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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달해 Apr 15. 2016

박신양, 잡음 많아도 능력은 탁월

[대중문화 이야기]

*이 글은 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스틸사진


한 분야의 전문가 소리를 들으려면 뭐가 됐든 능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행여나 일하는 방식이나 성격이 원만하지 않다고 해도 능력이 뛰어나다면 어느 정도는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 배우들의 경우, 그 능력은 연기력과 인지도 등으로 판단할 수 있겠다. 실력으로 작품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흥행까지 견인하는 보장된 배우라면 결국엔 선택받기 마련이다.최근 KBS2 TV 월화극 ‘동네변호사 조들호’로 드라마에 복귀한 박신양(48)이 딱 그렇다. 깐깐한 성격, 또 일에 있어 완벽을 추구하는 스타일 등 ‘쉽지 않은 파트너’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능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뛰어난 캐릭터 표현력, 매 신마다 화면을 장악하는 존재감으로 드라마를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에 올려놓고 있다. 오랜 공백기를 가진 후 5년여 만에 출연한 드라마에서 다시 한 번 주목받으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노숙자 연기를 하고 있는 박신양


‘조들호’ 방송 4회 만에 월화극 1위

지난달 28일 첫 방송된 박신양의 복귀작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동시간대 SBS ‘대박’에 밀려 2위로 시작했다. 그러더니 불과 4회 만에 12.3%(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제외 기준)까지 스코어를 끌어올리며 1위로 올라섰다. ‘대박’은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상승세로 인해 10% 아래로 하락했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는 MBC ‘몬스터’ 역시 9%대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만만찮은 인기를 얻고 있어 월화극 3편의 경쟁이 특히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전체 회차의 3분 1 지점을 넘길 때까지 꽤 볼만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렇다고 ‘진부하다’ 또는 ‘앞뒤 전개가 이상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을 법한 에피소드가 없었던 건 아니다. 게다가 뻔한 감동 코드까지 사용해 시선을 잡아두려는 시도 역시 눈에 띄었다. 따지고 보면 드라마 자체만 놓고 봤을 때 흥행 성공을 확신할 만한 수준은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도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상승세가 유독 부각될 수 있었던 건 타이틀 롤을 맡고 있는 박신양의 공이 크다. 매력적인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일등공신 역할을 해내고 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박신양과 강소라(왼쪽)


타이틀롤 박신양 존재감에 호평 쏟아져

박신양이 연기하고 있는 조들호라는 캐릭터는 고졸 학력인데도 사법시험 최고 점수를 받고 검사가 된 인물이다. 검사가 된 후 윗선에서 시키는 일은 뭐든 깔끔하게 처리해내는 수완을 발휘해 승승장구하다 특정 사건으로 인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이 일로 인해 모든 걸 잃고 길바닥으로 내몰린다. 심지어 노숙자 생활까지 하다 다시 법조계로 돌아와 서민들을 대변하는 ‘동네변호사’가 된다.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수재인데 꽤나 다혈질에다 껄렁껄렁 건달기까지 다분하다. 능글능글한 성격을 드러내다가도 법정에 서거나 사건을 풀어나갈 때는 한없이 진지해진다. 설정 자체가 꽤나 매력적인데 그만큼 표현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캐릭터일수록 배우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연기력은 물론이고 아우라와 인지도, 스타성까지 갖춘 배우가 들어와야 살려낼 수 있는 캐릭터. 여기에 박신양은 탁월한 카드가 됐다.첫 회에서만 노숙자로, 잘나가는 검사로, 다시 변호사로 수차례 모습을 바꿔가며 희로애락을 표현해 호응을 끌어냈다. 특히 첫 회 마지막 컷의 윙크 장면은 조들호라는 캐릭터의 본격적인 활약을 예고하는 동시에 배우 박신양이 복귀 신고를 하는 듯 느껴져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꽤 많은 시청자들이 이 한 컷을 계기로 조들호라는 캐릭터에 꽂혔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로도 감정신에 몸싸움, 코믹연기까지 고루 해내며 캐릭터를 살려내니 사실 이 드라마를 두고 ‘박신양 원맨쇼’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그러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쏟아진 호평의 상당수가 박신양에 집중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성공적인 안방극장 복귀 등 다각도의 분석과 평가는 물론이고 ‘60분을 60초로 느껴지게 만드는 연기력’ 등 오글거리는 표현까지 동원됐다. 아무리 타이틀롤을 맡고 있는 배우라 하더라도 이 정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작품의 인기까지 견인하는 건 쉽지 않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로 5년만에 드라마 연기를 하고 있는 박신양.


5년만에 안방극장 복귀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앞서 박신양은 5년여 긴 시간 동안 안방극장을 떠나 있었다. ‘시그널’ 김은희 작가의 데뷔작 ‘싸인’(2011) 이후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았고 그 사이에 내놓은 작품이라곤 코미디 영화 ‘박수건달’(2013)이 유일했다. ‘싸인’을 마친 직후 명절 특집 예능에 출연하거나 ‘박신양 콘서트’라는 공연을 내놓기도 했지만, 사실상 2012년에 촬영이 종료된 ‘박수건달’ 이후 2013년부터는 3년간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은 셈이다.그 기간 동안 업계에는 박신양의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란 말이 돌았다. 까다로운 작업방식 및 출연료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실제로 박신양은 ‘쩐의 전쟁’(2007), ‘바람의 화원’(2008) 등의 드라마 이후 고액 출연료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적이 있다. ‘쩐의 전쟁’ 출연료 소송이 불거지면서 박신양이 번외편 촬영에 1억5천500만원의 회당 출연료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제작사는 촬영에 임하는 박신양의 태도까지 문제 삼으며 돈을 지불하지 않았고 둘 사이의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박신양은 드라마제작사협회로부터 출연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이 때문에 박신양은 ‘싸인’으로 돌아오기까지 3년여 기간 동안 활동을 쉬어야 했다.이때 드라마 업계 관계자들은 박신양의 ‘갑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박신양이 대본 및 연출 등 타 분야에 관여하며 월권행위를 한다는 설명이었고 사례까지 제시하곤 했다. 이미 영화 ‘눈부신 날에’(2007) 촬영 때 박광수 감독과의 불화설이 터져나온데다, 당시 필자가 직접 인터뷰 현장에서 기자들과 트러블을 일으키는 박신양을 목격한 터. 그의 태도에 대한 관계자들의 증언이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싸인’을 찍을 때에도 명쾌하지 않은 이유로 감독이 바뀌었다. 그 배경에 박신양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왔다. 박신양에 대한 평이 다시 악화됐으며 그 후로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만나기까지 오랜 공백기를 가졌다.


복귀작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열연 중인 박신양. 캐릭터의 희로애락을 두루 표현하며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


잡음 많아도 능력은 탁월

박신양을 둘러싼 잡음에 대한 진실을 일일이 공개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그 잡음 안에는 박신양이 피해자가 됐던 적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박신양이 일을 할 때 상당히 까다로운 스타일의 배우라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주관이 뚜렷하고 연기에 대한 자부심이 크니 스스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상황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박신양이 투입된 작품에서 감독이나 작가가 교체되는 케이스가 나오고 갈등설이 새어나오는 등 말도 많다.하지만 이 모든 잡음이 분명 박신양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인해 생긴 건 아니다. 그리고 작품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박신양의 판단이 맞아떨어진 케이스도 분명 있다. 쉽지 않은 배우인 건 사실인데 어쨌든 그만큼의 능력으로 작품의 완성도에 기여한다. 호흡만 잘 맞추면 충분히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보증수표니 비즈니스 파트너로선 제격이다. 까다로운 조건들도 좋은 연기를 위한 합리적인 작업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면 들어주면 그만이다.           그러면 제작자나 감독의 입장에서 박신양과 손을 잡을지 말지 고민하면 되는 문젠데, 현 상황으로선 박신양과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이 더 많은 편이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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