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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달해 Jul 15. 2016

마동석, 상승세에는 이유가 있다

[대중문화 이야기]

*이 글은 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넘치는 존재감에 ‘귀요미’ 이미지까지. 요즘 배우 마동석은 뭘 해도 빵빵 터진다. 영화계에서 주연급 조연으로, 때로는 주연으로 활동하며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드라마까지 섭렵하며 안방극장을 압도하고 있다. 영화 ‘굿바이, 싱글’과 20일 개봉을 앞둔 ‘부산행’, 그리고 인기리에 방영중인 OCN 드라마 ‘38 사기동대’ 등 올 여름 시즌에 내놓는 작품만 세 편이다. 정의감 넘치는 공무원에 톱스타의 스타일리스트, 또 임신한 아내를 위해 좀비에 맞서는 순정남 등 맡은 캐릭터도 변화무쌍하다. 세 번째 모델계약을 마치고 선보인 어플리케이션 ‘배달통’의 새 광고 역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중예술의 범주에서 활동하는 배우가 생명줄처럼 철저히 관리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미지’인데, 마동석은 지금 어떤 모습을 보여줘도 지지를 얻을 만큼 확실히 호감도를 쌓아올린 상태다.      



지나치게 강한 외모, 장점으로 승화시켜 

마동석이 뿜어내는 존재감은 그 특유의 외모에서 나온다. 180cm 정도의 키에 약 90kg 전후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인으로선 이례적으로 잘 발달된 근육이 단번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희소가치가 있는 외모로, 배우 본인에겐 훌륭한 자산이다. 

여기에 오랜 기간 조연과 단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몸으로 익힌 표현력이 추가된다. 데뷔 초기만 해도 우락부락한 근육과 마스크 때문에 악역이나 조직폭력배 또는 형사 등 힘 좀 쓸 것 같은 캐릭터로 활동 폭이 한정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선입견을 이겨낸 뒤로는 핸디캡이 될 뻔한 외모를 장점으로 승화시키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다. 



사실 마동석이 발성이 유별나게 뛰어나다거나 각양각색의 표정연기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는 연기파는 아니다. 감정연기를 할 때도 그 폭이 얕은 편이다. 그래서, 간혹 고난도 연기가 필요한 작품에서 어색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테면, 원톱 주연으로 나섰던 김기덕 감독의 ‘일 대 일’과 같은 케이스다. 문어체 대사에 상업영화와는 판이하게 다른 세계관으로 이뤄진 이 작품에서, 마동석은 캐릭터를 소화하느라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스로 캐릭터의 감정에 빠져들지 못해 그 인물의 표면에서 겉도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설득력+매력 두루 갖춘 배우 

그러나, 연기파가 아니라는 이유로 마동석을 폄훼하긴 이르다. 분명 감정연기가 서툴고 표정 역시 아직까지는 한정적인 건 사실이다. 그래도 소화가능한 캐릭터를 맡았을 때는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매력을 극대화하고 보는 이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영화 ‘베테랑’의 말미에 잠시 카메오로 등장하는 것만으로 관객을 환호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단번에 관객의 마음을 휘어잡고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다. 



이 ‘설득력’은 특히 배우에게 중요하다. 과거 90년대 코미디 장르로 톱스타 자리에 오르며 ‘연기 잘하는 배우’의 대명사가 됐던 박중훈도 스릴러 ‘세이 예스’(01)에서 사이코패스를 연기했다가 혹평을 들었다. 마치 남의 옷을 입고 나온 듯 어색해 보는 내내 거슬렸으며 ‘이러다 또 웃길 거 같은데’라며 표정변화에 집중하느라 영화 전체에 대한 몰입도까지 떨어졌다. 코믹 캐릭터에 한정된 기존 이미지를 벗어버리기 위해 욕심을 부렸지만 오히려 소화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변신에 실패했다. ‘이런 연기도 할 수 있다’고 관객을 이해시키려다 ‘당신은 이런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아’라는 지적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박중훈의 장점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의 영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유머와 페이소스가 뿜어져 나오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극대화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영화배우로서 박중훈이 가진 설득력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설득력은 기승전결의 논리가 타당할 때 완성된다. 배우가 자신이 가진 이미지와 연기력을 최적화시켜 ‘말이 되게’ 만들어낼 때 관객은 반응한다. 



마동석이 몇몇 작품에서 실망스런 연기를 보여주긴 했지만 확률로 따졌을 때 ‘승’이 많았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주연으로 작품을 끌고 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한다. 그러나, 이미지의 장점을 활용하고 이를 토대로 설득력을 확보해나가는 능력을 감안한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연기폭을 넓히며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워서’가 아니라 동물적 감각에 따라 움직이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는 점에서 더 희망적이다.      



드라마까지 영화처럼 보이게 만들어 

마동석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두고 ‘영화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존재감 넘치는 외모로 오랜 기간 영화계에서 활동하며 쌓은 인지도 때문이다. 대형 스크린을 장악하던 배우가 TV로 들어와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을 가득 채우니 존재감이 남다를 수 밖에.  현재 방영중인 ‘38 사기동대’ 역시 마동석이 주연으로 나서면서 ‘영화같은 드라마’로 불리고 있다. 



‘38 사기동대’는 악덕 체납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쳐 세금을 징수하게 만드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마동석은 세금징수 공무원 백성일을 연기하며 사기꾼 역의 서인국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앞서 같은 채널 OCN에서 방영해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나쁜 녀석들’의 한정훈 작가가 또 한번 마동석과 손을 잡고 야심차게 기획했다. 마동석은 ‘나쁜 녀석들’에서 보여준 것보다 한층 더 캐릭터의 비중을 높이고 아예 중심에 서서 드라마를 끌고 간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법한 서민의 애환을 표현하고 정의롭게 체납자를 골탕 먹이며 통쾌함을 자아낸다. 연기는 동네 아저씨의 리얼한 하루를 다큐멘터리로 풀어내는 듯 자연스럽다. 부조리한 상황에 분노하는 순간의 감정연기, 그리고 어설픈 사기꾼으로 행동하다 당황할 때의 연기를 할 때도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진다.       



백상예술대상 수상 계기로 연기인생 전환 

‘38 사기동대’ 뿐 아니라 최근 보여주고 있는 마동석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합격점이다. 김혜수와 함께 한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도 스타일리스트 역을 맡아 트렌디한 의상을 소화하며 웃음을 줬다. 어울리지 않을법한 설정인데 묘하게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부산행’에서는 좀비까지 주먹으로 때려눕히는 터프함을 가졌으면서 아내 앞에서 쩔쩔매는 귀여운 모습을 보여준다. 외형적 이미지와 상반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능청스러운 연기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부산행’이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올라 현지 상영될 당시, 극장을 가득 메운 각국의 관객들이 가장 열광했던 캐릭터가 마동석이 연기한 ‘상화’였다. 거구에 조폭같은 인상으로 임신한 아내가 들어간 화장실 앞을 지킬 때에는 웃음이 새어나왔고, 몽둥이와 주먹을 휘두르며 좀비를 제압할 때는 환호와 함께 박수가 터졌다. 마동석이 생소한 외국인 관객까지 단번에 아군으로 흡수한 셈이다. 그만큼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동석의 연기인생은 영화 ‘이웃사람’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면서부터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제4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녀조연상까지 수상하면서 영화계 내 입지가 달라졌다. 이미 주연급 조연으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이 시기부터 여러 작품에서 캐릭터의 비중이 눈에 띄게 커졌고 아예 원톱 주연으로 나서는 경우도 늘었다. 그럼에도 마동석은 굳이 역할의 크기에 집착하지 않고 꾸준히 ‘하던 일’을 해왔다. 오랜 숙성기간을 거쳐 자기만의 깊은 맛을 내는 법을 알게 됐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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