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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달해 Mar 15. 2016

[대중문화 이야기]

 ‘태양의 후예’ 소문난 잔치 먹을 것도 많아 

*이 글은 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tvN의 약진 속에서 허덕이던  지상파가 오랜만에 볼만한 드라마를 내놨다. 초반부터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며 화제작으로 떠오른, KBS2 TV 수목극 ‘태양의 후예’다. 

'태양의 후예'는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2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넘어섰고 6회에 이르러 30%에 육박하는 기록을 올렸다. 지상파 주중 미니시리즈의 평균 시청률이 10%대로 훅 떨어진 현실 속에서 이만큼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탄 작품은 최근 찾아볼 수 없었다. KBS에 대한 시청자들의 채널 충성도와 요즘 이 드라마가 쏟아내는 숱한 이슈들을 감안한다면 오랜만에 '40%대 국민 드라마'가 탄생할 확률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사전에 제작을 마친 후 방송돼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또한,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과 몰입도 높은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이미 주연배우 송중기와 송혜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이고, 진구와 김지원 등 ‘세컨드 멜로 라인’을 맡고 있는 배우들도 인상적인 연기로 드라마의 인기에 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송중기 등 주요 캐릭터의 대사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휩쓰는 유행어가 됐다.  


'태양의 후예' 스틸사진 (출처:KBS)


위험요소 장점으로 바꿔 잭팟!

‘태양의 후예’는 전파를 타기 전부터 라이벌 방송사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던 기대작이다.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등 연타석 홈런을 날린 스타작가 김은숙이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하는 김원석 작가와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수락한 데다 제대한 스타 송중기의 복귀작이라는 사실, 또 3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송혜교 등 갖가지 이슈가 넘쳐났다. 국내에서 특히 드문 100% 사전 제작 드라마라는 점 역시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영화계에서 국내 4대 투자배급사로 불리는 NEW가 콘텐츠 전문 유통사를 표방하고 나서 처음으로 제작한 드라마라 방송`영화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반면, 같은 이슈로 인해 우려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이를테면, ‘파리의 연인’부터 시작해 줄곧 멜로 드라마에서 주가를 높였던 김은숙 작가가 군인들의 모습을 다루고 액션까지 묘사해야 하는 낯선 환경에 놓였다는 점, 아기자기했던 전작의 스케일과 달리 무려 13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로 350여 명의 배우들이 등장하는 대작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도 불안요소 중 하나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남자 작가 김원석이 투입돼 공동집필을 하게 됐지만, 이 역시 ‘두 사람이 부딪치지 않고 윈윈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낳았다. 


'태양의 후예' 스틸사진 (출처:KBS)


송중기와 송혜교의 조합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우려할 만한 요소였다. 일단, 송중기가 실제로 송혜교보다 세 살이 어리다. 그도 그렇지만 이미 송혜교가 2000년대 초반부터 이병헌`송승헌`원빈`현빈 등 연상의 남자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던지라 상대적으로 송중기가 더 어려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영화 투자배급사 NEW가 첫 드라마라고 너무 판을 키워서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이처럼 ‘태양의 후예’는 ‘양날의 검’을 지닌 채 제작됐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양날의 검’은 적소를 베고 찌르는 영리하고 적절한 무기로 가공됐다. 과하지 않을 정도로 스케일을 드러내 보는 재미를 높이고 느슨할 틈 없이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릴 틈도 주지 않았다. 영화처럼 심도 깊은 화면 위에 정교하게 다듬어낸 캐릭터들을 풀어놓고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던져주니 도무지 동 시간대 다른 드라마에 시선을 줄 수가 없다. 

두 작가의 컬래버레이션, 송중기와 송혜교의 만남, 영화 투자배급사 NEW의 욕심이 절묘하게 접점을 찾아 시너지 효과를 냈다. 같은 시간대에 MBC가 가수 비와 오연서, 김수로, 이민정, 이하늬 등 주연급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멀티캐스팅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를 내보내고 있는데, 꽤 흥미로운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태양의 후예’에 밀려 5~6% 수준에 머무르며 대진운을 탓하고 있다. 위험요소를 안고 시작했지만 장점을 살리고 전략적으로 접근해 ‘잭팟’을 유도한 셈이다. 


'태양의 후예' 스틸사진 (출처:KBS)


매력적 캐릭터에 몰입도 높은 전개

‘단 1분도 지루해선 안 된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주인공 캐릭터에 꽂히게 만들어야 한다’ ‘다음 장면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해야 한다’. 

이상 세 가지가 크게 나눠본 드라마의 필수 흥행 공식이다. ‘태양의 후예’는 흥행 드라마의 성공 공식을 충실하게 반영해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초반부터 흡입력 있는 전개로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남녀 주인공이 각각 처한 상황을 보여주며 캐릭터를 이해시키고 매력을 부각시켰다.특히 캐릭터가 강렬해 눈길을 끈다. 설득력 있는 캐릭터라 함은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힘을 말하는 것이고 그 힘은 주로 캐릭터가 가진 매력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 매력은 캐릭터를 표현하는 배우의 타고난 아우라와 후천적 노력으로 만들어진 연기력이 합쳐져 만들어진다. 그동안 멜로 전문 김은숙 작가의 전작에서 가장 돋보였던 장점 중 하나가 매력 넘치는 남자 주인공 만들어내기였고 이번에도 그 장기는 빛을 발했다.


'태양의 후예' 스틸사진 (출처:KBS)


극 중 특전사 엘리트 장교 유시진 역의 송중기는 테러 진압에 나서 남성미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송혜교와 함께할 때면 ‘연애 9단’의 로맨틱한 면모를 드러내며 이중적인 매력을 과시한다. 군인 특유의 ‘다, 나, 까’ 말투를 곁들이며 강인하게 원하는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직진하는 모습은 첫 회부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뽀송뽀송한 피부의 꽃미남 송중기에게 안 어울릴 듯한 남성적인 캐릭터지만 이 역시 연기력이 따라주니 문제없이 해결된다. 송혜교와의 러브신이나 액션에 유머러스한 장면까지 능글능글하게 소화하는 송중기를 보고 있으면 배우에게 연기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되새기게 된다. 

송중기뿐만이 아니다. 특전사 하사관 서대영을 연기하고 있는 진구 역시 명예와 의리를 중요시하는 ‘상남자’로 등장해 여자뿐 아니라 남자 시청자들까지 사로잡는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핫’한 배우로 다시 떠오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태양의 후예' 스틸사진(출처:KBS) 


그렇다고 남자 캐릭터에만 집중하는 건 아니다. 여자 캐릭터 역시 놓치지 않는다. 이 드라마에서 여자 주연 송혜교는 TV에 출연하며 스타 반열에 오른 실력파 의사 강모연을 연기한다. 스스로를 ‘성공에 집착하는 속물’로 포장하고 또 그렇게 살아가려 애쓰는 인물이다. 그런데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가득하다. 입체적인 성격을 부여해 다각도에서 캐릭터를 살펴볼 수 있게 만든 예다. 진구와 멜로 라인을 형성하는 군의관 윤명주 역의 김지원 역시 이번 작품에 출연하면서 데뷔 후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와 조우하게 됐다. 차기작에서 ‘두 번째 여자 캐릭터’가 아닌 ‘첫 번째’로 발돋움할 계기를 마련하게 될 듯하다.


'태양의 후예' 스틸사진 (출처 : KBS)


그동안 김은숙 작가는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그리고 ‘상속자들’의 “나, 너 좋아하냐?” 등 감각적인 대사로 유행어까지 만들어냈던 인물이다. 이번에도 그 필력이 힘을 발휘한다. “의사면 남친 없겠네요? 바빠서”라고 다짜고짜 들이대는 송중기. 이에 “군인이면 여친 없겠네요? 빡세서”라고 받아치는 송혜교의 첫 회 대사에서 이미 드라마의 성공이 엿보였다.         

사전 제작 드라마의 경우 전개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여론을 반영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혹평이 나오더라도 이미 촬영을 마친 상태라 편집으로 무마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단순무식한 소리처럼 보이겠지만 이럴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두말 나오지 않게’ 잘 만들어버리는 건데, 그런 예가 국내 드라마계에서는 전무하다. 용두사미가 되거나 또는 화려하게 시작을 알렸다가 편성도 잡지 못해 좌초되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 중국시장을 겨냥해 사전 제작되는 드라마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태양의 후예’가 지금 정도의 상태로만 무난히 주행을 마쳐도 국내 첫 사전 제작 드라마 성공 사례를 남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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