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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달해 May 10. 2016

"왜 안 왔어?" 웃음폭탄 '조세호 놀이'

[대중문화 이야기]

                                                                                                                                                                          

  

조세호와 김흥국의 대화를 소재로 만든 패러디 포스터


개그맨 조세호가 최근 연예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 방송된 MBC ‘세바퀴’의 한 장면이 이제 와서 네티즌들에 의해 패러디되면서 ‘웃음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상황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당시 세바퀴 300회 특집방송에서 게스트 김흥국이 뜬금없이 조세호에게 “안재욱 결혼식에 왜 안 왔어”라고 타박했고, 조세호는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라고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잠깐 웃고 지나갈 만한 내용일 뿐이고 방송 당시에는 이슈가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김흥국의 맥락 없는 질문과 억울해하는 조세호의 표정이 다양한 방식으로 패러디돼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퍼져 나가고 있으며 연예계뿐 아니라 각종 단체와 심지어 관공서에서도 행사가 있을 때 “조세호 씨는 또 안 왔냐”는 농담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조세호라는 이름 석 자에 “왜 안 왔냐”는 문구만 더하면 별 이유도 없이 웃음이 뻥뻥 터지는 묘한 현상.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에 불과하지만, 속 터지는 일 많은 요즘 잠시나마 즐거움을 주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조세호 놀이' 유행의 계기를 제공한 MBC '세바퀴'의 한 장면


‘조세호 놀이’ 폭발적 유행

일명 ‘조세호 놀이’의 방식은 굉장히 단순하다. 어떤 상황이든 “조세호는 왜 안 왔냐”고 몰아붙이면 그만이다. 말도 안 되는 ‘뜬금포’에 불과하지만 이게 또 굉장한 중독성과 폭발력을 가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온라인상에 영화 ‘시간 이탈자’와 ‘날 보러와요’ 포스터에 조세호와 김흥국, 안재욱의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물이 나오는가 하면 연예인들도 각각 조세호를 거론하며 싱거운 농담 주고받기를 하고 있다. 슈퍼주니어의 강인이 SNS를 통해 조세호에게 “왜 저희 부모님 결혼식에 안 오셨냐. 사진 찾아보니 형이 없더라”는 메시지를 남겨 웃음을 자아냈고, 빅뱅의 태양도 조세호의 SNS에 “저희 일본 팬미팅 때 왜 안 오셨어요?”라는 글을 남겼다.

연기자 엄현경이 공개한 조승우와의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도 화제다. 조승우는 엄현경과 대화를 주고받다 “조세호 씨한테 왜 ‘헤드윅’ 막공 파티 때 안 오셨느냐고 전해줘” “우리 ‘마의’ 제작발표회 했을 때도 왜 안 왔었는지 전해줘” 등의 말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조세호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가상부부로 출연 중인 차오루도 “생각해보니까 우리 부모님 결혼식에 세호 오빠가 안 왔었다. 서운하다”고 밝혀 웃음을 줬다.


빅뱅 태양이 조세호의 SNS에 남긴 글


홍보-마케팅 포인트로 활용되기도

유세윤도 JTBC ‘비정상회담’ 1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 자리에 조세호 씨는 안 온 거냐”는 말을 해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 측은 종영을 앞둔 상황에서 공식 포스터의 주연배우 윤상현 얼굴 위에 조세호를 합성하고는 ‘세호씨, 올꺼죠?’라는 문구를 삽입해 눈길을 끌었다. ‘대세’로 떠오른 조세호 놀이를 홍보에 적합하게 사용한 케이스다. 욱씨남정기에 출연 중인 연기자 권현상 측에서도 소속사 SNS에 “5월 7일 ‘욱씨남정기’ 종방연인데 세호 씨 안 오실 건 아니죠?”라는 글과 패러디 사진을 남겼다.지방자치단체와 관공서까지 조세호 놀이에 동참했다. 고양 국제 꽃박람회를 주최한 경기도 고양시도 행사에 조세호가 오지 않았다고 섭섭함을 표해 홍보와 웃음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부산경찰청도 “우리 부산경찰청이 전국 최초로 해양범죄수사대를 발족했다. 그런데 세호 씨 왜 안 오셨냐”는 글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중의 조세호 놀이도 즐겁다. 영화 ‘캡틴아메리카-시빌워’를 거론하며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싸우는데 왜 조세호는 나타나지 않았냐”고 지적하는가 하면, “조세호는 왜 임진왜란 때 참전하지 않았냐”고 성토하는 글도 눈에 띈다. 하나같이 조세호의 표정과 어우러져 폭탄급 웃음을 안겨준다.


드라마 '욱씨남정기' 출연자 권현상 소속사에서 내놓은 조세호 패러디 스틸


안재욱-김흥국도 ‘조세호 놀이’로 윈윈 효과

조세호 놀이의 계기를 제공한 김흥국이나 본의 아니게 이름이 거론됐던 안재욱도 동반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다.

김흥국은 조세호에게 ‘불참의 아이콘’ ‘불참러’ 등의 별명을 만들어준 장본인.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막가파식 개그’를 구사했을 뿐인데 이게 유행으로 번지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어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SBS 라디오 ‘김흥국-봉만대의 털어야 산다’의 6일 방송에 조세호를 강제 소환해 ‘윈윈 효과’를 누리는가 하면, 5일 전파를 탄 Mnet ‘음악의 신2’에도 출연해 세바퀴 출연 당시 조세호와의 대화를 재연했다. 전체 흐름과 관계없이 갑자기 동반출연자 백영광을 향해 “너 안재욱 결혼식에 안 갔냐?”고 묻더니, “안재욱을 몰라? 초대를 못 받았어? 초대 안 해도 와야 될 거 아냐”라고 버럭 화를 내 폭소를 자아냈다.


온라인에 올라온 패러디 포스터들


안재욱 역시 조세호 놀이의 수혜자다. KBS2 TV 주말극 ‘아이가 다섯’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지만 한류의 중심에서 톱스타로 군림하던 과거에 비하면 트렌디한 느낌이 사라진 게 사실. 특히 20대 미만의 어린 연령대에는 어필하지 못했는데 조세호 놀이를 계기로 상황이 바뀌고 있다. 10대까지 모르는 이들이 없을 정도로 이름과 얼굴이 알려져 “전성기를 되찾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 역시 조세호 놀이 열풍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돌잔치 때는 진짜로 조세호를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세호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안재욱이 돌잔치에 초대하면 꼭 가겠다. 혹시라도 필요하다면 사회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흥국 역시 인터뷰에서 “내가 직접 조세호를 안재욱 딸 돌잔치에 데려가야겠다”고 너스레를 떨며 조세호 놀이 열풍에 힘을 보탰다.


드라마 '욱씨남정기' 측이 종영을 앞두고 제작한 패러디 포스터


온라인 유저 문화 소비 취향에 걸맞은 소재

이번 조세호 놀이 붐은 지난해 가수 이애란의 ‘백세인생’ 케이스와 유사한 점이 많다. 백세인생의 경우도 ‘전해라~’라는 가사 한마디가 다양한 방식으로 패러디되면서 화제가 됐다. 온라인상에서 수도 없이 많은 패러디물이 쏟아졌고 연예인들의 동참이 이어지는가 하면 다양한 부문의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저 어떤 문구든 ‘전해라’를 끼워 맞추기만 하면 그걸로 완성. 그런데 이번 조세호 놀이는 임팩트 있는 웃음까지 동반하고 있어 그 영향력이 한층 세다. 게다가 백세인생 광풍이 ‘전해라~’라는 가사 한마디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조세호 놀이는 현상의 당사자가 세 명이나 되고 인지도 역시 높아 확장성 면에서도 탁월하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가볍고 단순한 웃음을 원하는 온라인 문화 소비자들의 취향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자신의 SNS에서 '조세호 놀이'를 하며 상황을 즐기는 조세호. 


한편으로, 조세호 놀이가 망치 휘두르는 스트레스 해소용 ‘두더지 게임’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이유도 없이 “왜 안 왔냐”고 사람을 다그치고 억울해하는 표정을 보며 웃음과 통쾌함을 얻는데, 여기에는 분명 조세호라는 인물에 대한 가학이 동반되고 있다. 조세호를 향한 폭력행사로 스트레스를 떨쳐내고 만족감을 얻는 식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 현상에서 불만을 가진 이는 없다. 오히려 조세호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학대를 즐기고 고마워한다. 최초 학대를 시작한 김흥국도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한다. 대중도 진심을 다해 조세호를 공격하며 동시에 연예인으로서 그의 성공을 축하해준다. 공격하는 이나 공격을 받는 이나 함께 즐거워하는 희한한 상황. 조세호 놀이가 가져온 유쾌한 바이러스의 영향이다.                                                            

(정달해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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