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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달해 Apr 08. 2016

tvN vs JTBC, 금토드라마 전쟁

[대중문화 이야기]

*이 글은 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비지상파 대표 채널 tvN과 JTBC의 금토 드라마 경합이 치열하다. 현재 두 채널의 드라마가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간대는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 30분. tvN이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지상파 경쟁작들을 피해 개척한 틈새시장이다. 후발주자 JTBC 역시 지상파와 맞대결을 하다 채널 인지도에서 밀려 금요일과 토요일 방송을 택했으며, 이후 시간대까지 tvN에 맞춰 정면 승부를 하고 있다. 비지상파 중 평가와 인지도가 가장 높은 두 개 채널이 드라마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셈이다. 일단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된 승부의 결과는 tvN의 압승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순위가 바뀔 듯한 분위기가 형성돼 눈길을 끈다. tvN의 금토 드라마 ‘기억’이 전작들에 비해 시들한 반응을 얻고 있는 데 반해, JTBC 금토 드라마 ‘욱씨남정기’는 입소문이 나면서 차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tvN에 비상이 걸렸고, 매번 압도적인 스코어 차로 뒤지던 JTBC는 “때가 왔다”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 '기억'의 포스터


1인자 tvN ‘기억’이 자충수 되나

 tvN의 금토 드라마 ‘기억’은 잘나가던 로펌의 변호사 이성민(박태석 역)이 알츠하이머 선고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동시에 치열한 법정다툼, 또 살인사건에 얽힌 진실을 풀어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젊은 층을 겨냥해 트렌디 드라마를 주로 내놓던 tvN이 시청자 연령대 폭을 넓히기 위해 시도한 진지한 내용의 정통 드라마다. ‘응답하라’ 시리즈 등으로 보다 넓은 연령대를 포용하는 데 성공한 터라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다.

시도는 좋았지만, 아쉽게도 ‘기억’은 3.8%(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제외 기준)로 시작해 2%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이 정도라고 해도 동시간대 비지상파 콘텐츠 중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이고 기본적으로 이 시간대 비지상파 드라마 기록으론 나쁘지 않다. 그런데도 ‘떨어졌다’는 표현을 쓴 건 ‘오 나의 귀신님’ ‘두번째 스무살’ ‘응답하라 1988’ ‘시그널’ 등 화제가 됐던 전작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기 때문이다. 20%에 육박하는 기록으로 지상파까지 위협했던 ‘응답하라 1988’이나 명품 스릴러라는 호평 속에 10%를 훌쩍 뛰어넘은 ‘시그널’ 등 워낙에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 많았던 터라 지금 ‘기억’의 시청률은 아쉬울 따름이다.


tvN 금토드라마 '기억'의 주연배우 이성민 


대중의 호응도와 각종 화제성 조사 기록 역시 마찬가지다. 이 시간대 tvN이 연타석 홈런을 날리고 있던 터라 ‘기억’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고조된 상태였으며 1, 2회 방송 때만 해도 동시간대 JTBC ‘욱씨남정기’에 비해 압도적으로 화제성 순위가 높았다. 

첫 방송된 3월 18일 당일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의 화제성 순위를 살펴보면, ‘기억’은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태양의 후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다음 날인 19일도 마찬가지다. 첫 방송 당시 시청률은 3.8%였으며 이 정도면 호응도와 화제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상승세를 예상해볼 만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매회 시청률이 하락했고 6회가 방송된 이달 2일에 이르러 화제성 순위 2위 자리도 ‘욱씨남정기’에 빼앗겼다.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 수량도 ‘욱씨남정기’에 비해 월등히 떨어졌다. 대중의 호응도 시들해졌다. 이 시간대에 방송되던 tvN 드라마의 기존 스타일과 판이하게 달라 적응이 안 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활기차고 밝은 드라마로 주말 오후 8시대를 공략하던 기존의 작품과 달리 지나치게 진지해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는 말도 많았다.


JTBC '욱씨남정기'의 포스터


JTBC 연패 늪 탈출 조짐 

JTBC는 지난해 초 방송된 사극 ‘하녀들’ 이후 ‘순정에 반하다’를 내놓으면서 tvN과 전면전을 위해 금토 오후 8시 30분대 편성을 택했다. 드라마끼리 맞붙여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금토 8시 30분은 비지상파 드라마 보는 시간’이란 사실을 각인시키고 동반상승 효과를 누려볼까 하는 생각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기존 시간대의 강자였던 지상파 콘텐츠를 피해 상대적으로 만만한 비지상파 tvN 드라마와 싸우는 편이 유리할 거라 판단했을 듯하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두각을 보이지 못하던 tvN 금토 드라마가 하반기에 이르러 업계를 뒤흔들 만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7월부터 방송된 ‘오 나의 귀신님’ 이후 이어진 tvN의 난타전에 JTBC는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트렌디한 드라마를 꾸준히 만들며 틈새시장 공략에 공을 들인 tvN의 노하우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진중한 ‘정통 드라마’를 추구했던 JTBC는 ‘밝은 내용’을 원하는 금토 오후 8시 30분대 시청자들의 기호에서 점점 멀어지기만 했다.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의 한 장면


그나마 ‘사랑하는 은동아’ ‘라스트’까지는 “시청률이 낮아도 완성도는 인정해줘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디데이’에 이르러 이런 평판마저 무너졌다. 시청률은 1%대로 떨어졌고 개연성 떨어지는 전개와 들쑥날쑥한 캐릭터 등 안타까운 만듦새로 완성도에 대한 혹평까지 감수해야만 했다. tvN이 ‘응답하라 1988’을 내놓던 시기에는 어쩔 수 없이 2011년 방송된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 재방송을 편성하며 버티기를 했다.

올해 들어 새롭게 내놓은 한예슬 주연작 ‘마담 앙트완’은 JTBC에 있어 재난에 가까운 드라마였다.1990년대식 촌스러운 감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홍진아 작가의 대본, 이를 과거 자신의 히트작 ‘내 이름은 김삼순’을 만들던 방식으로 풀어낸 김윤철 감독의 시대착오적 연출 및 주연배우 성준의 캐릭터 표현력 등 갖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던 작품이었다. 결국엔 이 드라마가 최저 0.5%대까지 떨어지면서 JTBC 금토 드라마 시간대는 대중의 뇌리에서 잊혔다.


JTBC '욱씨남정기'에서 주인공 남정기를 연기하고 있는 윤상현. 


그래서 지금 ‘욱씨남정기’의 선전은 JTBC에 큰 의미가 있다. 제로 베이스의 금토 드라마 시간대를 2%대까지 끌어올린 것뿐 아니라 동시간대 tvN 드라마를 이길 수 있겠다는 가능성까지 제시하고 있으니 놀랍다.‘욱씨남정기’는 5, 6회에 이르러 ‘기억’을 따돌리고 화제성 순위 2위 자리를 차지한 것뿐 아니라 시청률도 2% 초반대에서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 6회 방송 당시부터 프로야구 시즌이 열리고 야외 나들이객의 수가 증가하면서 지상파와 비지상파 전체 평균 시청률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한 터. 이 때문에 당장 눈에 띄는 기록 경신이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이 기존 JTBC 드라마가 끌어내지 못한 수준까지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만만찮게 선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승세에 오른 ‘욱씨남정기’는 일 잘하고 성격 괄괄한 대기업의 커리어우먼 이요원(옥다정 역)이 중소기업의 본부장으로 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보여주는 드라마다.중소기업에서 ‘을’로 살면서 소극적인 태도가 익숙해져 버린 윤상현(남정기 역)과 성질을 억누르지 못해 매번 싸우고 다니면서도 진취적으로 일하는 이요원을 통해 우리 사회의 화두 중 하나인 ‘갑과 을’에 대해 이야기한다. 매회 빠른 전개와 수위 높은 유머, 그리고 감동 코드가 곁들여진 유쾌한 드라마다. 

tvN '기억' 중 한 장면.


관건은 결국 재미와 완성도 

방송계 전반을 살펴보는 입장에서는 tvN과 JTBC의 이번 금토 드라마 경쟁이 서로의 아이덴티티를 교환하며 또 다른 실험을 하고 있는 듯해 흥미롭다. 예능적 재미까지 가미된 트렌디 드라마를 추구하던 tvN이 중장년층까지 포섭하기 위해 진중한 느낌으로, 한때 ‘예능형 드라마’는 만들지 않겠다고 단언했던 JTBC가 코미디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대중의 반응도 이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혹자는 ‘심야도 아니고 금토 오후 8시 30분대에 진지한 드라마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 그건 정답이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잠시 한눈을 팔았다간 내용 따라잡기도 힘든 ‘시그널’의 성공을 해석할 방법이 없다. 결국 관건은 재미와 완성도에 달렸다. ‘기억’이 뒤처지고 있는 건 진지하기 때문이 아니라 2016년의 시청자들을 홀릴 만한 매력과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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