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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달해 Mar 08. 2016

[대중문화 이야기]

JTBC ‘차이나는 도올’, 예능적 재미 가미된 업그레이드 강연쇼

JTBC '차이나는 도올'의 강사 도올 김용옥 


TV 강연쇼의 유행도 이젠 지난 이야기가 됐는데, 이 시기에 JTBC가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을 한 편 내놔 눈길을 끈다. 


JTBC의 새 강연쇼는 지난 6일 일요일 오후 8시 30분에 첫 방송돼 2회까지 전파를 탄 ‘차이나는 도올’이다. 타이틀처럼 철학자 도올 김용옥을 내세웠으며 그의 입을 통해 중국에 대해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형식’이라고 소개한 이유는 기존의 강연쇼와 달리 예능적 재미까지 가미했기 때문.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는 배우 박철민과 가수 호란, 개그우먼 신보라, ‘비정상회담’으로 인지도를 높인 알베르토 몬디, 장성규 JTBC 아나운서, 그리고 매회 한 명의 일반인 청강생까지 총 10명의 ‘제자’들이 함께 자리해 은근한 재미를 유도한다.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농담을 곁들이고 도올의 강의를 듣는 동안에도 추임새와 리액션으로 흥을 돋운다. 흔히 TV 강연쇼가 스타강사의 입담에 의존하거나 일반인 청중들과 약간의 소통을 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차이나는 도올’은 아예 연예인 패널들을 출연시켜 토크쇼 및 토론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활용한다. 덕분에 이 강연쇼를 보는 시청자들은 ‘새롭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여기서 ‘자칫 강연쇼의 본질을 생각지 않고 재미를 주는데 공을 들이는 건 아니냐’고 우려할 수도 있겠다. 기우에 불과하다. 꼬장꼬장한 도올은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바뀌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첫 회에서도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4억 중국인의 지도자 시진핑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며 머릿속 지식을 꺼내놓기 시작했고 예의 변함없이 높낮이가 분명한 톤의 목소리로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강의를 했다. 그리고, 패널들도 누구 하나 도올의 강의를 듣는 과정에서 예능적 욕심을 감히 드러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편집상에서 도올을 좀 더 ‘귀여운 할아버지’로 포장하고 순간순간 패널들의 호기심 넘치는 눈빛과 때론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런 부분들로 ‘지루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기존 강의쇼의 약점이 보완됐다. 


교양으로 분류됐지만 지식을 얻어가는 한편 예능적 재미까지 느껴볼 수 있는 프로그램. 시청자 입장에서 꽤나 유익한 콘텐트인 셈이다. 고정 출연하는 연예인 패널들 역시 ‘돈 벌고 지식 얻어가고 인지도까지 높이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런 식의 유연한 시도가 가능했던 건 JTBC가 그동안 ‘예능형 교양’, 또는 ‘교양형 예능’을 변주하며 수차례 호평을 끌어낸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능에 시사를 결합한 ‘썰전’이나 외국인 출연자들을 기용해 토론의 장을 연 ‘비정상회담’, 그리고 최근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브랜드를 화면에 담아낸 ‘김제동의 톡투유’도 예능과 교양을 성공적으로 결합시켜 효과를 본 콘텐트다. 연예계 신변잡기에 남의 가정사 문제까지 운운하며 영양가 없는 ‘떼 토크’로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한 타 종합편성 채널과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첫 회에서는 함께 하는 ‘제자’들, 즉 패널들을 소개하고 프로그램의 성격을 알리느라 강연이 일부 축소된 경향이 있었다. 향후 회가 거듭될수록 강연에 대한 집중도는 조금씩 강화될 듯하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은 재미를 놓치지 않고 ‘즐거운 강연’을 들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실제로 13일 방송된 2회에서는 시진핑과 반부패 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어지러운 나라는 없다. 어지러운 지배자만 있을 뿐"이라고 소신있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적어도 '재미'를 위해 프로그램의 취지를 흐트리진 않을거란 확신을 주는 대목이었다.  대중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첫 회부터 2%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2회에는 2% 중반대까지 치고 올라갔다.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 도올의 견해를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 필자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선 깊이 공감한다. 그래서, 이 글은 ‘차이나는 도올’이란 프로그램 자체의 신선한 접근방식에 대한 호평임을 분명히 한다. ‘다른 생각’을 들어보고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그것도 즐겁게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차이나는 도올’은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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