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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Oct 30. 2020

슬기로운 주방생활

저희 주방은  늘 그릇과 냄비, 각종 요리 도구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과일 껍질이며 마신 물컵들이 질서도 없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어요.

한번씩 마음을 다잡고 말끔히 치워도 하루를 못가고 다시 엉망이 되고 말았지요. 그렇게 주방은 저희 집에서 꼭꼭 숨겨두고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비밀의 장소 같은 곳이었어요. 사실 저는 요리를 잘 못하는것도 주방을 탓을 했었지요. 저도 넓고 멋진 주방을 가지면 쉐프 못지 않은 요리를 할 것처럼요...(물론 그건 저의 소심하고 치사한 핑계였어요..)


하지만  좋든 싫든 저는 매일 요리를 해야했고, 계속 이렇게 정신 없는 주방에서 요리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잖아요. 요리를 하려고 주방에 왔는데, 싱크대 위가 정리가 안되어 있고, 어지럽혀 있으면 요리를 하기도 전에 그것들을 치우느라 지쳐 버리기도 하니까요.

주방의 문제점을 살펴보았어요. 먼저 너무 많은 물건들이 싱크대 위에 항상 놓여있었어요.

가스레인지 마다 냄비가 올려져 있고, 식기 건조대에는 너무 많은 그릇들이 쌓여져 있고, 컵은 또 왜 이렇게 많이 나와있는지... 또 음식들이 담겨진 포장지는 왜 이렇게 많은지...

이제는 이 정신없는 주방의 세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제일 먼저 싱크대 수납장을 정리하고, 싱크대위에 올려진 물건들을 모두 수납장안으로 넣었어요. 식기건조기에도 꼭 필요한 그릇과 수저, 컵들만 남겨두었지요. 왜 그동안 잘 안쓰던 칼과 도마, 각종 도구들이 싱크대 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도 그대로 두었을까요? 이런 물건들만 치워도 훨씬 깔끔한 싱크대가 모습을 보였습니다. 역시 좋은 인테리어의 시작은 치우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실감했지요.

지금껏 각종 주방도구들에 가려져 쉽사리 제거하지 못했던 타일의 기름때들도 수세미를 동원해서 말끔히 지워버렸어요. 새것 같지는 않아도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의 타일들이 주방을 한층 예뻐보이게 만들었어요.


싱크대 위를 깨끗이 정리했으니 (물론 여기까지는 늘 제가 했던 일이지만요..) 이제 제가 좋아하는 몇가지 물건들로 채우기로 했어요. 필요한 물건들을 올려 놓되,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것들로요.

주방 수납장에서 제가 자주쓰고  좋아하는 주방용품들을 꺼내보았어요. 요즘에 원목으로 만든 식기들의 매력에 빠져 있던 저는 원목도마와 접시를 꺼냈어요. 커다란 유리보관함도 꺼내 자주 해 먹는 파스타면을 넣어두었고요.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린넨 행주를 꺼내 놓고,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유리컵과 머그컵을 꺼내놓았습니다.


그 동안 주방을 촌스럽게 만들던 알록달록 플라스틱 도마와 형형색색 손잡이의 칼들이 사라지고 나니 한결 톤이 정리되면서 더이상 눈에 거슬리지 않았아요.  oo 은행이 써있던 유리병에 보관하던 꿀과 조청도 깔끔한 보관용기에 통일성있게 담아놓았고요.

이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 우리 주방도 꽤 괜찮더라고요.  한동안 주방을 볼 때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지요.

그렇게 며칠을 지내다 저는 한가지 발견한 것이 있었어요.

바로 우리집의 쓰레기의 대부분이 주방에서 나온다는 것을요. 음식물 쓰레기는 물론이며, 시장을 볼 때마다 함께 달려오는 과일, 채소, 재료들의 포장지가 어마어마하게 나오는 것이었죠. 오이와  파프리카가 들어있던 비닐, 방울토마토와 고구마가 들어있던 플라스틱박스, 빵을 살때 구매한 비닐 쇼핑백까지,,, 언제부터 우리는 시장을 볼때 이렇게 많은 포장지들을 함께 집으로 데려왔을까요?


전부터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관심을 두고 지켜보니, 생각보다 많은 양의 쓰레기가 음식 포장지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이렇게 쓰레기가 많이 나오니 시장을 보고 온 다음 주방은 다시 싱크대위에는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가득했지요. 그동안 시도는 했지만 작심삼일이 되고 말았던 환경을 위한 소비를 다시 실천해보기로 했어요.

먼저 장바구니를 사기로 했어요. 작게 접을 수 있는 휴대용 시장가방이 있었지만 크기가 작아서 인지  매번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해서 막상 시장을 갈때 놓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번엔 눈에 잘 띄고 들고 다니기도 편한 바구니형태를 선택해보기로했어요. 어렸을때 엄마들이 가지고 다녔던 바로 그 손잡이가 달린 장바구니 말이지요. 인터넷을 건색해서 다행히 넉넉한 크기의 바구니를 발견할 수 있었고 작은 메쉬 형태의 면 주머니도 구매했어요. 매대위에 올려 놓고 갯수니 무게로 판매하는 채소나 과일을 구매할 때 쓸 용도로 사용하려고요.


 주문한 물건들이 왔고 면 주머니는 장바구니에 넣어 놓고장바구니는 주방 한켠에 두었어요. 예전에는 주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았는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되면 안먹고 버리게 되는 음식들이 꽤 많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집앞의 슈퍼마켓을 주로 이용해보기로 했어요. 그날그날 필요한 음식들만 간단히 사오는 것으로요.

다행히 슈퍼를 갈 때마다 장바구니를 꼭 챙겨갈 수 있게 되었고, 가능하면 비닐이 씌워져 있지 않은 채소와 과일들을 가져간 면 주머니에 담아왔어요.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양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더라고요.


그날그날 필요한 식자재를 사니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들었고요. 사실 대형마트에서 일주일치 양의 식자재를 사오는 건 저에게는 맞지 않았어요. 결국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음식들이 많았거든요. 지금도 대형마트를 가긴 하지만 그곳에선 주로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시리얼이나 견과류, 냉동식품 등을 사오고 신선식품은 집앞 슈퍼를 이용하는 것이 저에게 잘 맞는 패턴이었던거죠.

이렇게 시장에서 가져오는 쓰레기가 줄어드니 주방도 훨씬 청소하기가 편해졌고, 단정한 모습을 잘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요. 물론 언제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지 모르죠.. 식사 준비를 하고 한순간 방심하고 나면 주방은 금새 어지럽혀지니까요.

하지만 계속 노력해보려고요. 그리고 앞으로 비닐과 플라스틱 줄이기도 꼭 잊지 않으려고 해요.

그렇게 슬기로운 주방 생활을 앞으로 계속 실천할 수있기를 저 자신과 약속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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