 뱅글뱅글 돌기만 하고 있었다. 목적지만 정확히 딱 정해지면 정말 초스피드로 갈 수 있는데 이것을 찾지 못해서 너무 괴로웠던 나날의 연속이였다. 특히,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블록체인 분야에서 다시 한번 커리어 전환을 할때에는 정말 참담한 심정이였다.
그러다가 언리얼 엔진이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고 처음으로 게임 개발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임을 할 줄만 알았지 게임을 만들어 본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는데, 직감적으로 내가 방송부 동아리를 들어가게 된 계기, 제약회사에서 3D 단백질 구조 개발 툴을 자원해서 하겠다고 한 일, 블록체인에서 3D NFT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일 등 여러 기억들과 지금까지 열심히 했던 게임들의 기억이 복합적으로 떠올리면서 "드디어 내 할일을 찾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 직감에 대한 확신을 준 순간보다, 게임 개발이 나에게 완벽한 핏이라고 생각한 가장 큰 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내가 최근에 발매한 "Time Arena"를 만들때 내가 몰입의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올해 1월말서부터 3월초까지 스팀 세션을 기반으로 한 TPS 멀티플레이 게임을 만들고 출시를 했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한달이 조금 넘는 시간에 세션 구축, GASP에 애니메이션 통합, 멀티플레이 로직 개발, 레벨 제작, 게임 디버깅, 자료 정리와 스팀 페이지 세팅까지 마쳤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당시에는 하루종일 게임 제작에만 몰두하였던 것 같다. 하루를 작업으로 불태우고 아무리 힘들어도 다음날 작업 계획을 세우고, 그날 작업한 내용을 틈틈히 적은 메모장의 내용을 참고해서 유튜브에 그날 한 과정을 devlog로 만들어 업로드하였다. 게임 로직을 구현할때도 원인을 알수없는 형태로 이상한 동작을 계속해서 보이면 다 때려치우고 포기하고 싶었을 떄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그냥 계속 생각해가면서 해답을 찾았다.
책에 따르면 이 한달동안에 내가 경험한 것은 얕은 몰입이고, 능동적 몰입과 수동적 몰입의 경계에 해당된다. 게임의 방향성과 데드라인은 내가 직접 정했다는 점에서는 능동적 몰입이지만 어쨌든 데드라인이 있었고, 편안한 마음가짐이 아닌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와 상기된 마음으로 작업을 임했다는 점에서 수동적 몰입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찌됐든, 이 "약간의 몰입의 맛"을 본 나의 개인적인 느낌은 정말 황홀했다. 몰입하는 당시에는 시간가는줄 몰랐기 때문에 중간중간 휴식할때 약간의 행복함과 자기 전에 "오늘 하루도 불태웠다"라는 마음에 뿌듯함을 느끼는 정도였지만 게임 출시를 하고 회상을 해보면 "진짜 내가 한달만에 이걸 다했다고?"면서 나 자신에 대한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몰입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종교활동에서 빈번하게 하는 행위라고 하는데 특히 불교와 유사점이 많다고 한다. 몰입의 목표가 되는 것은 "화두", 100% 몰입의 상태는 삼매, 몰입을 하는 행위는 "참선", 또한 몰입을 하게 될때 겪게 되는 감정의 스팩트럼이 불교에서 수행을 할때 느끼게 되는 "대신심"(틀림 없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확신), "대의심"(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함을 느낌), "대분심"(문제에 대한 분노심)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몰입이 어떠한 효과를 줄 수 있는지 정확히 알았고 실제로 프로젝트를 하면서 얕은 수준의 몰입을 실제로 경험을 해보았으니 이제는 이를 더 발전시켜야 한다. 2022년 말에 직장을 퇴사하고 무려 2년 반만에 다시 직장을 들어가게 되는 이 시점에 "몰입"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황농문 박사의 "몰입"은 직장인으로서는 절대로 불가한 행위이다. 연구를 함에 있어서는 바로 적용해도 훌륭하지만 직장에서는 환경에 맞게 변형한 형태의 몰입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직장에서 하는 업무를 퇴근 후에도 계속 생각하면서 천천히 음미&끈질지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매일매일 기록해두면서 이를 어떠한 형태로든(교육/출판/발표) 재가공해서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나니 복잡했던 머리가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아직도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조바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몰입"을 등에 업고 항상 나에게는 좋은 일만 생길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