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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달해 Jul 21. 2016

서인국, 이젠 노래도 잘하는 '배우'

[대중문화 이야기]

‘연기 잘하는 가수’로 불리던 서인국이 ‘인생 캐릭터’라 할만한 역할을 소화하며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OCN 금토 드라마 ‘38 사기동대’에서 사기꾼 양정도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중이다. 마동석과 함께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하는가하면 사기꾼 캐릭터의 특성에 맞게 수도 없이 다양한 인물로 변신해 깨알같은 재미를 주고 있다. 2012년 ‘사랑비’의 조연 캐릭터를 시작으로 연기에 입문해 주연급으로 활동한지 벌써 4년. 출발점을 떠난 뒤부터 줄곧 ‘꽤 괜찮은 연기’라는 말을 들으며 승승장구했는데, 최근 ‘38 사기동대’에서는 맞춤옷을 입은 듯 한층 업그레이된 연기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연기까지 하는 가수’가 아니라 ‘노래도 할 줄 아는 배우’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38 사기동대’ 능청스런 연기 호평 

서인국이 출연중인 드라마 ‘38 사기동대’는 영화 편성을 주로 하면서 ‘나쁜 녀석들’ ‘특수사건 전담반 ten' ‘신의 퀴즈’ 등 장르드라마를 만들었던 OCN 채널의 신작이다. 장르드라마를 만들며 쌓인 노하우를 활용해 OCN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영중이다. 

드라마는 편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탈세를 저지르는 악덕 체납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쳐 세금을 받아내는 과정을 그린다. 세금 징수 공무원과 사기꾼들이 팀을 이뤄 작전을 펼친다. 마동석이 공무원 백성일을, 서인국은 마동석을 도와 체납자들을 공경에 처하게 만드는 사기꾼 양정도를 연기하고 있다. 번듯한 외모에 두뇌회전이 빠르고 처세술에 능한 인물로 겁이 없고 판단력도 좋아 밥 먹듯이 상대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인물이다. 



그동안 사기꾼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낸 영화와 드라마가 많았지만, 서인국이 연기하고 있는 양정도는 그중 상위권에 올려둘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이다. 머리가 좋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어필하지 않고 말과 행동, 또 상황을 통해 자연스레 묘사하며 보는 이들의 이해도를 높인다. 무엇보다 능청맞은 연기를 보여주는 서인국으로 인해 캐릭터의 매력이 배가되고 있다. 국세청 팀장, 다단계 회사 대표, 순진한 대학생, 백수 등 상황에 걸맞게 다른 인물로 행세하며 외모는 물론이고 말투까지 바꾸는 서인국의 능청맞은 연기가 캐릭터를 잘 살려내고 있다는 평가다. 사투리를 쓰며 아저씨 같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순간 돌변해 이지적인 표정으로 차가운 모습을 드러내는 등 순간순간 톤을 바꿔가며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연기 시작 후 최고의 캐릭터, 물 만났다 

‘38 사기동대’의 성공으로 서인국의 입지도 달라졌다. SBS ‘주군의 태양’에서 소지섭에 이은 ‘두번째 남자 캐릭터’를 소화하며 지상파 미니시리즈로 활동 폭을 넓혔지만, 이후 연이어 두 편의 지상파 출연작이 기대 이하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 빠진 상황이었다. 

데뷔 후 첫 사극인데다 광해군을 연기하며 기대감을 높였던 MBC '왕의 얼굴’(14)은 10%에 못 미치는 시청률을 보였다. 시청자 폭이 넓은 사극이란 사실을 감안할 때 안타까운 성적이다. 뒤를 이어 장나라와 동반출연해 천재 프로파일러를 연기했던 KBS 2TV '너를 기억해’(15)도 5%를 겨우 넘나드는 수준에 그쳤다. 단순히 시청률이 문제가 아니었다. 화제성 자체가 떨어지면서 대중의 시야에서 벗어나 아쉬움을 남겼다. 당연히 서인국의 연기 역시 부각되지 못했다. 주연으로 출연한 지상파 미니시리즈가 두 편이나 연속으로 실패하면서 ‘시청자를 끌어들일 정도의 원톱 주연급으로는 역량이 모자라는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니 지금 ‘38 사기동대’의 인기와 서인국에게 쏟아지는 호평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서인국 개인으로선 본인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고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는 공신으로 꼽히고 있으니 더 이상 바랄게 없을 듯 하다. 마동석의 존재감에도 밀리지 않고 극중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걸 보면 향후에도 배우로 한층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응답하라 1997’로 연기돌 이미지 굳혀 

잘 알려진 것처럼 서인국은 Mnet '슈퍼스타K' 시즌1(09)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데뷔한 가수다. 72만명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1위에 올랐다. 마지막 경합까지 라이벌 조문근과 치열한 승부를 펼쳤지만 시청자 문자투표에서 여성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대학생 신분으로 단숨에 주목받는 인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가수 활동이 순탄치는 않았다. 당시 ‘슈퍼스타K'의 성공으로 인해 비지상파를 견제하던 지상파로 인해 서인국의 방송 출연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으며, 발표하는 곡들도 음원차트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어디를 가든 ‘슈퍼스타K' 출신이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당시만 해도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이들을 아마추어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했다.



그러다 새로운 활로가 됐던 게 바로 드라마 출연이다. 시작은 장근석과 소녀시대 윤아가 주연을 맡았던 KBS 2TV ‘사랑비’(12)다. 서인국은 이 드라마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내뱉는 꺼벙한 캐릭터 창모를 연기했다. 바가지 머리에 검은 뿔테안경으로 외모를 망가트리고 오직 연기로 승부를 걸었는데 ‘처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워 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드라마가 시대에 뒤떨어진 감각으로 혹평을 받았지만 서인국의 연기는 업계 관계자들에게 널리 회자됐다. 



이때 보여준 연기력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서인국은 tvN '응답하라 1997’에서 주연자리를 따낸다. 사실 이 당시만 해도 ‘응답하라’ 시리즈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시절. 제작진 입장에서도 스타 캐스팅이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서인국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절묘한 만남이 성사되면서 ‘응답하라 1997’은 향후 히트 퍼레이드의 서막을 여는 성공을 거뒀고 서인국은 정식 배우로 도움닫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후로 서인국은 MBC 주말극 ‘아들 녀석들’에 이어 같은 방송사의 미니시리즈 ‘주군의 태양’, 또 tvN ‘고교처세왕’, 영화 ‘노브레싱’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활동 폭을 넓혔다.      



날렵한 몸매에 매끈한 마스크로 여성팬 지지 끌어내 

‘슈퍼스타K'에 출연할 때도 서인국은 준수한 외모로 여성 팬들의 표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당시 경쟁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돋보였을 뿐 연예계에서 활동하기에 특별히 장점이 부각되는 외모는 아니었다. 180cm의 훤칠한 키를 자랑하지만 덩치도 커 카메라 앞에 서면 둔탁해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드라마에서 주연급으로 활동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서인국의 외모도 한층 세련되게 변하기 시작했다. 역시 체중감량을 하고 열심히 근육을 살려 몸매를 다듬는 등 서인국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층 날렵하고 잘 정리된 외모를 가지게 된 후부터 가수로서 무대 위에서 존재감을 높일 수 있었고 연기자로서도 멋진 캐릭터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38 사기동대’에서 보여주고 있는 능청스러운 모습은 사실 서인국의 평소 모습과도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장난기 많고 붙임성 좋은 일상의 행동패턴이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배우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캐릭터와 만난다는 게 확률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지금 서인국은 잡기 어려운 행운을 거머쥐었다. 차기작으로 9월 방송되는 MBC 미니시리즈 ‘쇼핑왕 루이’에도 출연을 확정지은 상태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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